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지난 12일 학교 주변 위험환경을 지도에 기록하고 있다.

13개 초등학교 학생 311명 참여
현장 돌며 아동안전지도 제작
완성 후 각 학교 홈페이지 게시

"내동공원에 부서진 울타리가 있어 친구들이 다닐 때 위험할 것 같아요."
 
지난 12일 내동초등학교(교장 김명환) 6학년 2반 어린이들은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다. 햇볕이 뜨거워 무더운 날씨였지만 어린이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혹시라도 무심코 지나치는 곳이 있을까 주변을 샅샅이 살피느라 이마에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혔다.
 
김해시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김해교육지원청, 김해중·서부경찰서, 여성 민간단체는 '아동안전지도'를 만들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직접 학교 주변을 돌아보면서 위험 환경을 찾아내 지도로 만듦으로써 아동범죄를 예방하고 학교 주변 위해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지난달 12일 진영대창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지역의 13개 초등학교 어린이 311명이 직접 아동안전지도 제작에 참여한다.
 
내동초는 안전지도 제작에 참여한 8번째 학교였다. 이날 김해중부서 여성청소년과 강지유 순경이 지도 제작에 앞서 40분간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했다. 그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상황별 범죄발생 유형을 설명하면서 "어린이들이 믿고 있는 사람도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교실 칠판에는 학교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300m 이내를 표시한 스쿨존 지도가 붙여졌다. 안전지도 강사들은 지도를 4개 구역으로 나누고 어린이들을을 4개 조로 편성했다. 어린이들은 현장안내, 교통안전지킴이, 질문자, 사진촬영, 지도기록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어린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 학부모, 안전지도 강사, 경찰관과 동행하며 현장을 탐색했다. 내동공원을 둘러싼 나무 울타리를 발견한 한 어린이가 "울타리가 부서져 있다"며 친구들에게 알리자 촬영을 맡은 어린이가 사진을 찍었다. 기록담당 어린이는 종이에 '내동공원 나무울타리 파손'이라고 적은 뒤 지도에 표시했다. 어린이들은 통행량이 적거나 가로등이 없는 곳, 사각지대, 쓰레기가 방치된 장소에서 앞의 과정들을 반복하며 지도를 채워 나갔다.
 
지도에는 위험한 장소뿐만 아니라 안전한 장소도 표시했다. 주위에 폐쇄회로TV(CCTV)가 있거나 치안시설, 비상벨 등이 있는 곳에는 '안전한 장소' 스티커를 붙였다. 한 어린이는 "안전한 곳보다 위험한 곳이 훨씬 많다"고 아쉬워했다.
 
질문을 맡은 어린이는 골목길을 지나가던 시민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이곳에 위험한 물건이나 장소가 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질문을 받은 시민은 "좁은 길에 주차된 차들이 많고 가로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지나가는 시민이 없으면 직접 건물 안에 들어가 질문하는 열의도 보였다. 내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영희(40·여) 씨는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안전지도를 만드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주택가에 CCTV가 없고 밤길이 어두워 불안한데 이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뙤약볕 아래 40분간 쉼 없이 걸었지만 어린이들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들은 학교로 돌아가 학교 주변의 위험한 곳, 안전한 곳을 설명하면서 느낀 점을 발표했다. 이송희 양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생각보다 많았다. 학교 친구들을 위해 지도를 만들어 보람차다.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해시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 신순재 대표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지도를 만들어 실제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컴퓨터 작업을 거쳐 지도를 완성해 각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해시 여성아동과 양미점 주무관은 "안전지도 제작을 통해 올바른 아동성폭력 예방 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장조사로 밝혀낸 위험요인들은 해당 부서에 통보해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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