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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설탕이 귀하디 귀한 음식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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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5.25 09:50
  • 호수 275
  • 16면
  • 조병제 한의·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report@gimhaenews.co.kr)

 개항 전 조선에서는 약재로 사용
 왕·왕자·왕후나 먹을 수 있어
‘과유불급’시대 현명한 섭취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근래 들어 설탕의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년 전체 2㎏이 안 되던 1인당 연간 설탕 섭취량이 지금은 34㎏으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1962년에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이 4.8g이었던 것이 2013년에는 72.1g으로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에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가 4억 2천200만 명으로 1980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히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설탕이 많이 든 과자, 음료 등의 소비량 증가를 꼽았다. '지나치면 독'인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 속에 설탕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보자.
 
개항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에서 설탕은 귀한 약재로 사용되었다. 설탕의 수입량이 아주 적었기 때문에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왕실에서나 노쇠하거나 자양이 부족하고 허약할 때, 원기를 돕기 위해 복용한 귀한 약재였다. 왕이 직접 복용할 때도 있었고, 왕자나 원손이 아플 때 약으로 먹기도 했다. 세종의 비(妃)인 소헌왕후가 병이 났을 때 사당(沙糖. 설탕)을 먹고 싶어 했는데도 맛 볼 수 없었다고 했을 만큼 귀했다. 1452년에는 문종이 설탕을 얻자 어머니인 소헌황후의 영혼 앞에 바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할 정도로 왕후가 병들었을 때조차 쉽게 먹을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때로는 왕이 설탕을 병든 신하에게 하사하기도 했다. 설탕은 왕이 신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물품이었다.
 
왕은 병든 신하에게만이 아니라 조선에 온 명나라 사신을 후하게 접대한다는 표시로써 설탕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렇게 설탕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귀중품이었다.
 
왕실만이 아니라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온 고위 관료들은 개인적으로 설탕을 가지고 와 귀한 구급약으로 사용했다. 허균은 "그대 어머님 병환이 너무 오래되니 마치 내가 우리 어머니 병환을 시중들던 때와 같이 걱정되는 마음이 드네. 당(糖) 한 덩어리를 마침 구했기에 이생(李生)이 가는 편에 부치니 식사 후에 드시도록 하게"라면서 보냈다.
 
1700년에 지어진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약재의 독을 해독할 때나, 잘못하여 물건을 삼켰을 때, 혹은 두창이 났을 때, 설탕을 다른 약재와 함께 복용하라고 하였다.
 
개화기 당시 서구인들은 정제된 백설탕 소비 여부를 가지고 그 나라의 문명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삼았고, 자신들은 설탕 넣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데 대해 자부심과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 왕실에서는 서구인들을 궁궐로 초대하면서 그들을 위해 설탕에 버무린 호두, 커피, 사탕, 과자, 잎담배, 샴페인, 포도주 같은 음식을 차려 융숭하게 접대했다. 또한, 설탕을 넣은 과자는 왕실이 어린 학생들에게 베푸는 시혜품, 하사품이 되었고 대내적으로 경축할 때 간식이나 오찬으로 과자를 하사했다.
 
1900년대 초, 조선의 문명 개화론자들은 기술 문명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풍속까지 서양화하는 것이 '개화'라 판단하고 세계 각국의 문명수준을 국민 1인당 설탕소비량으로 계량화하여 그 나라의 문명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고까지 보았다. 따라서 그들은 갓난아기에게 주는 우유에 생후 개월 수에 따라 백설탕을 첨가할 것을 권했다. 이러한 서구 중심적 설탕 문명화·영양담론은 해방 전후까지 한국사회에 영향을 주어 아동들의 간식 필요성이 다양하게 강조되었다. 1930년대 중반까지 간식으로 추천한 것은 대개 과자나 과일이었다. 젓을 뗄 때부터 설탕을 넣은 과즙을 주거나 과자를 주기 시작했다. 과자는 일본 과자와 양과자가 대부분이었다. 학자마다 1∼2세씩 연령차이가 있지만 대개 젖을 뗀 2∼3세 아이에게 웨하스(Wafer), 카스텔라(Castella), 비스킷, 슈크림, 빵, 과실즙(주스), 우유, 토마토, 5세가 되면 모나카, 캐러멜, 양갱, 센베이, 양과자, 군고구마(야끼이모)과자, 엿, 좋은 아이스크림, 우유, 과일, 6세에는 만주, 모찌, 초콜릿, 우유, 7세이면 아무 것을 먹여도 좋다고 했다. 과일도 그냥 주기보다 설탕을 탄 과일즙(주스)을 주든지, 설탕에 절이거나 과일로 만든 과자가 더욱 좋다고 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하였던가! 지금은 현명한 설탕의 섭취가 필요한 시기이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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