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침체에 빠진 지구촌 글로벌기업들은 살벌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란, 기존 사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심각하게 둔화된 기업이 인력 감축, 사업 통·폐합 및 축소 등을 진행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구조조정이 우리에게 실감나게 다가온 것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부실금융기관을 대거 정리하면서부터다. 최근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조선·해운업이 가장 심각하다. 조선·해운업의 위기는 세계경기 침체, 공급 과잉, 선주의 과다 임대료, 출혈 수주 경쟁 등이 원인이다.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권이 눈치를 보다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친 점도 없지 않다. 조선업의 중심인 거제와 울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경남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심각하다.
 
국내 조선 3사의 손실 가운데 80%는 유전 탐사, 시추, 생산설비 등의 해양플랜트이다. 국내 조선사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설계능력과 원천기술 부족으로 핵심기술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핵심기술 부족으로 애초 원가산정이 어렵고, 기본설계가 잘못돼도 검증할 수가 없다. 공기가 지연돼 인건비가 늘고, 인도 지연으로 배상금까지 부담했다. 더욱이 저가 수주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선협상자를 제치고 국내 업체들끼리 수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주하기도 했다.
 
구조조정의 방향은 정부가 돈을 풀고 무작정 경쟁 기업체 수를 줄이고 사업의 규모를 줄이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다운사이징'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는 해외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바라는 한국의 구조조정 방향이기도 하다.
 
한때 세계 조선업 1위였던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밀려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쟁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일본은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조선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덕에 경쟁력을 회복해 최근 글로벌 강자로 재부상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1~2년차 신입사원까지 명예퇴직시켜 화제가 됐던 국내 건설장비업체와는 달리 세계적 건설 불황에도 영업이익을 꾸준히 늘리는 세계 1위인 미국 캐터필러사가 주목 받고 있다. 중국도 인터넷플러스 행동계획을 만들어 국영기업에 IT 기업혁신 벤치마킹을 통해 구조적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솔개는 약 70년을 살아 조류 중에서 장수하는 새다. 솔개는 40세가 되면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든지 30여 년을 더 살기 위해 6개월에 걸친 고통스런 갱생과정을 거치든지 스스로 선택해야한다. 갱생을 작심한 솔개는 산 정상 부근으로 날아가 둥지를 짓고 고통스런 수행을 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 후 새로운 부리가 나기를 기다린다. 다음에는 새로 난 부리로 발톱과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씩 뽑아낸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하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비상한 솔개는 30여 년을 더 살게 된다. 한 마리의 새도 자신의 수명연장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쏟는다. 글로벌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고통의 한계는 언급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김해뉴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