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자는 집이 타고 있어요!"
 
지난달 23일 오후 4시께 김해시 강동동 168번지 농기구 보관용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베트남계 노동자 6명이 불타는 컨테이너 부근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불은 인근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를 태우고 26분만에 진화됐다. 화재가 진압될 때마다 주민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베트남계 노동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사람들은 이 컨테이너가 버려진 것이라고 생각했고, 관계 당국은 컨테이너의 용도를 '불명'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컨테이너는 김해의 모 농장에 고용된 베트남계 노동자 6명의 기숙사였다. 농장 측이 정해 준 숙소였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집'이 불에 타고 물에 젖는 모습을 시커먼 연기 속에서 망연자실하게 바라봤다.
 
다행히 화재 발생 시점인 오후 4시는 노동자들이 농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화재 현장의 참담함은 대형 참사를 연상케 했다. 최초 목격자 김임순(60·강동) 씨는 "한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더니 5분여 만에 인근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로 옮겨 붙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은 컨테이너 옆으로 수십 개의 비닐하우스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앞에는 도랑을 낀 좁은 길 뿐이어서 노동자 6명이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방관계자도 "불이 잘 붙는 소재인 비닐하우스와 용도불명의 컨테이너 박스가 너무 가까이 붙어있었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람이 있었다면 큰 사고로 번질 뻔했다"고 말했다.
 
새까맣게 탄 컨테이너의 내부는 참혹했다. 건조하고 좁은 실내에 옷가지 등 불에 취약한 가재도구와 전열기구가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었지만 소화기같은 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미나리 농사를 짓는 주민들조차 컨테이너의 용도를 모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재 발생 당시 컨테이너를 상대로 한 인명구조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이곳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가 있다는 정보가 없었다"며 "그래서 농기구 보관 창고 등을 대상으로 한 건물 화재 진압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만약 노동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면 엄청난 참사가 발생할 뻔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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