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의회가 볼썽사나운 시민대표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덕성과 직분을 상실한 일부 의원의 불미스러운 행위로 인하여 의회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키고 만 것이다.
 
경남도 내 유일한 야당 의장인 배정환(민주당) 김해시의회 의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중이다. 6대 시의회 시의원을 뽑은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김해시의회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실망감이 너무 크다. 문제는 나의 이런 실망감에 김해시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6대 시의회 출범 1주년을 맞아 지역언론 <김해뉴스>에서 김해시의회에 대한 만족도를 김해시민 5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김해시의회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비교적 간단한 질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전체 설문대상 중 58.2%가 '잘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김해시민이 김해시의회에 대해 가지는 불신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제 5대 때에는 김해시의회 부의장이 이번처럼 뇌물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제 6대가 시작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뽑을 후보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나는 김해시민으로서 시민을 대변해 줄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하게 가지지만 도무지 누굴 선출해야 할지 막막함은 이루다 말할 수 없다.
 
물론 김해시의회에도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교통정리를 하고 무료노인급식소에서 따스한 손길로 손수 배식을 하는 의원, 그리고 경전철·가야랜드·환경문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연구하고 시민의 권리를 대변하려는 의욕을 보이는 의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비록 소수일지라도 한 번씩 터져 나오는 의원들의 도덕 불감증과 그로 인한 부정부패 스캔들은 김해시민들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한다.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시를 감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에 누구보다 스스로에겐 엄격하고 공명정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리를 저지르면서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는데, 무슨 명분으로 행정을 견제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겠는가!
 
하긴 도덕적 해이는 비단 시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월 진행된 보궐선거를 살펴보자. 국민을 위하여 좋은 제도를 만들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에 선거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시절 부도덕함 때문에 낙마한 인물이 당선됐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김해발전을 위하여 한몸 바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는가.
 
비리로 얼룩진 시의회의 가장 큰 문제는 그 파급력과 영향력이다. 시의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자라나는 김해 청소년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동료의원이 구속됐는데도 시의회에선 사과 한 마디 없고 자정 결의도 없이 묵묵부담인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이제 임기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3년 동안 김해시의회는 자중하고 반성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사태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김해시의회는 여당 대 야당이 5대 5의 황금비율을 가지고 있다. 서로 견제·경쟁하는 가운데 협조를 한다면 의회 역할을 멋지게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김해시의회에선 여야를 두루 아우르는 연구모임도 활발하게 결성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사심 없이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시민들의 지지도 반드시 회복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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