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도요강변축제 성황리 진행
500여 관객 몰려와 굿·연극 즐겨
해마다 참가자 늘어 인기 급상승
"문학 강의도 듣고, 연극도 보고, 노래도 부르고, 도요감자까지 선물로 받았어요."
지난 18일 생림면 도요리 245 도요창작스튜디오에서 '제5회 도요강변축제'가 열렸다. 부산, 양산, 밀양, 창원, 마산 등지에서 총 500여 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낮 12시, 실제 결혼식이 거행됐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도요 입주 예술인인 강호석 씨와 김윤경 씨였다. 결혼식은 전통혼례 방식으로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따뜻한 박수로 신랑과 신부를 축복했다.
오후 2시, 풍악대가 요란스럽게 도요강변축제의 개막을 알렸다.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온 마을 주민들과 외부 참석자들이 함께 춤을 추었다. 축제가 서서히 익어가기 시작했다.
오후 2시 30분, 판굿놀이 '배뱅이'(작/연출 이승우)가 도요창작스튜디오 야외마당에서 펼쳐졌다. 판굿놀이 '배뱅이'는 배뱅이굿을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판굿놀이 '배뱅이'는 유랑 광대들의 대장에게 배뱅이의 혼이 씌어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다. 광대들의 우스꽝스러운 행색과 연기가 압권이었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마을 할머니들은 "저 광대 땜에 배꼽 잡네. 마 신명나는 노래 한 꼭지 하거라"라고 소리쳤다. 마을 할머니들은 극에 흠뻑 빠져들어 있었다. 풍물 소리가 시끄러웠던지 낮잠을 자던 도요마을의 새들이 깨어나 하늘 위를 분주히 날아다녔다.
오후 4시, 3부로 구성된 문학콘서트의 문이 열렸다. 첫 강연은 도요마을에 사는 소설가 조명숙 씨가 맡았다. 주제는 조선시대의 여류시인 지재당 강담운의 문학세계였다. 조 작가는 "강담운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시서화에 모두 뛰어난 문인화가 차산 배전과 사랑을 나눈 여인이다. 강담운의 시집 <지재당고>를 보면 차산을 그리워하며 쓴 시가 절반을 차지한다. 강담운의 시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짙은 그리움이 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어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시극을 펼쳐보였다. 연희단거리패 소속 단원 두 사람이 객석을 바라보며 연기를 했다. 이들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이의 '꿈'을 시극으로 보여주었다. 아무런 무대효과가 없었는데도 무거운 대사와 어조는 관객들의 몰입을 불러왔다. 시극이 절정에 다다르자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몸짓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관객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무대 쪽으로 숙였다. 시극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문학콘서트의 마지막 3부는 관객 참여 형으로 꾸며졌다. 부산 연산초등학교 5학년 김근호 군이 무대에 섰다. 객석에서 어린 학생을 응원하는 박수소리가 나왔다. 김 군은 "일제시대라는 슬픈 역사를 잊지 않고 조상을 위로 하는 마음으로 시를 낭송하겠다"면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암송했다. 관객들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경청했다. 이어 부산 연동초등학교 2학년 백승은 학생이 나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암송했다. 백 양이 깜찍한 목소리로 낭송을 끝내자 관객들은 "사랑스럽다, 귀엽다, 기특하다"라고 한 마디씩을 했다. 이 외에도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의 시 낭송이 다채롭게 전개됐다.
문학콘서트가 끝나자 주최 측에서는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식사를 마친 관객들은 다시 야외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연극 '트랜스 십이야'를 보기 위해서였다. '트랜스 십이야'는 세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십이야'를 각색한 것이다. 배우들은 중세 유럽풍의 드레스를 입고 나와 눈길을 사로잡았다. 쌍둥이 남매가 폭풍우로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되고, 둘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지낸다, 그러다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고 무사히 재회하는 내용이다.
새롭게 각색된 이번 연극에서는 하마터면 남자가 남자와 결혼할 뻔 한 특이한 장면이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일리리아의 공작이 여장을 한 세사(남동생)에게 구애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어머, 어떡해. 곱게 생겨서 진짜 여자인 줄 았았나 봐"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랜스 십이야'는 관객들을 끊임없이 웃겼다.
어느덧 도요창작스튜디오에는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야외무대의 조명이 어둠을 밝혔다. 조명이 내리쬐는 무대에서 트로트 걸즈의 댄스 공연과 김해시 문화예술과 이창수 계장의 색소폰 연주가 펼쳐졌다. 오후 9시, 주민노래자랑이 축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귀에 익은 트로트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편, 축제의 부대행사로 희귀도서 전시 및 교환전과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포스터, 가면, 소품 전시회가 열렸다. 폰포엠 콘테스트와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도요 100배 즐기기' 행사도 진행됐다. 축제 현장을 찾은 사람들은 돌아갈 때 도요마을의 특산품인 도요감자를 구입해 갔다.
도요마을 정해윤 이장은 "도요강변축제 덕에 도요마을이 발전하고 있다. 도요감자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축제의 의미가 더욱 깊다. 더욱 많은 문화콘텐츠 덕에 도요마을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요창작스튜디오 이윤택 대표는 "도요강변축제는 문학, 연극,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진 복합문화축제이다. 이렇게 여러 장르를 한 축제에서 모두 다루는 축제는 국내에서는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참여 시민 수가 늘고 있으며, 경남 지역은 물론 다른 전국 각지에서도 도요강변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다. 앞으로 도요마을을 김해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