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엄마 속을 이렇게 뒤집어 놓는 거니?" "네 앞에서 내가 죽는 걸 봐야 정신을 차리겠니?"
 
엄마와 자녀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 뒤 정말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자녀는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저도 부모이기 때문에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 그 엄마에게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연구소 상담실에서 자녀의 문제로 부모를 상담하면서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함께 살아가기를 권유해 왔습니다. 부모교육 시간에는 공부 그 자체보다 초·중·고 학창 시절에 형성된 성격과 태도, 습관이 아이의 미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녀 교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분노 조절 능력입니다. 분노는 생활 속에서 수많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직접적인 화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거짓말, 비난, 도둑질, 우울증, 칩거, 태만, 절망, 자기 파괴, 낮은 자존감, 복수심, 중독, 두려움, 자살이라는 모습으로 변형이 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가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자신을 힘들게 하고 소중한 사람을 해치게 됩니다. 많은 경우 화가 나면 주로 공격형, 수동형, 수동공격형으로 분노를 표현합니다.
 
공격형은 당사자에게 직접 화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흔히 욱하는 성격의 부모, 뒤끝 없는 성격이라 자칭하는 부모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유형입니다. 최근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보복운전은 분노 조절 능력이 무너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동형은 당사자에게 직접 표현하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담아두거나 엉뚱한 대상에게 표현하는 유형입니다. 자식 문제로 남편에게 화를 내거나, 남편 문제로 자식에게 화를 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수동공격형은 당사자에게 직접 화를 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게 보복하는 유형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깨워도 일찍 일어나지 않거나, 밥을 안 먹고 학교를 가면서 엄마 속을 태우는 경우이지요. 나의 분노 유형이 이 중에 해당한다면 분노를 건강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를 조절하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점은 화는 '저절로 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는 것'이라는 인식입니다. 어떤 순간 마음속에 화가 일어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상대방에게 분출하는 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화를 내고 누구는 내지 않습니다. 같은 짓을 해도 작은아이에게는 화가 안 나는데 큰아이에게는 화가 난다면 화는 분명하게 나의 선택입니다.
 
부모와 자녀의 소통 장면을 보면 '네 탓 화법'을 많이 씁니다. 즉, "엄마, 잔소리 좀 하지 마세요", "엄마가 잔소리 좀 안 하게 만들어 봐"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네 탓 화법'의 근원에는, 나의 행동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수동적·종속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경우 결코 화를 조절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 역시 비슷한 사고와 감정 표현 방식을 배우게 만들어 주도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게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미국의 스티븐 코비 박사에 따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제1습관은 주도적인 행동에서 나옵니다. 주도적인 행동의 근원에는 '모든 행동은 내 선택의 결과'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네 탓 화법'으로는 이런 인식이 자라기 힘듭니다.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당당히 선택하는 모습 즉, '나의 화는 너에 의해 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는 결정은 아이 역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서 주도적인 표현을 하는 부모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네 모습을 보니 잠이 부족한 것 같아 안타깝구나. 그래도 학교시간에 늦을까 봐 엄마가 오히려 마음이 급하구나."
 
아이의 행동과 나의 감정을 연결시켜 말을 하는 이런 화법은 연습을 통해서 습관화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시작해 보실까요?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