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의놀이터'에 참가한 한 가족이 지난 15일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고 있다.

김해기적의도서관 '기적의 놀이터'
15일 율하유적공원에서 진행
가족 80여 명 종이상자 집 꾸며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요. 매일 친구들이랑 이렇게 놀고 싶어요."
 
지난 15일 장유 율하동 김해기적의도서관(관장 차미옥) '앞마당'에 어린이와 부모 등 80여 명이 모였다. 저마다 종이상자를 여러 개씩 들고 있었다. 종이상자 외에 충격방지제, 비닐, 색연필, 크레파스, 종이컵, 풍선, 노끈 등도 갖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종이상자로 집을 만들었다. 다른 어린이들이 만든 집을 구경하거나, 서로 친구가 돼 집 안에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놀이기구는 하나도 없었지만,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훌륭한 '기적의 놀이터'였다.
 
김해기적의도서관(관장 차미옥)은 이날 '도서관 앞마당'으로 부르는 율하유적공원에서 '기적의놀이터' 행사를 진행했다. 2013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해 올해로 3년째 맞은 행사였다. 전남 순천에서 전국 최초로 만든 놀이기구 없는 '기적의놀이터'를 디자인한 편해문 놀이터디자이너가 행사 진행을 도왔다.
 
요즘은 아파트 놀이터에 각종 신기한 놀이기구들이 마련돼 있지만,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요즘 어린이들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어린이들에게 참된 놀이터 문화를 가르쳐 주자는 게 이 행사의 취지였다.
 
종이상자에 '행복이 가득한 우리 집'이라는 글자를 쓴 왕지은(10) 양은 기적의놀이터를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는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와 함께 종이상자로 집을 만드는 게 훨씬 재미있다. 출장 간 아버지도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록달록한 크레파스꽃이 핀 집도 있었다. 자매인 강은미(11), 지은(8) 양은 팔을 걷어붙이고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은미 양은 "평소에는 동생이랑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뮤직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면서 논다. 오늘은 동생이랑 집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기적의놀이터가 운영되는 2시간 동안 각 가족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좋은아빠모임(회장 김주원)'의 회원들이었다. 김 회장은 "기적의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보물찾기, 실뜨기, 술래잡기, 비석치기 등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고무줄놀이는 뜻밖에 남자 어린이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갔다가 남는 시간에는 TV나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매일 이렇게 하다 보니 노는 방법을 모른다. 기적의놀이터를 찾는 시간은 어린이들의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편 디자이너는 "어른들이 생존을 위해 일을 하듯이 어린이들은 생존을 위해 놀아야 한다. 요즘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게임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을 나무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적의놀이터는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놀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장소를 제공한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적의놀이터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2~4시 열린다. 차 관장은 "어린이들에게 놀이 방법을 가르쳐 준다. 단순하더라도 부모, 친구와 함께 놀이를 하면 어린이들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부모들이 먼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기적의놀이터를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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