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은 독자·부산 남산동
요즘 여성혐오다, 남성혐오다 해서 말들이 많다. 몰카, 성폭행 모의를 하는 음란사이트에서 비롯된 여성의 남성혐오와 맞물려, 남성은 자신을 혐오하는 여성을 혐오한다.
 
혐오는 혐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데이트 폭력, 염산테러, 심지어 성폭행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노래방에서 벌어진 화장실 살인사건은 혐오의 극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1시간 30분 가량 여성이 오기를 기다렸던 범인은 일면식도 없던 젊은 여성을 칼로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스무 해 넘도록 곱게 자란 꽃이 단 몇 분 만에 져 버렸다. 여자라는 이유에서였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다.
 
다수의 여성들은 여성혐오란 단어를 떠올리며 두려움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 사건 뿐만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아무 이유도 없는 여성혐오 범죄가 이어졌다.
 
극악한 범죄에 놀란 여성들은 전국에서 희생 여성을 추모하면서 여성혐오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남성들은 모든 남자에게 여성혐오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고 항변한다. 여성들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거론하며 남성들과 지리멸렬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갑론을박 과정에서 폭력이 휘둘러지고, 서로에게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남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혐오는 부피를 키우고 서로를 찌르는 칼로 변해버렸다. 혐오 범죄가 극성을 부리자 경찰은 예방 및 신속 대응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로를 혐오하며 더 큰 혐오를 생산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를 향한 칼날을 거둬야 할 때다. 물론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혐오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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