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문화체육관에서 신세계·이마트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사진=김해뉴스DB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이 오는 6월에 문을 연다. 김해시 유통업상생협의회가 개점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이마트는 물론 김해의 대형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지법인화를 요구하고, 상생협력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지법인화와 가이드라인이란 게 무엇인지, 지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지역의 사례는 어떠한지 등을 알아봄으로써, 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의 현지법인화·가이드라인 설정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본다.

김해 대형유통업체 7곳 모두 무관심
“조직 별개운영 비용·손실 커” 핑계

대구 신세계·울산 롯데는 수용 결정
부산서는 지난해 시민운동 본격화
김해시 “타도시 비교 무리” 소극적

■ 김해 지역 현지법인화 현황
㈔중앙상가협의회·김해시소상공인연합회·㈔김해중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는 23일 "앞으로 김해시에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을 비롯해 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지법인화를 추진하고, '대규모점포의 지역사회 기여와 상생협력방안 가이드라인'를 제정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지법인화는, 대형유통기업이 지역에 유통점을 개설할 때 해당지역에 독립법인을 별도로 세우는 것을 말한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대개 본사가 서울에 있다. 각 지역에는 지점만 있다. 현지법인화를 하면 지역 유통업체 지점이 본사가 된다. 김해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김해점을 포함해 7개 대형유통업체들 가운데 현지법인화를 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2013년 김해시의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김해 지역에서 처음으로 현지법인화를 공론화한 김형수(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상생의 정답은 현지법인화다. 이를 통해 '향토기업'이 된다면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손해일 수 있지만 길게 봤을 때는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현지법인화의 장점
현지법인화를 했을 때 해당 지역에서 누리는 혜택은 매출액이 지역에 그대로 머문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김해점 등이 현지법인화를 할 경우 매출액은 서울 지역의 금융기관으로 송금되는 게 아니라 김해의 지역은행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매출액이 지역에 재투자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김해 지역의 6개 대형유통업체들이 거둬들인 지난해의 총 매출액은 5천64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의 현지법인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대형유통업체로 인한 지역의 자본 유출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현지법인화를 이룰 경우 지역 인력 고용, 지역상품 판로 개척, 지역 업체 입점 확대 등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지자체·시민 들과의 소통 역시 본사를 통하지 않고 바로 이뤄질 수 있다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 관계자는 "현지법인화가 되면 물류창고나 유통망이 지역 중심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지역 물품과 지역 업체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민과의 소통 역시 활발해진다. 현지법인이라면 업체와 주민들이 의견을 직접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의사결정이 빠르고 지역에 맞는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해당 지역에서 더 큰 규모의 세수를 기대할 수도 있다. 신세계복합환승센터의 현지법인화를 이룬 대구시의 담당자는 "큰 건물을 지으면 초기 5~10년 동안은 적자를 보게 된다. 당연히 일반지점보다 세금을 적게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해당 유통업체에서 올리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바로 받기 때문에 지역의 이익이 커질 수 있다. 당장은 세수에서 피해를 보더라도 현지법인화의 장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 현지법인화를 결정한 대구 신세계복합환승센터. 사진=연합뉴스
■ 다른 지역의 사례
1995년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이 현지법인으로 설립됐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운영자금을 모두 광주은행에 예치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준다. 다른 지점보다 지역생산품을 파는 비율과 지역민 채용 비율도 높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매년 '지역 우수 상품전'을 열어 지역 상품의 판로를 열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지역민에 대한 장학사업, 사회봉사, 문화·예술·체육사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후에는 대형유통점의 현지법인화 움직임이 주춤했으나 최근 들어 대구·울산에서 다시 물꼬가 트였다. 대구는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신세계복합환승센터에서, 울산은 오는 2018년 준공 예정인 롯데복합환승센터의 현지법인화를 이뤄냈다.
 
부산에서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대형유통업체의 현지법인화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부산역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롯데몰동부산점의 현지법인화를 위해 소비자·상공인·노동·시민단체 등 22개 단체가 연합한 '좋은롯데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진주에서도 현지법인화 요구가 나오는 등 각 지자체 구성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김해 지역 현지법인화 전망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개점을 계기로 현지법인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지만, 기존 업체들이 스스로 현지법인화를 단행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한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점에서는 입장을 밝힐 수 없는 부분이다. 현지법인화를 할 경우 기존에 안정적으로 구성돼 있는 내부 시스템을 새로운 구조로 바꾸는 데 큰 비용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지법인화 자체가 불가능하다. 법인규모를 거대화해서 박리다매를 하려는 게 대형유통업체의 운영방안이다. 현지법인화를 할 경우 조직을 별개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지법인화 문제의 경우, 김해시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좋은롯데만들기 운동본부' 관계자는 "현지법인화의 법제화는 경영자율권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때 필요한 게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언론을 통해서 내용을 알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현지법인화에 대한 여론을 이끌어나가면서 유통업체와의 협의를 진행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당연히 현지법인화를 안 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을 설득해야 지역에 득이 된다. 대기업에서 지역에 투자할 때는 지역을 배려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지역도 살고 본사도 산다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시의 반응은 의아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시 관계자는 "백화점 개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들어가 정착된 도시들의 사례와 김해를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소상공인들은 현지법인화를 계속 요구한다. 오히려 이게 갑질 아닌가. 현지법인화는 업체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법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배미진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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