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시대'가 연습실 '통사모'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두침침한 지하 공간.
쾌쾌한 소파 먼지가 무겁게 날리고 있다.
안개효과를 내는 특수 장비가 희뿌연 연기를 뱉어낸다.
쿨럭, 쿨럭. 습한 공기까지 뒤섞여 있다.
발목 정도 높이의 낮은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통기타 트리오가 스피커를 양쪽에 두고 앉아 있다.
한 소절의 통기타 소리가 울리자 세 사람의 머리 위로 조명이 떨어진다.
통기타 트리오는 7080 노래를 부른다.
이들의 음색은 진한 위스키 향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통기타 혼성트리오 '청춘시대'를 만나러 갔다.

▲ 연습실에 있는 스피커와 음향기기들, 벽에 걸려 있는 어쿠스틱기타.
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 ‘통사모’
외동 신세계백화점 뒤편 지하서 활동

2012년 의기투합해 창단한 ‘청춘시대’
단원 3명이 매주 3~4시간 연습 매진
행사·봉사활동 다니며 7080노래·팝송
지난해 애두름마당 단독 공연도 개최

지난해 이어 경남통기타 페스티벌 준비
한국통기타연합회로부터 감사패 받아
“사람들과 소통하며 진솔한 음악할 터”

'청춘시대'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취재차 들렀던 생활문화제를 위한 워크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을 기약하며 명함을 교환했다. 그 인연이 '공간' 취재로 이어졌다.
 
'청춘시대'는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혼성그룹이다. 이들의 연습실은 외동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건설 예정지 뒤편 지하에 있다. 계단을 내려가자 어둠에 가려져 있던 커다란 기타 사진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이곳이구나.'
 더 내려가니 묵직한 철문 틈 사이로 기타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벨을 눌렀다. 답이 없었다. 다시 눌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잠시 한 곡의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리다 다시 벨을 누르니 그제서야 철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연습에 집중하느라 손님이 오신 줄도 몰랐네요." '청춘시대'의 리더 이기태(62) 씨가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악수를 청했다. 뒤이어 박상철(60), 권진숙(55) 씨가 나와 인사를 했다.
 
지하에 있는 연습실이라기에 어두운 공간에 조명 몇 가닥이 얇게 비치는 곳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지하 연습실은 하얀 벽이 네 면을 두르고 있었고, 형광등 불빛이 매우 밝아서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이 무색했다.
 
방은 네 개였다. 각각의 방에서 다른 곡을 연주하는 통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중 가장 넓게 펼쳐진 공간이 '청춘시대'의 연습실 '통사모'였다. '통사모'는 '통기타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 이곳은 통기타를 배우고 가르치기도 하고, '청춘시대' 말고도 몇몇의 다양한 그룹들이 통기타를 치며 연습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통사모'의 총 회원 수는 60여 명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보여드리는 게 좋겠죠?" 이기태 씨는 통기타를 매더니 박상철, 권진숙 씨를 향해 눈을 찡긋 했다. 이들은 연습실 한 쪽 벽면에 설치된 작은 무대에 올랐다. 작은 무대에는 악보대와 마이크가 서 있었고, 스피커가 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고 있었다. 어느 새 통기타 줄이 손가락을 통해 강하게 떨리며 소리를 냈다. 소리는 음계를 타고 부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멜로디를 느끼고 있는데 그것도 잠시, 노래가 시작됐다. 세 사람의 목소리는 각자의 마이크 구멍으로 들어가더니 하나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왔다. 스피커를 통해 나온 목소리는 마치 한 목소리에서 갈라져 나온 세 개의 음색 같았다. 노래가 끝나자 박상철 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2년 말에 '청춘시대'를 창단했습니다. 처음엔 이기태와 고등학교 동기 모임의 인연으로 만났는데 둘 다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의기투합하게 되었죠. 권진숙은 2년 전부터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기태 씨가 말을 보탰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사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좀 여유를 갖고 싶었습니다. 봉사활동에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통기타를 잡았습니다. '청춘시대'의 공식적인 첫 무대는 2013년 가야문화축제에서 였어요.” 지난해에는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 오픈 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도 가졌다.
 
이들은 보통 매주 한 번 3~4시간 정도 이곳에서 연습을 한다고 했다. 주로 '7080' 노래나 팝송인데, 대상과 무대의 성질에 따라 유동적으로 곡을 선정해 연습한다고 했다.
 

▲ 기타 연습을 하는 박상철 씨.
왜 그룹의 이름이 '청춘시대'냐고 묻자 박상철 씨는 "우스운 이야기지만 지인들을 통해 공모를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도 젊게 살라며 '청춘시대'라는 이름을 제의했다. 그걸 5천 원 주고 샀다. 결국 돈 주고 산 이름"이라며 웃었다.
 
권진숙 씨는 통기타 줄을 매만지며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청춘시대'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대부분 목소리의 색깔이 잘 맞고, 조화가 잘 된다는 평을 많이 합니다. 궁합이 그만큼 잘 맞나 봐요.”
 
세 명밖에 안 되지만 각자의 맡은 바는 분명했다. 이기태 씨는 멜로디를, 박상철 씨는 메인보컬과 리듬 그리고 권진숙 씨는 세컨드보컬과 아르페지오(핑거스타일)를 맡고 있었다. 이기태 씨는 “우리는 독주가 아닌 합주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장점을 부각시켜 줄 수 있는 역할로 나눴다. 합주는 맛깔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청춘시대'는 주로 각종 모임이나 체육대회 혹은 협회의 초대를 받아 공연을 한다. 봉사활동으로 제일요양원, 한사랑병원, 노인복지회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언젠가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병원의 한 공간에 무대를 설치해 놔도 병실 밖을 못 나오기 때문에 공연을 못 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우리는 그 분들을 위해 병실까지 직접 통기타를 매고 가 공연을 펼치기도 했죠. 그렇게 해서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추억에 젖고, 눈물에 젖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뭉클해져 눈시울이 붉어져요.”
 
'청춘시대'는 지난해 10월 제1회 경남통기타 페스티벌을 김해에서 개최했다. “경남, 부산지역에는 이제껏 통기타 페스티벌이 없었어요. 그래서 통기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함께 어울리고자 전국적으로 통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초청해 축제를 즐겼습니다. 올해도 오는 9월에 제2회 경남통기타 페스티벌을 열 계획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기태 씨는 한국통기타연합회 경남부산지부 지부장이다. '청춘시대'는 지난해에 처음 개최한 경남통기타 페스티벌로 한국통기타 연합회에서 감사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청춘시대' 단원들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이기태 씨는 “늙어 죽을 때까지 기타를 놓고 싶지 않다. 계속해서 연주하고 노래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철 씨는 “MR반주에 의존하지 않고 통기타만을 가지고 공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제일 반듯하게 진솔한 음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진숙 씨는 “공연을 해 보면 장애인이나 중병에 걸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몸이 불편한데도 발을 까딱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최선을 다해 반응한다. 그걸 보면 나 자신도 감동에 휩싸이고 느끼는 바가 많다. 앞으로도 계속 그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니까 '청춘시대'는 지하공간에서 밝은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청춘시대/2012년 수향회 사랑나눔축제, 2013~2016년 가야문화축제, 2014년 경북·강원·서경 통기타페스티벌, 2014년 김해평생학습축제 참가. 2015년 제1회 전국퓨전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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