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문고 김대수 교장과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개교 초기 ‘생활지도 힘든 학교’ 오명
역대 교장 노력 덕에 서서히 상황 개선

김대수 교장, PESS·희망맞이학교 진행
스포츠·독서·인성교육 등 ‘지덕체’ 중심
조별 수업 진행 학습능률 향상에 도움

사교육비 절감 SMART프로그램 큰 인기
90여 개 동아리 활동 창의력 향상 효과

김해삼문고등학교(교장 김대수)는 2004년 개교했다. 시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개교 당시 창원에서 학교부적응 학생들이 대거 전학오면서 '생활지도를 하기 힘든 학교'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한 해에 80명 정도가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불명예는 5년간 삼문고의 뒤를 따라다녔다.
 

▲ 동아리 활동으로 기타를 배우는 학생들.
이후 삼문고에 부임한 교장들은 학교 상황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덕분에 눈에 보일 정도로 학교 분위기는 나아졌다. 학업중단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학교에 대한 평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2014년 9월 부임한 김대수 교장은 삼문고에 대한 평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게 학생들의 인성 함양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따라올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PESS(Physical(신체)·Emotional(정서)·Study(지식)·Service(봉사)) 프로그램과 '희망맞이학교'의 배움중심수업 등이었다. 사교육비 절감을 취지로 시행한 SMART(Sam Moon! Aim Run Try!) 프로그램도 학생, 학부모 들의 인기를 얻으며 진행 중이다.
 
■PESS 프로그램
PESS 프로그램은 '지덕체'를 함양시키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삼문고는 점심시간 반별 스포츠리그 활성화, 토요스포츠데이 운영, 무학년제 동아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3학년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음악, 체육, 미술 등의 예·체능반을 운영하고 있다. 2학년 2개 반, 3학년 1개 반이 있다. 다른 고교들과는 달리 교양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화수준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3학년 예·체능반의 미술전공 희망학생들이 학생회와 힘을 합쳐 학교에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삼문고는 사이버 컨텐츠를 활용한 실천중심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사이버 컨텐츠란 PESS연구소에서 개발한 앱이다. 학생들은 앱을 통해 봉사, 효도, 학교폭력 등과 관련된 동영상자료를 감상한다. 또 습관 세우기, 목표 정해 달성하기 플래너 등 인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사이버인성 연구학교 결과보고회 시상식 장면.
독서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삼문고의 자랑이다. 삼문고는 1년에 한 번 독서골든벨과 독서감상문 공모전을 실시한다. 한 학기에 한 번씩 학교도서관 대출반납시스템을 기반으로 다독자상을 준다. 경남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 '독서퀴즈 만들기' 등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다독후상도 수여한다. 올해는 각 가정의 독서 분위기를 높이기 위해 학부모 독서동아리도 새롭게 만들었다. 문지혜 사서교사는 "독서골든벨을 진행하면 학년당 60개 팀 정도가 출전한다. 꽤 인기가 높은 행사"라고 말했다.
 
삼문고는 또 깨끗한 교실 물려주기 대회를 진행하고, 학생이 자율적 목표를 정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달성하면 메달을 지급하는 청소년 성취포상제도 운영한다.
 
학생들은 월요일이면 담임교사의 지도에 따라 주간 계획표를 작성한다. 봉사활동 계획이나 매주 배부되는 자료를 읽은 후기도 계획표에 담는다. 금요일에는 5~6명이 조를 구성해 자료를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한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도 생긴다. 사고력 함양에도 도움이 되고, 어딜 가도 발표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3학년 학생 한 명이 '왜 우리는 1학년때부터 (이런 프로그램을)안 시켜주고 이제야 해 줍니까'라고 했다. 1년이었지만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맞이학교
삼문고는 올해 경남도교육청의 '행복맞이학교' 공모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행복맞이학교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우선 학생활동 중심의 'ㄷ'자형, 모둠형 자리 배치를 통해 배움중심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과거에는 교탁을 보고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었지만, 지금은 조별로 앉아 수업을 듣는다. 교사가 내는 주제와 문제를 학생들이 조별로 토의해 답을 도출해 낸다. '깨어 있는 수업'을 취지로 하는 형식이어서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올리면서 학생-교사의 관계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험의 경우 기존의 과정중심 평가를 개선해 서술·논술형 평가 비중과 수행평가 비중을 높였다. '존중과 배려의 따뜻한 학교문화 조성'이라는 구호에 맞춰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수학수업을 하는 학생들.
교육부장 조용희 교사는 "행복맞이학교 운영을 통해 교우관계는 물론 사제간의 관계회복에도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도 올랐다. 학생이 졸지 않는 교실은 곧 배움의 열정과 행복이 있는, 만족도 높은 교실"이라고 말했다.
 
■SMART 프로그램
SMART 프로그램은 학생, 학부모 들의 요구를 반영한 교과학습 프로그램이다.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학업 성취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삼문고는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체대준비반, 미술 창작조형 활동반, 음악여행 등 학년별로 20여 개의 강좌를 개설했다. 강좌당 학생 20명 정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료는 김해시가 절반을 지원하고 학생이 나머지 절반을 낸다.
 
2014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9만 7천 원이었던 게 지난해에는 12만 8천 원으로 평균 7만 원 가까이 떨어졌다. 학교밖 사교육 참여율은 2014년 40.5%에서 지난해 26.7%로 하락했다. 기초미달 학력 비율은 25%에서 4%로 크게 줄었다.
 
조용희 교사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녀의 성적이 오르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학교밖 사교육에 매달리는 학부모들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양한 동아리 활동
삼문고에는 교과, 예술, 진로, 봉사활동 분야에서 많은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자생동아리 61개, 자율동아리 33개다. 자율동아리는 교육과정 정규 동아리로 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동한다. 독서토론, 시사·사회, 진학준비, 봉사활동, 신문발간, 의학 관련독서, 힙합, 영어, UCC제작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자생동아리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진로와 흥미 분야에 맞춰 만든 동아리다. 교육과정 시간 이외에 활동하고 있다. 인문, 자연과학, 예술 등 교과관련 외에 체육, 여가, 직업탐색, 상담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다양하다.
 
자율동아리의 경우 자기주도적 활동을 카페나 블로그에 올린다. 또 모든 동아리는 학기별 1회 이상의 직업체험과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장받는다. 상시 공연 및 동아리 경연대회를 통해 결과물을 만들도록 되어 있다.

삼문고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개성과 재능을 빛나게 만들면서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나형(19) 군은 15개월 동안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켰고, 윤성권(19) 군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코드게이트 '2016 주니어 국제해킹방어 대회'에서 본선 5위를 차지했다.
 
김대수 교장은 "삼문고 동아리들은 허울만 내세우는 다른 학교들의 동아리와는 달리 실제 관심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학생들이 목표를 정해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와 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적성을 진단하고, 창의력과 개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문고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생주도형 동아리 활동을 통해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돛을 활짝 편 채 혁신의 바람을 타고 항해하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김해뉴스 /어태희 기자 tt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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