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사업 때 ‘터미널’지정
박연차, 559억 차익 남기고 팔아
시, 특혜의혹  받으며 용도 변경
마트만 지으려다 백화점도 포함
지역 상인 항의집회에도 무신경


한국토지공사는 1990년대 초반에 김해에서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을 벌였다. 이 때 시민 편의를 위해 내외동 7만 4천여㎡ 부지를 터미널 용지로 지정했다. 당시 내외동의 상업지역 땅값은 평당 400만~500만 원이었지만, 터미널부지는 공공용지였기 때문에 주변 땅값보다 싼 148만 원이었다. 이후 1994년 성원토건, 1998년 김 모 씨로 알려진 기업인, 2002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이어 2010년 신세계로 땅 주인은 계속 바뀌었다.
 
박연차 회장은 이 땅을 340여 억 원에 사들였다. 소유주가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전매형식으로 매입했다. 그는 신세계에 899억 원을 받고 부지를 되팔았다. 그가 챙긴 차익은 무려 559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가 매입할 당시 해당 부지는 2009년에 만든 도시계획에 따라 '자동차 정류장' 용도로 지정돼 있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없이는 터미널 이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구단위계획은 한번 만들면 5년 이내에는 변경할 수 없다. 원칙대로라면 2014년이나 돼야 바꿀 수 있었다. 김해시는 당시 논란이 일자 "경남도가 승인해야 지구단위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인구가 50만 명 이상인 기초단체는 도시계획을 직접 이행할 수 있다. 시는 인구 50만 명을 넘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다. 시는 2011년 6월 3일 신세계가 터미널과 복합상가를 신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김해(내외지구) 도시관리계획(제1종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했다. 이어 2012년 2월 23일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연차 게이트'로 수감돼 있던 박연차 회장이 잠시 보석으로 나와 김맹곤 당시 시장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박 회장과 신세계가 땅을 사고팔면서 이 부분에 대해 밀약을 했다는 설도 유력하게 나돌았다. 김해의 한 유력 인사는 "김해여객터미널 부지의 용도변경 건은 특정 세력이 짬짜미를 해 김해시민들의 땅을 훔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후 신세계는 2013년 2월 이마트의 면적을 줄이고 신세계백화점을 신축할 방침을 밝혔다. 이마트만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백화점과 이마트를 동시에 세우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지역 상인들은 즉각 백화점 입점에 반대하고 나섰다. 상인들은 그해 3월 20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맹곤 전 시장을 규탄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김해시청 앞에서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입점 반대 시위를 벌였다.
 
상인들은 감사원에 '내외지구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에 대해 감사를 청구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건축허가가 타당한지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6월 3~5일 감사청구조사국 조사2과 소속 5~6급 감사관 4명을 김해에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7월 3일 '감사 청구를 기각한다'는 내용의 처리 결과를 통보했다. 당시 감사원이 김해시의 주장만 두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신세계는 감사원의 입장이 나오기 하루 전인 7월 2일 외동 7만 4천200㎡ 김해여객자동차터미널 부지에 3천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4만 3천880㎡ 규모의 건물을 짓겠다며 건축허가서를 시에 접수시켰다. 건축물은 백화점 3만 9천600㎡, 이마트 9천900㎡, 영화관 6천930㎡, 문화센터 1천485㎡, 여객터미널 1만 6천500㎡였다. 시는 7월 24일 건축허가를 내 줬고, 신세계는 공사에 들어갔다.
 
당시 김해시의회 이상보(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7월 8일 제171회 1차 정례회에서 신세계 관련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무기명 투표 끝에 찬성 8, 반대 10으로 특위 구성은 부결됐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건립을 견제할 마지막 방법이 사라진 것이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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