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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대한 삶의 열정 한지 위에 먹으로 녹여내최현정 제일고 미술교사와 ‘꿈익는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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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4.20 09:29
  • 호수 269
  • 12면
  • 강보금 기자(amond@gimhaenews.co.kr)

   
▲ 김해제일고 최현정 교사가 작업실 '꿈익는 공작소'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해제일고등학교에 있는 최현정(46) 교사의 작업실을 찾아갔다. 김해제일고로 가려면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턱 끝에 차오르는 숨을 간신히 끌어 올릴 즈음 김해제일고 가온갤러리 앞에 설 수 있었다. 가온갤러리가 있는 건물의 3층에 그의 작업실을 겸한 수업 준비실이 있었다. 그 옆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미술실이었다. 작은 방 한 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크기의 작업실이었다.

어린 시절 종이 오리거나 그림에 푹
초등학생 땐 동시로 상 받아 시인이 꿈
고교 때 학원 다니며 본격 미술 공부
미술선생님 영향 받아 교사의 길로
“언제나 대작 나만의 그림 그리고 싶어”
지난 1월  ‘원대리 이야기’ 첫 개인전 

최 교사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작업실에서 맨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책상이었다. 보통 교무실에 있어야 할 책상이 그곳에 자리를 잡고서 방문객을 맞았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서류들과 교재들이 꽂혀 있었다. 그 중 미술관련 서적들이 눈에 띄었다. 가온갤러리를 운영하기 위해 그가 공부하는 책들이었다.
 
"갤러리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언제나 책을 통해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뭉크, 피카소, 에곤 실레, 앙리 마티스 등과 함께 모닝커피 한 잔을 나누며 대담을 하는 느낌입니다. 학생들에게 예술가의 삶과 열정을 더욱 자세히 알려 주기 위해 공부를 따로 하지만, 저도 동시에 그들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얻는 교훈이 많습니다." 그가 읽는 책들에 등장하는 예술가들과 마음으로 대화를 한다는 최 교사는 책을 읽음으로써 명상을 하는 듯했다. 책 속 인물과의 대화는 자아성찰과 작품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 '꿈익는 공작소' 전경.
최 교사의 작업실은 책상 뒤쪽에 있었는데,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다. 작업실 왼편에는 대작으로 탄생하길 기다리는 화선지 몇 폭이 겹쳐져 있었다. 오른편에는 분채를 아교에 섞어 만든 채색 물감들이 동그란 파레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젤 하나는 중앙에 자리를 잡고 서서 '여기는 작업실'이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젤 위에는 작업 중인 낙엽 그림이 스케치되어 있었다. 한국화에도 이렇게 다채로운 색감이 쓰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작업실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낭만입니다. 김해제일고 가온갤러리의 관장으로서 전시기획이며 도슨트를 위한 공부도 하지만, 화가로서의 꿈도 함께 키워 온 공간입니다. 학생들의 꿈도 함께 익어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꿈익는 공작소'라고 불러요."
 
최 교사의 책상 옆 벽면에는 수업 일정표와 많은 메모지들이 알록달록 붙어 있었다. 그 중 한 장의 메모지는 다른 여러 장의 메모지와 필체가 달랐다. 읽어 보니 '최현정 선생님♡ 모두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생님처럼 좋은 미술 교사가 되고 싶어요. 늘 감사드립니다! -주현 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학생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상 노력하는 학생이어서 유달리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를 롤모델로 삼아 미술교사의 길을 선택한 학생입니다. 이 학생이 힘들게 미술교육학과에 입학한 후 이렇게 찾아와 메모를 적어 놓고 갔더라고요. 참 뿌듯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제 대학 후배가 되어 교사의 길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최 교사가 미술교사가 된 사연도 메모를 남긴 학생과 비슷했다. 어린 시절에 그는 종이를 오리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 '달달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색종이를 오리고, 가지고 놀던 인형을 그림으로 그리고, 색칠을 하는 등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바쁜 놀이 생활을 하던 아이였다. "정작 학교에서 상을 받은 분야는 동시 쓰기였습니다. 학교 대표로 나가 상을 받기도 해 교사들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았지요. 그래서 초등학생 때의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바느질(홈질)을 배워 헝겊인형이나 닥종이 인형을 만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시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 대신 조형언어로 저를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 알록달록한 색깔의 물감이 담긴 원통들.
최 교사는 고교생 때 본격적으로 입시미술학원에 다니며 미술 공부를 했다. 그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가정이었기에 반대는 없었다. 부모는 예술계로 간다고 해서 안 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지원을 해 주었다"라고 말했다.
 
"울산여자고등학교에 다닐 때 정말 멋진 교사가 있었어요. 미술교사였는데 언제나 여유롭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풍모에서 예술적 감성이 그대로 드러났기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 미술교사는 저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미술을 좋아했던 감성적인 소녀는 그 때부터 미술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 먹었다. 꿈을 이룬 소녀는 이제 슬하에 제자를 둔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제자가 그를 따라 미술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최 교사는 울산여고를 졸업한 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1995년부터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김해와의 인연은 2010년 임호중학교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지금의 공간을 갖게 된 것은 김해제일고에 재직하면서부터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초빙되었다고 한다. 올해로 3년 째 김해제일고에서 재직 중이다. "김해제일고는 신설학교여서 환경이 좋은 편입니다. 저도 특별히 작업실을 따로 구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제 1년의 기간이 남았습니다다. 다음에 초빙할 교사를 물색 중입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열정이 있고, 학생들에게 좋은 이 환경을 잘 활용할 교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 교사는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면 따로 작업실을 구할 생각이다. 자신만의 작업에 대한 열정이 더 늘어났기 때문에 작업의 양을 늘리고 대작 위주로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또 작가로 활동하는 등 동시에 세 가지 역할을 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처음엔 우선순위에서 작가로서의 삶이 가장 끝으로 밀려났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언제나 저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아들과 딸에게 양해를 구하듯 하면서 작업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아들과 딸은 '포털사이트에서 최현정을 검색했을 때 아나운서 최현정이 아닌 한국화가 최현정이 나올 때까지 그림을 그리세요'라며 적극 지지해 주었어요. 지금은 포털사이트에서 제 이름을 치면 저의 그림이 나온답니다. 아이들은 매우 자랑스러워해요."
 
   
▲ 수업시간에 그린 학생들의 작품.
그렇게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노력한 끝에 지난 1월 최 교사는 김해the큰병원 숲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원대리 이야기'를 열었다. 그는 6년 전 가족들과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가서 본 자작나무에 반해버렸고, 자작나무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전국의 자작나무 집성지들을 찾아 다녔는데, 원대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원대리는 차에서 내려 임도를 1시간 반가량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정말 설레고 행복합니다."
 
그의 작품은 한지 위에 먹과 채색을 올린 것들이다. 그는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에서 생명이 삶을 지속하는 고귀한 질서를 발견했다. 오롯이 성장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자연의 모습에서 자신도 진실되고 선하게 정성껏 살고 싶다는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
 
그의 호는 은목이다. 산높을 '은'에 나무 '목'을 쓴다. 그는 작가라는 꿈을 잊은 채 살아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음에 큰 구멍이 생겼다고 한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던 구멍 때문에 3~4년 동안 넋 나간 사람처럼 가슴시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좋아하는 것을 하며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붓을 다시 잡았다.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가족들이 높은 산에 깊이 뿌리 내린 큰 나무처럼 이제는 그 어떤 이유로도 그림을 다시는 놓지 말고 살라며 호를 지어 주었다.
 
"물감을 준비하는 그 시간은 마치 저를 위해서 기도를 드리는 시간 같아요. '은목~ 잘 해보자. 지치지 말고, 적당히 봐주지 말고 집요하게 그려보자'라는 마음속 다짐으로 시작한답니다." 은목은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그림 속에 정직하게 그려 넣고 있었다.  

≫ 최현정/김해제일고등학교 미술교사. 201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부문 평론가상 및 공무원미술대전 특선, 2013년 행주미술대전 특선 및 경남여성미술대전 특선, 경남미술대전 특선 및 김해미술대전 우수상 특별상 등 수상. 2013년 김해미술협회 한·일미술교류전, 2014년 한·우즈벡 국제미술교류전 등 참여.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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