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전·김치·깻잎지·파무침 등
직접 만든 밑반찬 정성 가득 맛도 일품

흑돼지 오겹살 18년 단골 농장서 들여와
가족끼리 집세 없이 하다 보니 값도 싸
멸치액젓으로 만든 양념장 깔끔
땡초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 싹
즙 가득 통째로 구운 새송이버섯 별미

권 회장 “장애인 복지 위해 더 노력”

권우현 김해장애인단체협의회 회장은 지난 해에 회장 직을 맡은 뒤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대리운전을 비롯해 협회를 위한 새로운 사업도 많이 시작했다. 지금은 본업보다 부업(장애인단체협의회장)에 더 매달린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삶이 고단하고 바쁠수록 힘을 내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권 회장의 지론(?)에 따라 점심시간인데도 고기 집을 찾았다. 그가 안내한 곳은 삼계초등학교 정문 오른쪽 골목에 있는 '가야흑돼지'였다. 흰 간판에 '가야흑돼지'라고 쓰여 있었다.
 

▲ 권우현 김해장애인단체협의회 회장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오겹살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무심코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권 회장이 비스듬한 경사로가 조성된 가게 입구를 가리켰다. 그는 "이 식당은 이래서 더 좋다. 대부분 의 식당에는 입구에 턱이 있다.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출입을 어렵게 한다. 이렇게 경사로를 만들어 놓으면 유모차도 잘 들어올 수 있고 노인들도 편하다. 작은 배려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좋은 기분을 안고 '가야흑돼지' 안으로 들어가니 박동연(53), 양재욱(56) 사장이 권 회장을 반겼다. 그는 "고기를 워낙 좋아하는데다 맛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양 사장과는 합천의 고향 친구다. 장애인단체협의회에서 운영하는 대리운전도 이 가게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준다. 항상 고마운 곳"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정갈한 반찬들이 하나 둘 나왔다. 가장 먼저 입맛을 돋운 것은 개나리처럼 노란 호박전이었다. 늙은 호박을 믹서에 모두 갈아 구은 것으로, 달고 부드러웠다. 잘 익은 배추김치도 예쁜 모습으로 상에 올랐다. 보통 고기 집에서는 달고 신맛이 강한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경우가 많다.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김치 맛이 비슷한 건 그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은 김치 맛이 궁금해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김치를 입에 넣었다. 중국산 김치와는 전혀 다른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 '가야흑돼지' 전경, 주인이 직접 담근 물김치와 깻잎지(사진 위로부터).
김치에 이어 깻잎지, 고구마줄기지, 물김치, 파무침, 샐러드 등이 차례로 올라왔다. 모두 양 사장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고기 집의 경우 고기가 주 요리이기 때문에 반찬을 소홀히 취급하는 식당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이곳의 반찬들은 모두 보통 맛이 아니었다. 양 사장은 "18년 동안 한림면에서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을 했다. 한식당에서는 반찬이 중요하다. 지금도 그때처럼 정성을 다해 반찬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숯불이 들어오고 고기가 나왔다. 박 사장은 "삼겹살이 아니라 흑돼지 오겹살"이라고 말했다. 흑돼지는 말 그대로 돼지의 털이 검은 색인 돼지다. 다른 일반 돼지와는 맛,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흑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서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식감이 훨씬 쫄깃하고, 비타민 B1·B2가 소고기보다 10배 많다. 여기에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불포화 지방산도 많아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18년 동안 국밥집을 할 때도 흑돼지를 썼다. 흑돼지는 합천, 산청에서 받아온다. 20년 가까이 거래해서 믿을 수 있는 농장"이라고 말했다. 흑돼지오겹살은 1인분에 8천 원이다. 그는 "흑돼지 가격이 많이 비싸지만 다른 고기 집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종업원 없이 가족끼리 일하고, 제 건물에서 식당을 하다 보니 싸게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과 오겹살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박 사장에 따르면 삼겹살과 오겹살의 차이는 돼지껍데기에 있다. 수입산 삼겹살의 경우 비계(지방)가 너무 많아 윗부분을 자른다. 반면 오겹살은 껍데기가 있는 고기다. 그는 "돼지껍데기가 붙어있으면 쫀득한 맛이 좋다. 돼지껍데기가 붙어 있으면 대부분 국내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 같은 고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삼겹살과 오겹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더욱 신뢰가 갔다.
 고기도 어느새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졌다. 고기 한 점을 쌈장에 찍어 먹었다. 박 사장이 설명했던 식감의 차이가 단 번에 이해됐다. 흑돼지오겹살은 아주 탱탱했다. 오겹살 끝에 껍데기까지 붙어 있어 쫄깃함이 더했다. 권 회장은 파 무침과 함께 고기를 먹고는 "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으러 다닌다. 이 곳 고기는 정말 쫄깃쫄깃하고 맛있다"며 웃었다.
 
권 회장은 고기를 맛있게 먹는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했다. 가야흑돼지에서만 나오는 멸치액젓 양념장이었다. 최근 삼겹살을 젓갈에 찍어 먹는 게 유행이어서 다른 고기 집에서도 비슷한 양념장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가야흑돼지의 양념장은 많이 달랐다. 젓갈이 아니라 직접 만든 멸치액젓을 창호지에 걸쳐 이틀 동안 내린 뒤 잘게 썬 땡초를 넣었다고 한다. 색이나 맛이 아주 시원하고 깔끔했다. 권 회장은 "액젓에 고기를 찍은 뒤 액젓 안에 있는 땡초를 올려 먹으면 고기의 맛이 더 살아난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물릴 수 있지만 땡초를 더하면 느끼함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두 번째 비법도 소개했다. 얇게 썬 새송이버섯을 앞뒤로 구워 먹는 게 아니라, 통째로 굴려가며 구운 뒤 가로로 동그란 기둥이 보이게 잘라 먹는 것이었다. 그는 잘 구운 새송이버섯 조각 하나를 권했다. 얇게 썬 새송이버섯을 구우면 앞뒤가 바삭해진다. 통째로 구운 새송이버섯은 자를 때 즙이 흘러나올 정도로 촉촉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말랑해 맛이 색달랐다.
 
두 명이 오겹살 5인분에 각종 반찬, 통째 먹는 버섯, 잔치국수까지 거하게 먹었다. 너무 배가 불러 젓가락질을 멈춰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권 회장의 말대로 힘이 솟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일을 해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임기 절반 정도를 지난 권 회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노인, 아동, 여성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 비해 장애인 복지는 뒤처지는 것 같다"면서 "장애인이 다니는 좋은 길, 살기 좋은 사회는 보행이 어려운 노인이나 아동, 여성 모두에게도 좋은 길, 좋은 사회다. 그런 사회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식당을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양 사장, 박 사장에게 대리운전 홍보를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음식점 20여 곳, 개인 200명 정도가 '삼일삼 대리운전'(055-313-0000) 이용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수수료는 불우한 장애인에게 연탄을 배달하거나 집 수리를 해 주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삼일삼 대리운전을 많이 이용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가야흑돼지/김해대로 1765번길 27(삼계동 1421-8번지). 삼계초등학교 옆. 055-332-7694. 흑돼지오겹살 1인분(130g) 8천 원, 흑돼지모듬한접시(항정살·가브리살(등겹살)·갈매기살) 2만 5천 원, 흑돼지 뒷고기 한 접시(3인분) 1만 5천 원.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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