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은 달력의 중간 부분에 숨어 있다가 한 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불쑥 찾아옵니다. 신록의 계절인 5월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비단 저 혼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 게다가 기념일이나 생일이라도 들어 있다면 더욱 바쁘고 부담스러운 달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날들을 기억하고 챙기는 것을 '의식(儀式)' 혹은 '리추얼(rituals)'이라고 합니다. 어떤 날은 기다려지는 날이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야말로 의무적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습관적이고 의무적인 리추얼을 어떻게 하면 정서를 공유하고 의미가 부여되는 행복의 씨앗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음악회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기를 원하는 것도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정서적인 경험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는 이러한 정서적 경험을 할 수가 없을까요?
 
일상에서도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특별한 의미와 느낌을 부여하면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은 '마음먹기'에 따라 너무나 다양합니다.
 
아침이면 원두커피를 갈아 내려 향 좋은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매일 행복한 아침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토요일이면 산행을 하는 토요산행 리추얼, 산행 후 시원한 막걸리와 두부김치로 마감하는 하산주(下山酒) 리추얼도 있습니다. 일주일을 보내면서 늘 그 토요일의 산행을 기대하고, 그 시간을 통해 한 주의 고단함을 씻고 산행의 뿌듯함을 함께 맛보는 것이지요.
 
또 남편, 아내가 함께 만드는 리추얼도 있습니다. 데이트하는 날을 정해 연애할 때의 기분으로 한껏 멋을 내고 영화나 연극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아내의 생일에는 남편이 하루 정도 주부가 되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렇듯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즐거운 리추얼을 다양하게 개발하면 됩니다.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일들을 정해놓고 그날을 기다리며 설레는 시간이 바로 새로운 정서 경험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을 살아갈수록 이런 종류의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이 메마른 우리의 삶을 구원해 주고 '살아 있어 행복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삶이 더 이상 건조하고 팍팍하지 않으려면 '내 삶의 느낌이 더욱 좋게 느껴지는 나만의 리추얼'을 직접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일상에 작은 행복을 더해줄 리추얼을 무엇으로 정해볼지 한번 생각해 볼까요?  김해뉴스


박미현
한국통합TA연구소
관계심리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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