2년 전 시장 후보 경선과 판박이
6년 전 공천때도 규칙·절차 무시
“영화 ‘내부자들’ 재현된 느낌”


김맹곤 전 김해시장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와 함께 한나라당에 속해 있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김 전 지사와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현 더민주)으로 갔다. 그는 당을 바꾼 뒤 총선과 시장 선거에서 당선했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이다. 김성우 후보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내다 새누리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유갑 씨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경남도의원을 지냈고,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하거나 경선에 참여했다. 이만기 총선 김해을 예비후보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열린우리당을 오간 전력이 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았다.

시민 손 모(29·삼방동) 씨는 "김해 지역 정치인들의 가치관과 철학이 궁금하다. 투표를 안 할 수는 없으니, 결국 후보보다는 당을 보고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김해 정치권의 혼탁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승복할 수 없다. 판이 깨지든 말든'
김해 지역 정치인들은 결과에 대해 승복할 줄을 모른다. 총선, 시장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열릴 때마다 어떤 명분을 붙여서라도 반발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2006년 김해시장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열린우리당 후보 경선에서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이봉수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휴대폰 메시지가 선거인단에 전송된 일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자 상대 후보 측은 '경선무효'를 외치며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반발했다. 양측은 급기야 난투극을 벌였다.

2년 전 6·4김해시장 선거 때 새누리당은 경선을 통해 김정권 후보를 본선에 내세웠다. 경선에서 탈락한 이만기, 임용택, 정용상, 허성곤 후보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은 김태호(김해을) 국회의원과 김정권 후보가 서로 짜고 다른 후보들의 손발을 묶어 놓은 상태에서 불공정 경선을 진행했다며 반발했다.

어떤 후보는 대놓고 상대 정당인 민주당의 김맹곤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몇몇 후보들에게는 '당에 해를 끼친 사람'이란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당시 김성우·이유갑 후보만 결과에 승복하면서 처음부터 김정권 후보를 지지했고, 이만기 후보는 뒤늦게 김정권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48)는 "6·4김해시장 선거 때 김정권 후보는 김태호 의원과 짬짜미를 했다는 의혹을 샀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권 후보가 김성우-김태호 연계설을 주장하고 있다. 김해의 정치인들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거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라고 한심해 했다.
 
■"규칙·절차? 나는 모르는 일"

김해의 각종 선거에서 규칙과 절차를 무시한 공천이 자행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김정권 예비후보는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6년 전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당 후보를 전략공천해 심각한 물의를 빚었다. 당시 한나라당 경남도당은 후보 선정에 공정성을 기한다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김종간 당시 시장이 1위를 했다. 그러나 김정권 당시 국회의원은 뚜렷한 이유 없이 박정수 전 생명나눔재단 이사장을 전략공천했다. 김 전 시장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이 아니라 국회의원(김정권)의 개인적 감정이 작용한 사천(私薦)에 단호히 대처하겠다. 명분도 당위성도 없이 자행된 정략적 공천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권 후보는 "당 공천에 반발한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며 김 전 시장을 비난했다. 이 선거에서는 박정수-김종간으로 한나라당 표가 갈리는 바람에 김맹곤 전 시장이 어부지리로 당선했다.

2년 전 김해시장 선거 때는 민주당(현 더민주)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민주당은 경선에 나선 후보들 중 1, 2위의 점수 차이가 20점 이내일 경우 결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송윤한 후보와 김맹곤 후보의 점수 차이가 16점에 불과했는데도 민주당은 김맹곤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송윤한 후보는 탈당을 하는 한편, 민홍철 의원이 부당한 개입을 했고, 증거도 있다며 민 의원을 맹비난했다.

이에 앞서 2010년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민주당 경남도당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2인 이상을 경선후보로 선정해야 한다'는 당헌당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맹곤 후보를 중앙당에 단수 추천했다. 이를 두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민 권 모(55·여·삼방동) 씨는 "김해 정치에는 원칙과 도덕성, 염치, 품위란 게 없다. 더민주는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면서 국민경선을 강조했는데, 그래 놓고 멋대로 전략공천을 해 버리면 '국민경선'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뭐가 되느냐. 더민주는 '수구꼴통' 소리를 들어도 마땅하다"면서 "새누리당 후보들도 규정이 엉터리였다면 처음부터 반대했어야 했다. 애초에는 계산 상 불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던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결과가 자신들에게 안 좋게 나오자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후진적이다"라고 말했다.
 
■들끓는 시민 분노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경선 갈등 등 정당과 정치인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문학인 박 모(79) 씨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무시하고 있다.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너희들 따위가 무엇을 알겠느냐는 식이다. 아무리 정치에 무지한 시민들이라 해도 정치권이 이러면 안 된다. 원칙도, 정치 철학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 결과를 뒤엎을 거라면 경선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원칙을 지켜야 시민들도 원칙을 지킨다"이라고 탄식했다.

주부 조 모(56·삼문동) 씨는 "더불어민주당은 (김맹곤 전 시장의 불법선거운동 유죄 판결 때문에)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경선결과에 대해 자세히 조사도 하지 않고 경쟁후보의 이의만 받아들여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전략공천했다. 최근 사회지도층을 겨냥한 '베테랑', '내부자들'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영화 속 이야기가 그대로 현실에 재현되는 느낌이다.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대사처럼 그들이 얼마나 시민을 우습게 보는지 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상인 오 모(52) 씨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허성곤이 될 걸로 생각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꾸는 것은 맞지 않다. 이럴 거면 여론조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진 사람은 승복을 해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김정권 후보에 대한 여론이 안 좋다는 것을 체감했다. 경기가 나쁘다. 후보들이 당을 떠나 진정 시민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아닌것 같다"며 혀를 찼다.

김해뉴스 /남태우·김예린·조나리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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