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예총 김성훈(왼쪽) 수석부지회장과 박무준 작가가 들깨칼국수를 먹고 있다.

푸짐한 ‘들깨칼국수’ 한 입에 들깨 향 확
사골 국인 듯 크림 스프인 듯 국물 고소
풋고추·쌈장 단출한 밑반찬도 매력적

굴·부추와 어우러진 ‘매생이칼국수’
해산물 들어가 국물엔 바다내음 물씬

김영덕 사장 “음식 만드는 데 정성 다해”
김 부지회장 “여기선 기차란 추억도 먹어”

문화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취재를 위해 늘 김해예총 사무실을 드나든다. 그곳에서 김성훈 수석부지회장과 지역 문화예술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어느 날 그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김해미술협회 회원인 박무준 서각 작가도 같이 하기로 했다.
 
김 부지회장은 어릴 적에 교회의 피아노 교사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중학생 때에는 친구를 따라 기타를 쳤다. 이후 직장을 다녔지만, 음악인의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건반, 드럼, 베이스기타, 일렉트릭기타,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를 섭렵했다. 지금은 화목동에 연습실을 꾸리고 작곡과 작사에 매진하고 있다.
 

▲ 김영덕 사장이 금방 만든 들깨칼국수를 내놓고 있다.
김 부지회장은 삼계동에 위치한 '기차 여행'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들깨 냄새가 오후의 나른한 공기와 뒤섞여 식당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는 "박 작가의 소개로 처음 왔었다. 이전에는 늘 들깨칼국수를 먹었지만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왔으니 식당에서 특미라고 하는 매생이칼국수도 함께 먹어 보자"며 들깨칼국수와 매생이칼국수 그리고 돈가스까지 추가로 주문했다.
 
음식을 주문하자 단출한 밑반찬이 상에 올랐다. 배추김치와 파릇한 봄  내음이 물씬 나는 풋고추 그리고 쌈장이었다. 풋고추를 한입 베어 먹었다. 입안이 말끔하게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곧바로 들깨칼국수와 매생이칼국수가 나왔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는 매우 푸짐했다. 진득한 들깨칼국수의 국물은 사골 국을 연상시켰다. 면을 한 젓가락 떠 올리자 면과 함께 점성이 짙은 국물이 덕지덕지 매달려 올라왔다.
 
면을 한입 먹어 보았다. 길이와 굵기가 적당해서 먹기 좋았다. 기차여행의 칼국수에서는 생면을 사용한다고 한다. 건조면에 비해 수분 함유량이 높고, 더 쫄깃한 탄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집 면에서는 밀가루 특유의 비린 맛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물에 들어 있는 호박, 부추 등과 함께 면을 씹었다. 아삭한 식감이 빈틈없이 입 안에 가득 찼다. 국물을 마셨다. 고소한 들깨 향이 목구멍 너머로 퍼져나갔다. 들깨는 입자가 곱고 부드러워 마치 크림 스프를 먹는 느낌이었다. 어린아이나 노인들도 목에 걸림 없이 편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국물이었다.
 
▲ 들깨칼국수, 매생이칼국수, 돈가스(위로부터).
매생이칼국수의 경우 굴과 부추가 짙은 향을 더했다. 부추는 질기지 않았고, 따뜻한 국물 속에서 노곤하게 풀어진 몸을 녹이고 있었다. 파릇한 매생이는 칼국수 면을 휘감고 있었다. 마치 바다의 해초가 산호를 감은 채 물살에 나풀거리는 모양이었다. 매생이칼국수는 들깨칼국수보다 맑았고, 육수의 맛은 제법 칼칼했다. 국물의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해산물이 들어가서인지 짙은 바다 냄새가 났다. 해장용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가스에서는 옛날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정감어린 맛이 났다. 도톰하고 바삭한 튀김이 새콤한 소스와 알맞게 어울렸다.
'기차여행'의 주방장은 김영덕(52) 사장이 직접 맡고 있었다. 그는 4년 전에 식당을 개업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식당을 운영하던 전 주인에게서 가게를 이어 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옛 주인의 노하우와 기술을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자신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지 장사치는 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런 신념을 꾸준히 가져온 덕분인지 '기차여행'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들깨칼국수를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김 사장은 "그릇을 하나 바꾸는 데에도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다. 그냥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옛 주인은 심사숙고 끝에 맛을 개발하고 운영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의 식당 운영 방식을 바탕으로 저도 항상 고민하며 음식을 상에 올린다. 음식을 만드는 곳이기에 청결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하얀색의 깔끔한 요리사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비록 칼국수 한 그릇이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강렬한 추억으로 남거나 즐거움을 줄 수 있기에 언제나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박 작가는 들깨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는 "요즘은 기차라는 단어를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KTX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KTX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차여행'이라는 이름에는 정감이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기차라는 단어는 추억을 상기시킨다. 다들 이 식당에 오면 칼국수를 먹는게 아니라 추억을 먹는다고 한다. 함께 식사를 하는 이들과 과거의 추억을 먹고 인연의 깊이를 채운다는 것이다"라며 칼국수를 입에 후루룩 말아 올렸다. 김 부지회장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기차여행' 전경.
김 부지회장과 박 작가는 어느새 한 가닥의 면도 남기지 않고 그릇을 비워 버렸다. 김 부지회장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 오면서 운은 항상 제 편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음악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작곡 등의 작업을 할 계획이다. 이른 시일 안에 직접 작곡, 작사를 한 뮤지컬을 하나 만드는 게 목표다. 음악은 제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생면에 들깨칼국수의 육수가 스며들어 더욱 감칠맛을 내듯이 음악은 저에게 추억이고, 현재이며,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제 삶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들깨와도 같은 존재"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부지회장은 음악 이야기에 관한 한 한번 시작하면 끝없이 말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상기된 얼굴에서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음악 인생이 구수한 들깨향처럼 피어올랐다.   
 

▶기차 여행/가야로 157번길 18호. 055-313-1822. 들깨칼국수 6천 원, 들깨수제비 6천 원, 매생이칼국수(동절기)·매생이수제비(동절기) 6천500원, 콩국수(하절기) 6천 원.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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