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교장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갈비 한 점을 들어 권하고 있다.

고기·육수 따로 끓여 잡내 전혀 없어
고소·달짝지근 ‘안데스소금’ 맛의 비결
담백한 갈비찜 삼킨 뒷느낌도 깔끔
“저렴한 가격에 해장하고 고기도 뜯고”

전날 기분에 취해 과음을 한 다음 날에는 대개 숙취가 찾아온다. 깨질 듯 아파오는 머리, 울렁이는 속. 애주가들은 흔히 숙취 해소를 위해 약이나 숙취해소 음료를 찾지만, 자신만의 해장 음식 비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이는 피자로 해장을 하기도 한다던데, 김주원(47) 우리동네사람들 시민문화학교 교장의 해장 음식은 '갈비탕'이다.
 
전날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해장(?)을 할 목적으로 '율하갈비탕'에서 김 교장을 만나기로 했다. 음식점 입구에 놓인 '안데스 소금'이 눈에 띄었다. 짭짤한 궁금증을 느끼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미리 도착해 있던 김 교장은 갈비탕, 갈비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김 교장이 활동하고 있는 우리동네사람들은 장유지역의 생활자치센터다. 이곳에서는 '시민문화학교 문화강좌', '독립예술영화 보기 모임', '밥상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 교장은 인문학, 시민연극, 우쿨렐레 배우기 등 각종 강좌를 운영하는 시민문화학교의 책임자다.
 

▲ 갈비찜과 김치, 샐러드 등 반찬.

김 교장의 고향은 부산 북구 모라동이다. 낙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그는 부산에서 자칭 '딴따라'로 활동했다. 모범생 같은 인상을 가진 그가 그런 활동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는 "딴따라가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말뚝이' 홍보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대학 1학년 2학기 때 학교 정문을 지나다 말뚝이 홍보물을 봤다. '전통예술연구회' 동아리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는 전통예술연구회에 가입하기 위해 사흘 동안 동아리 가입 부스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다음으로 부산대에 전통예술연구회가 생겼습니다. 선배들의 노력으로 수영야류가 복원되기도 했습니다. 수영야류는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전승되어 오는 민속극이죠. 전통예술연구회에서 탈춤, 풍물, 연극 등을 배웠습니다."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갈비탕(위)과 담백한 갈비찜.
김 교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문화예술단 '일터'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딴따라'의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딴따라 인생에 제동을 건 것은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이었다.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던 그는 1996년 자전거신발 제조업체인 ㈜우현에 입사했다. 그는 딴따라 생활을 잠시 접었다. 그러나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일터에서 배우 생활을 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노동열사 전태일의 삶을 다룬 연극 '불꽃', '달밤 브루스' 등에서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김 교장은 부산과 김해를 연결하는 선암다리를 건너왔다 건너가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옛 이야기를 듣던 중 주문했던 갈비탕과 찜이 나왔다. 뚝배기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국물 위로 빨간 대추가 춤을 추고 있었다. 투명한 국물에는 갈비와 당면, 파가 들어가 있었다. 갈비뼈에 붙은 갈비살은 토실토실했다. 질기지 않고 잡내가 나지 않았다. 국물은 담백하고 시원했다. 김치는 맛있었다. 김치만으로도 즐겁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교장은 "일터 배우들과 함께 자주 온다. 배우들은 전국을 돌며 연극을 하기 때문에 입맛이 까다롭다. 가끔 일을 도와주려고 일터 배우들이 김해에 온다. 전날 거하게 술을 한 잔 한 경우가 많아서 다들 해장이 필요하다. 장유 맛집 여러 곳을 돌아봤지만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곳은 여기"라고 말했다.
 
▲ 안데스 소금.
주방에서 열심히 육수를 만들고 있던 율하갈비탕 박찬홍(42) 대표가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허약체질이라 어머니가 몸보신을 하라고 자주 갈비탕을 끓여 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2012년 음식점 문을 열었다. 자주 먹었던 갈비탕을 주 메뉴로 정하고, 1년 간 전국의 갈비탕 맛집을 찾아 다녔다. 한우, 양지 잡뼈를 끓인 육수와 갈비를 따로 삶아 손님상에 낸다. 고기 잡내는 피 때문에 난다. 우리는 고기와 육수를 따로 끓이기 때문에 잡내가 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비법은 '안데스산 소금'이라고 했다. "갈비탕의 맛은 소금이 좌우한다"며 안데스 소금에 대해 설명했다.
 
"남미의 안데스산맥은 수억 년 전 바다였다고 합니다. 안데스 소금은 안데스산맥의 소금호수에서 오래 전에 생성된 소금입니다. 바다에서 나는 소금보다 깨끗하다고 해요. 맛이 고소하고 달짝지근합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 계산대에 있는 안데스 소금을 맛봤다. 혀끝에 얹힌 소금의 첫 맛은 짜고 뒷맛은 달았다.
 
▲ 요리를 하는 박찬홍 대표.
남은 밥을 갈비탕에 말아 후딱 먹어치웠다. 배가 차올랐지만 젓가락은 저절로 갈비찜으로 향했다. 갈비찜에서도 고기 잡내가 나지 않았다. 흔히 접하는 간장과 마늘, 설탕으로 범벅된 갈비찜에 비해 맛이 담백했다.  갈비찜을 삼킨 뒤에도 입안에 양념 맛이 남아있지 않고 깔끔했다. 김 교장은 "고기를 좋아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딱 좋은 곳이다. 저렴한 가격에 해장을 하고, 고기를 뜯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오는 16일에 열 예정인 세월호문화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이 문화제는 우동사, ㈔김해민예총, 장유아이쿱생협 등의 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원인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지역 단체들이 모여 문화제를 준비 중입니다. 문화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 교장은 김해에서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길 꿈꾼다고 말했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는 "부산에 비해 김해에서 활동하는 극단 수는 너무 적다. 단 2곳뿐이다. 무대에 서면 여전히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김해에 새로운 극단을 만들어 배우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식사는 후식으로 나온 상큼한 레몬차 한 잔으로 마무리됐다. 자리에서 일어서던 김 교장은 "다음에는 술 한 잔 한 뒤 해장하러 다시 오자"며 웃었다.  


▶율하갈비탕/ 율하3로 45(율하동 1334-1번지). 055-323-3868. 갈비탕+갈비찜 8천500원. 왕갈비탕, 갈비찜정식 각 1만 원. 갈비찜 2만 8천 원~5만 원.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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