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어린이집, 9일 ‘단오’행사
유아들 모래밭에서 씨름 한 판
해먹그네 타기·창포물 머리감기도

지난 9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였다. 조상들이 파종을 끝내고 신에게 풍년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민간축제였다. 우리나라 3대 명절 중 하나지만, 설이나 추석처럼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장유 관동동에 있는 숲길어린이집은 단오를 맞아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숲길어린이집은 영·유아를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의 일부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생태어린이집이다.
 
숲길어린이집은 6월에는 단오 관련 동화나 사진을 보고, 단오 때 진행했던 여러 놀이를 한 달 내내 펼친다. 단오 당일 오전에는 씨름대회와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진행했다. 오후에는 쑥떡을 간식으로 먹었다. 어린이집 뒷동산에 설치된 해먹그네를 타기도 했다. 숲길어린이집의 정명화(46·여) 교사는 "아이들이 세시풍속 관련 활동을 체험해 보고 먹을거리도 접해 보게 함으로써 전통을 경험하고, 세시풍속을 생활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오 행사의 백미는 단연 '단오잔치 숲길장사 씨름대회'였다. 유아들이 하는 씨름은 대개 푹신한 놀이매트 위에서 씨름을 흉내 내는 정도다. 모래 위에서 씨름을 하면 뒤처리를 어떻게 할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숲길어린집에서는 이런 점을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 모래놀이는 이곳 어린이들에게는 생활의 한 부분이자 놀이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 씨름 대회는 모래판 위에서 진행한 제대로 된 '한판 승부'였다.
 
요즘은 모래놀이터를 찾기 힘들며 이용자도 적다. 모래놀이터는 위생, 관리상의 이유 때문에 우레탄, 고무매트 등으로 교체되고 있다.
 
황토와 목재로 만든 숲길어린이집에는 건물 한가운데에 모래놀이터가 있다. 이를 중심으로 활동반, 도서실, 주방, 욕실, 화장실, 자료실 등을 배치한 원형의 구조로 돼 있다. 모래놀이터 지붕은 투명해서 날씨 변화를 바로바로 볼 수 있다. 모래놀이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이도향(46) 원장은 "모래놀이터를 내부에 두면 아이들은 언제든지 모래놀이를 할 수 있다. 위생 유지, 관리도 편리하다. 건물을 설계할 때 미리 감안해 지었다"고 설명했다.
 
▲ 숲길어린이집 유아들이 씨름을 하고 있다.
모래놀이터는 TV에서 보던 씨름대회의 원형씨름장과 흡사했다. 어린이들은 모래놀이터에서 샅바를 잡고 몸을 부대껴 서로의 힘을 느끼며 실력을 겨뤘다. 진지한 모습은 여느 프로씨름선수 못지 않았고, 팽팽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요즘 어린이들은 몸을 부대끼며 놀 일이 거의 없다. 인공적인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를 갖고 놀 뿐이다. 혹여 어린이들이 몸을 부대끼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몸싸움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떼어놓기 바쁘다. 이런 몸싸움을 허용하는 게 씨름이고, 어린이들은 씨름을 통해 서로의 힘과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이어 창포물에 머리 감기가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창포를 직접 보면서 냄새를 맡고, 끓인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 냄새가 좋다는 아이도 있었고, 이상하다는 아이도 있었다. 평소 맡아보지 못한 창포 냄새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머리를 감은 어린이들은 차례로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토끼에게 먹이를 주거나, 보리수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를 맛보며 자유시간을 가졌다.
 
서한이(6) 양은 "예전엔 창포도 몰랐고 보리수나무도 몰랐다. 여기 온 후 창포와 보리수를 알게 됐다"며 웃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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