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부경 외동·독자

희뿌연 연무에 도시가 가라앉았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사정거리 속에서 미세먼지 예보를 점검하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불의 고리를 올라타고 있는 이웃나라의 천재지변에 놀란 가슴 때문인지 더더욱 오늘의 황사가 목을 타게 한다. 오늘 미세먼지 지수는 '아주 나쁨'을 기록하고 있다.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 전언을 듣는다.

봄마다 중국발 황사가 한반도를 희뿌옇게 뒤덮어버리는 것은 분명히 자연의 힘이라기보다는 엄연한 인재의 결과다. 무분별한 기계론적 개발 때문에 자연이 맥을 못 추고 변질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황사 특수를 탄 덕분에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공기청정기는 가정 필수품이 됐다.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대처라도 잘해야 한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미세먼지 예보나 황사마스크 등이 최선책일까.

현실은 그것이 아니다. 호흡기질환 환자 수의 증가보다 중국발 황사가 점점 강력해진다는 데 두려움이 더 크다. 이미 중국 본토의 스모그는 악성 수준이다. 물 건너 산 건너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의 중금속 함량도 가히 심각하다. 황사의 근원지인 이웃나라에게 땅을 바꾸자고 할 수도 없고, 우리나라 상공에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나노캡을 씌울 수도 없다.

두 나라가 서로 만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념을 떠나 돈독한 친분을 쌓고 있는 정상들보다는 실무진들이 끊임없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실질적 가해자인 이웃나라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해시켜야 한다. 피해자라고 울먹이지만 말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설득해야 한다. 이미 학계에서는 중국학자들과 공조해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들이 황사전담반을 설치했지만 활동은 미미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해시는 어떨까 궁금해진다. 물밑의 움직임을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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