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스갯 소리로 자녀를 바둑 명문 특목고인 알파고에 보내야겠다는 중학교 3학년 학부모들로 전국이 떠들썩하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대표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결국 알파고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알파고도 인간이 만들었으니 인류 모두의 승리라고 할 수도 있다. 

이세돌이 3연패를 당했을 때 인공지능 로봇이 머지않아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의 지능을 대신하는 재앙이 빚어질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의 어린이 세 명 중 두 명은 미래에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직업 쓰나미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주제로 인공지능의 인간 일자리 박탈과 부의 불평등 심화를 논의한 바 있다.

제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출현으로 기계화 생산을, 제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로 대량 생산을, 제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기의 보편화로 자동화·정보화를 이뤘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모바일·빅데이터 등이 생산·분배·소비패턴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보스 포럼의 '직업 미래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기술 발달로 인해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202만 여개에 불과하고 줄어드는 일자리 수는 710만 여개'라고 발표했다. 특히 변호사, 의사, 약사, 회계사 등 전문직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진다. 미국에서는 로봇 변호사가 등장했다. 연내 변호사시험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 병원에서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으키자, 약사들을 모두 로봇으로 대체했다. 그런데, 처방전을 통한 약 조제를 현재까지 35만 건 처리한 결과 단 한건의 오류도 없었다고 한다.

대서양을 건너 고난도 원격 외과수술이 로봇에 의해 이루어지고, 인공지능에 의한 암 진단의 정확도가 90%에 이르며, 골프 로봇은 홀인원을 뽐낸다. 이미 로봇기자가 활동하고 있고, 투자자문·예술·교육·유통 등 전 산업에 걸쳐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빅뱅이 예견된다.

사고가 거의 없는 무인차 등장은 자동차 기사의 일자리와 보험회사를 위협한다. 드론이 상용화되면 택배기사도 사라질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화가가 존재한다. 독일에서는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지식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창의력과 기계가 할 수 없는 지식만 가르치도록 교육과정 개편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직관, 창의성을 살린다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의 일자리를 돕는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다 크다.  

인간이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거부할 수는 없을까. 자동차와 철도가 등장했던 당시 마차 주인들은 말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채찍을 더 잘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산업혁명으로 방적기가 나타났을 때는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러 다니던 러다이트 운동도 벌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일자리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일찍이 예언한 바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시장경제를 완전히 개조한 포스트 시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핵심 아이디어는 '일자리를 로봇이나 기계와 나누고, 기술 발전이 가져올 이익을 피해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거론되고 있는 거버넌스 공동체 개념의 제3부문을 강화시키자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복지개념과는 다른 사회봉사에 대한 그림자 임금, 공동체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임금 등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급하자는 것이다.

아무튼 두 얼굴을 지닌 인공지능에게 굴복하든지 인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공생할 것인지는 오로지 인간이 선택할 몫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오는 2025년 6조 7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을 직시하고 새로운 인재 양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논의할 때이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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