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호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개교 초기 진학 기피학교로 홀대받아
박철준 교장의 ‘눈높이 교육’ 변화 주도

건의함 설치·교장실 개방 등 소통 행보
학생·학부모 고충 개선하자 주인의식 커져
다양한 심리검사·인제대 연계 진학 특강
커리어 로드맵 운영 통해 적성 계발 도와

김해이주민의집과 연결 다문화교육 진행
휴식공간·체력단련실 등 편의시설 인기


"임호고등학교 교정에는 '숲 속의 호랑이' 벽화가 있습니다. 숲 속의 호랑이, 임호(林虎)는 학생들입니다. 학교와 교사들은 숲을 잘 가꿔 호랑이가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임호고등학교(교장 박철준)는 2012년 문을 열었다. 개교 초기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낯선 학교였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작성하는 '진학희망 고등학교'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일명 '뺑뺑이'라 불리는 선 지원, 후 추첨의 고교 평준화 제도를 통해 임호고에 간 학생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자신이 원하던 학교가 아니었기에 정을 못 붙인 학생들도 있었고, 자신이 인문계고등학교와 잘 맞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학생들도 많았다. 개교 첫 해에는 1학년 7개 반 중 1개 반이 없어질 정도로 자퇴하는 학생이 많아 '학업중단 예방 집중지원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교 4년이 지난 현재 임호고 자퇴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학업 중도탈락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 전자칠판을 이용해 수업하는 장면, 인제대 교수의 진로·진학 특강.
■소통·웃음이 넘치는 학교
임호고 1층 교장실 입구에는 건의함이 설치돼 있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교장이 2014년 임호고에 부임한 이후 만든 것이다. 건의함에는 '급식소에 휴지통을 비치해 달라', '점심시간에 방송을 통해 나오는 음악을 바꿔 달라’, '학교 입구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해 달라’, ‘밥 먹는 순서를 바꿔 달라'는 등 크고 작은 건의사항들이 접수됐다. 박 교장은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교사들과 논의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갔다.
 
의견들이 반영되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 문혜경 교무부장은 "건의함을 통해 학생들의 고충이 해결되고 있다. 건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더 아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학부모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교장실을 개방했다. 대개 학부모회, 학부모협의체는 정기적인 모임이 있을 때에만 교장실을 찾지만, 박 교장은 학부모들과 전화·이메일·직접 만남 등을 통해 스스럼없이 소통을 이어갔다.
 
임호고는 또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영어 원어민교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정규직 원어민교사를 채용한 학교는 임호고를 포함해 경남에 4곳 뿐이다.
 
학부모, 학생들과의 소통만큼이나 교사, 직원들의 소통도 활발하다. 문 교무부장은 "대개 행정실과 교무실 업무는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임호고는 직원들과 교사들이 정말 친해서 분위기가 좋다. 개교 초기 힘든 시기에 서로 힘이 돼 주면서 내부 결속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직원들의 분위기가 좋다 보니 자연스레 친목모임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교직원 6명으로 구성된 '오합지졸 밴드'가 만들어졌다. 지난해 11월 학교 축제에서는 공연을 하기도 했다. 실력은 '오합지졸'일지 몰라도, 교직원들이 직접 연주와 노래를 하는 밴드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은 매우 높다.
 
내부의 돈독한 관계는 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은 교과군 별로 매주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문 교육부장은 "형식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진행하는 공개 수업이다. 교사들이 다른 수업을 보면서 자신의 수업 방식과 내용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교과를 연계해 운영하는 융합수업도 특징이다. 기술과는 2014학년도부터 영어 과목과 융합공개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대륙 횡단 여행 중 애리조나 사막에서 고장 난 자동차 고치기'라는 주제로 자동차 정비 역할극을 영어로 표현하는 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 지난해 임호북카페 개장식, 네팔 이주민과의 교류행사.
■정체성 찾기와 진로교육
임호고에 처음 들어간 학생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한 것은 다름 아닌 진로 문제였다. 학교는 이에 따라 학생들이 정체성을 찾고 진로를 잘 결정할 수 있도록 진로교육에 힘썼다.
 
상담실형 진로활동실을 항상 개방하고 특별실을 만들어 진로상담, 심리검사, 음악감상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홀랜드 진로탐색검사, MLST학습전략검사 등 신뢰도가 높은 심리검사를 1~2학년 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있다. 진로활동 시간에는 직업적성검사, 직업흥미검사, 직업가치관검사, 진로성숙도검사 등 '워크넷'(고용노동부 고용정보시스템)에서 실시하는 진로검사를 통해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도록 돕고 있다.
 
임호고는 인제대학교와 연계해 진로·진학 특강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대학교수가 직접 학교로 찾아가 전공학과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학과의 교수 12명이 매년 임호고를 방문한다.
 
야간자율학습시간에는 '색시한(색다르고 시원한) 진로특강'을 운영한다. 입시요강 분석방법, 생활기록부 분석방법,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교육·모의면접 등 학생들의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또, 해마다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쓰기 대회를 열어 자신을 점검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올해부터는 여름방학 때에 '커리어 로드맵'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원자 24명을 6개 팀으로 나눠 진로 체험계획을 세우게 한 뒤 가고 싶은 장소를 1박 2일 동안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어울림의 다문화교육
임호고는 2014년 학교 축제에서 얻은 수익금 일부를 '김해이주민의집'에 성금으로 전달한 것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다문화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김해이주민의집에서 한국어교육 봉사활동을 하는 황은주 교사, 정철명 전 교사가 학교와 각 단체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박 교장은 교사들이 먼저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김해이주민의집의 수베디 여거라즈 대표를 초청해 연수를 실시했다. 교사들은 동상동 거리, 김해이주민의집, 외국식당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 학교 벽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 벽화
지난해 5월에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체육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갔고, 축구를 함께하거나 네팔 민속스포츠를 즐기며 어울렸다. 지난해 네팔에서 큰 지진이 났을 때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성금을 모아 김해이주민의집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 교장은 "학생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피부색에 관계없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어울림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쾌적한 교육환경
학교 건물들은 지은 지 5년도 안 돼 어느 학교보다 깨끗하다. 여기에 다양한 최신식 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특히 모든 교실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의 시청각 교육을 돕는다.
 
각 층마다 마련된 휴식공간도 이색적이다. 2층에는 사방이 트여 상쾌한 공기가 들어오는 '솔바람카페'와 교사 휴식처가 있다. 3층에는 지난해 문을 연 '임호북카페’가 있다. 학교 예산과 학부모 기부금, 책 기부 등을 합쳐 창고로 쓰던 공간을 재활용한 곳이다. 4층에는 '몸짱카페'가 있다. 러닝머신, 고정자전거 등 10여 개의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다. 5층은 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연주를 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실이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호고를 1순위로 지망하지 않았던 학생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후회 없이 고등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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