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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마음 어루만지는 묘약… 상처있는 아이들 곁에 항상 있겠다김형진과 '두드림 소아·청소년 발달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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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6.22 09:02
  • 호수 278
  • 10면
  • 강보금 기자(amond@gimhaenews.co.kr)

   
 
아이들은 밥을 많이 먹고 나면 배를 통통 두드린다. 우리는 친구가 상심해 있으면 가볍게 그의 어깨를 두드린다. 야유를 하거나 응원을 하고 싶을 때는 탁자를 두드린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하루의 피로를 쓸어 담는 직장인들. 한때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흥을 북돋웠다. 나뭇가지와 잎들과 대지를 흔드는 비의 두드림은 또 어떤가. 이처럼 두드림이란 인간이 본성 혹은 자연의 본성과 맞닿아 있다. '두드림'이란 단어를 품에 안고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김형진(45) 씨를 찾아갔다.

 

   
▲ 두드림 소아·청소년 발달지원센터 전경,음악치료 수업에 사용하는 드럼(위쪽부터).
김해농업고 밴드부 활동하면서 음악 시작
트럼펫 연주 통해 감정 치유받는 경험 체득
초·중 교직생활 후 음악치료사 길 걸어

2010년 김해 두드림 발달지원센터 개원
도움 절실한 장애 청소년 음악치료 앞장
긍정적으로 변화한 아이들 보며 보람 느껴

가야팝스밴드·이루리 색소폰 앙상블 등
음악활동 참여… 관악합주단 창단 소망
“음악과 관련된 일 무엇이든 접해 볼 것”

김해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인근인 가야로 157번길에 음악인 김형진의 공간 '두드림 소아·청소년 발달지원센터'가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오른편의 어항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만 들릴 뿐, '두드림' 안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안쪽 사무실에서 김형진이 나오더니 '두드림'을 소개하겠다며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
 
'두드림'에는 네 개의 방이 있었다. 상담실과 세 개의 음악치료실이었다. 음악치료실에는 피아노, 드럼, 트램펄린, 기타 등등의 악기들이 있었다. 악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도구들도 있었다. 도구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형진이 "음악치료에는 악기 연주 외에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율동도 포함 된다. 저 도구들은 율동할 때 쓰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두드림'에 대한 소개를 마치고 난 그는 상담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상담실 의자에 앉으니 문 쪽 벽면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교원자격증', '음악심리상담사자격증', 부산보호관찰소 법무부로부터 받은 '위촉장', 김해시로부터 받은 '장애아동 발달재활 서비스 제공기관 지정서' 등이 각각 액자에 담겨 있었다. 저 액자들은 무슨 사연을 안고 있을까? 그는 어떻게 해서 이 분야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을까?
 
그는 "어떤 사람은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어서 음악의 길을 걷거나, 어떤 우상을 따라 음악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내가 음악의 길로 접어든 사연은 조금 특이하달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러니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였어요. 여러 고등학교에서 입학설명차 중학교를 방문했었죠. 그 당시 저는 이미 김해건설공업고등학교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였는데, 김해농업고등학교에서 저희 학교에 방문해서는 '우리 학교에 오면, 등록금 면제, 장학금 증정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권유했습니다. 게다가 입학하면 밴드부에도 넣어 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농고를 택했어요. 물론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모님에게 보탬이 되고자 한 것도 큰 이유였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밴드부에 들어갔고, 트럼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시작은 미미했다. 그런데, 그 끝은 어떠했을까.
 
"식상한 얘기겠지만, 음악이 점점 좋아졌어요. 연주를 할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온 신경을 트럼본 연주에 집중시키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고 감정적으로 치유 받는 기분이었어요. 이런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대학을 음악교육학과로 택했습니다."
 
김형진은 경남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했다. 그 뒤 경남 지역의 초·중학교에서 계약직으로 10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그러나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신분은 늘 그를 흔들었고, 다른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
 
"계약직이란 신분 때문에 교직생활을 그만두었지만 음악을 놓을 수는 없었어요. 음악을 하는 예술인들은 음악에 중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미 그때는 음악에 중독돼 버린 상태였죠. 그래서 음악치료사 공부를 3년 동안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어온 음악활동이 올해로 29년이 되었네요."
 
그가 '두드림 소아·청소년 발달지원센터'의 문을 연 건 2010년이다. 그는 "상호명과 같이 많은 아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두드리며 들어가려 노력했다. 음악을 통해 그들의 신체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고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형진이 주로 가르치는 아이들은 뇌병변으로 인해 언어장애를 가졌거나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경우이다. 그는 아이들이 음악치료를 통해 언어장애가 완화되고,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사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금도 저한테서 음악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 2~3년 동안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받았는데 치료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 친구한테 음악치료를 했더니 간단한 의사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좋아졌어요. 그 친구 부모님이 저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음악심리치료사 김형진이 트럼본을 들고 나뭇가지가 그려진 벽에 기대 미소를 짓고 있다.

한편, 김형진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음악 활동도 함께 이어왔다. 그는 지난 6년여 동안 빅밴드(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등으로 이뤄진 작은 규모의 관악합주단) 형식의 밴드 '가야팝스밴드'를 구성해 단장 겸 지휘자역할을 수행했다. 이 밴드는 그러나 단원들의 사정 때문에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 외에도 '이루리 색소폰 앙상블'의 음악감독, 김해예총 산하 '삭스코리아 색소폰 동호회' 지휘자, '경남 재즈오케스트라' 단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똑똑똑, 누군가가 상담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에게 음악치료를 받는 학생이었다. "학생이 왔네요. 이제 수업을 해야 하겠습니다."
 
김형진은 학생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면서 음악치료실로 들어갔다. 그가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려 보았다.
 
"더 많은 상처받은 아이들 혹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앞에 놓인 여러 종류의 문들을 두드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음악과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접해보고 싶어요. 김해에서 관악합주단을 만들어 공연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두드림'을 나서려는데 음악치료실에서 동요가 흘러 나왔다. "삐약~삐약~병아리. 음메~음메~송아지. 타당~타당~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슬며시 창문을 통해 음악치료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까 보았던 학생이 동요의 박자에 맞춰 드럼을 치고 있었다. 김형진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악치료실 문 밖으로는 연신 학생의 웃음소리도 새어나왔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김형진/김해예총 생활예술인협회 부회장, ㈔한국음악치료사협회 정회원, 음악치료사 1급자격증 소지, 김해장애인종합복지관 하모니카 재능기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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