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홍 전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이 곱창과 상추겉절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동통한 양곱창 씹을수록 깊은 맛
 지방 많은 대창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
 참기름 버무린 상추겉절이 곁들이면 깔끔

 매일 도축장서 공수한 재료 신선도 유지
 고춧가루로 맛낸 진득한 곱창전골 별미

 학생들에 참된 교육 실천한 ‘별난 교사’
“인생 2막도 남 돕는 일에 앞장설 터 다짐”


어느 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성기홍(63) 전 김해교육지원청장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장유 율하동에 위치한 '엄마양곱창'에서였다. 퇴근 시간, 도로에 엉켜드는 차들을 어떻게 어떻게 헤집고 달려갔더니 식당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 전 교육장이 환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5년 전 엄마양곱창에서 곱창을 맛본 이후로 단골집이 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많아 자주 찾는다"며 왁자지껄한 식당 안으로 안내했다.
 
"백수인데, 요즘 바빠서 과로사 하겠어요."
 

▲ 노릇하게 익어가는 양곱창.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묻자 성 전 교육장이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김해 관동중학교 교장과 경남과학교육원 부장을 지냈고, 2011년 9월~2013년 3월에는 제24대 김해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2014년 9월에는 제26대 김해교육지원청장으로 다시 취임했고, 지난해 2월 정년퇴임을 했다. 그는 "오전에는 서예를 하고 오후에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고정적인 일은 하지 않고 가끔 특강을 하며 지낸다"고 근황을 밝혔다.
 
성 전 교육장의 유쾌한 입담에 빠져들 때쯤 밑반찬이 나왔다. 양파와 오이로 만든 장아찌와 된장, 간장소스, 고추, 마늘, 상추겉절이가 놓였다. 이어 초벌구이된 특양모듬 한 판이 상에 올랐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서는 양과 대창, 곱창, 염통, 감자가 노릇하게 익고 있었다. 아삭하고 개운한 오이장아찌를 한 입 깨물자 입안에 군침이 가득 돌았다.
 
엄마양곱창 박복심(65·여) 사장은 철판 위에 뒤섞여 있던 모듬 부위들을 하나씩 설명했다. 그는 "소의 위 부위는 양이고 작은창자는 곱창이다. 이를 줄여 양곱창이라 부른다. 큰 창자는 대창이고 소고기 같이 생긴 부위는 염통"이라면서 "양은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제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알맞게 구워진 오동통한 양을 간장소스에 푹 담가 입안에 넣었다. 잘 구운 양의 첫 식감은 아삭했고, 씹을수록 담백했다. 곱창과 염통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른 부위보다 지방이 많은 대창은 입에 넣자마자 폭신한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았다. 다시 한 점을 집어 간장소스에 콕 찍어 먹자 고소한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대창 기름에 구운 감자는 별미 중의 별미로, 녹진한 맛이 그저 그만이었다.
 
▲ '엄마양곱창' 전경.
박 사장은 매일 아침 도축장에서 공수해 오는 신선한 재료가 맛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는 고기를 따로 숙성시키지 않고 손질 후 바로 손님상에 내놓는다고 했다. 인공 연육제 대신 파인애플을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반찬이 적은 대신 고기의 질을 높이고 양을 늘렸다"고 말했다.
 
성 전 교육장은 "독특한 식감에다 부위별로 맛이 다르니 즐기는 재미가 있다. 양은 먹을 때 자칫 퍽퍽할 수 있다. 그때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 상추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곱창이 느끼하다고 느껴질 때쯤 풋고추를 한 입 베어 물어 입가심을 하면 곱창과 양, 대창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곱창으로 가득했던 철판이 바닥을 보일 때쯤 성 전 교육장은 독특한 이력을 공개했다.
 
"옛날엔 제법 유명한 아마추어 사진가였어요.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였죠. 교사 재직 시절 퇴근 후 매일 사진현상소에 들러 잡일을 도우면서 컬러 인화기술을 배웠어요. 일을 끝내면 새벽 4시였는데 학교로 출근할 땐 버스에서 곯아 떨어졌죠. 1987~1988년에는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열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우동사리를 추가한 얼큰한 곱창전골(위사진)과 볶음밥.
성 전 교육장의 추억을 듣다 보니 어느새 곱창전골이 나와 있었다. 우동사리를 추가해 진득하게 끓여낸 전골을 보고 있으니 절로 손이 움직였다. 국자로 국물을 휘휘 젓자 양과 대창, 곱창, 대파, 버섯 등 푸짐한 건더기로 전골냄비가 넘칠 지경이었다. 새빨간 국물을 가득 머금은 우동 면을 후루룩 흡입하니 배가 든든해졌다. 강렬한 맛을 상상했던 국물은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았고 달큰했다. 깔끔하면서도 진한 국물 맛의 비결을 묻자 박 사장은 "오직 고춧가루로만 맛을 냈다. 진득한 국물 맛은 곱창에서 우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골냄비를 싹 비우고 볶음밥을 준비하는 동안 성 전 교육장은 남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교사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저는 참 별난 교사였습니다."
 
성 전 교육장은 1980년 후반 지프차를 사고 일본에서 천체망원경을 구입했다고 했다. 학생들을 차에 태우고 산으로 가 별을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지프차에는 늘 유행가와 인기드라마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노래도 익힐 수 있었다. 그는 "학생들의 노래 요청에 김건모의 노래 '핑계', '잘못된 만남'을 불렀더니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접근 방법을 노래로 바꾸니 학생들과의 벽이 허물어졌다. 교장 재직 시절에도 가수 백지영의 노래 '잊지 말아요'를 즐겨 불렀다"며 웃어 보였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볶음밥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눌어붙고 있을 때 숟가락을 들었다. 센 불에 수분이 날아간 볶음밥의 꼬들꼬들한 밥알이 입 안에서 굴러다녔다. 잘게 자른 김 가루와 양곱창이 밥과 어우러져 기막힌 조화를 이뤘다.
 
얼추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 성 전 교육장이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제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어요. 아내와 함께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인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에 참여할 계획이었는데 신체검사에서 문제가 생겨 취소됐어요. 다행히 별 이상은 없었지만 건강이 허락한다면 해외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학교를 떠나 남을 돕는 일로 '인생 2막'을 시작하겠다는 성 전 교육장의 얼굴 뒤로, 동남아에서 사파리 모자를 쓰고 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로 현지 어린이들과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비쳐졌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엄마양곱창/관동로24번길 3-1(관동동 1058-7번지) 장유3동주민센터 맞은편 '외갓집한우' 옆. 055-327-0369. 세트A 5만 8천~3만 8천 원, 특양모듬 4만 5천~2만 5천원, 전골 3만~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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