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링티안 씨가 살고 있는 컨테이너 기숙사 내부. 지난 여름 내린 비가 새서 벽은 얼룩져 있고 실내이지만 점퍼를 입지 않고는 지내기 힘들 정도로 춥다. 사진=박정훈 객원기자.

업주 "지어주고 싶어도 언감생심… 정부지원 절실"

어느덧 우리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이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진영농공단지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A사 대표 김모(56) 씨는 "번듯한 기숙사…지어주고 싶죠. 하지만 워낙 영세한 기업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대표는 공장 한 편에 기숙사 대용 컨테이너 2개를 설치해 두었다.
 
그는 파키스탄과 베트남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6명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불만과 불편을 모르는 바 아니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컨테이너는 원래 사람 살라고 만든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서 불편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바닥에 전기 판넬을 설치해 줬지만 겨울철 추위를 막기는 역부족이다"면서 "노동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각종 온열기를 사용하는데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불안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기숙사 대용 컨테이너를 설치한 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농공단지라서 기숙사 없이는 인력 구하기도 힘들지만, 영세해서 기숙사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노동자 몇 명을 위해 몇 억원이 넘게 드는 기숙사를 짓는 일은 연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때 김 대표는 진영 읍내에 있는 가정집이나 공동 주택에 전세나 월세를 얻어 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돈이 적게 드는 컨테이너에서 살겠다고 고집했다고 한다. 집세,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생활비를 줄이려고 사내에 위치한 컨테이너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기세 외에는 외근인 노동자들에게 기숙사 경비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공장에서 2년째 일하고 있다는 알사바(36·가명)씨는 "공장 인근에서 자취를 하려면 월세가 20만원 이상 들어가는데다, 교통이 불편하고 차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는 불편하고 지저분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농공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전제로 여러 업체들과 공동 기숙사를 만드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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