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림면 가산리 신전마을 주민들이 지난 18일 유래비 제막식 도중 유래비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한림면 신전마을 유래비 건립
18일 각계인사 초청 제막식 거행
주민·출향인 뜻 모아 사업 진행

지난 18일 오후 2시 한림면 가산리 신전마을 입구에서 마을 유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한림면 병동리 어병마을 유래비 제막식(김해뉴스 5월 11일자 2면 보도)에 이어 신전마을 주민들이 이뤄 낸 뜻깊은 행사였다.
 
유래비 건립은 신전마을 최한수 이장이 제안했다. 지난 4월 11일 9명으로 이뤄진 유래비 건립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사업추진비 전액은 주민들의 모금으로 확보했다. 비석은 출향인들이 기증했다. 건립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민들은 농기구를 동원해 성토작업에 참여했고, 추진위원들은 비석을 얹을 좌대를 직접 설치했다. 돌에 문자를 새겨 넣는 석각 작업은 도명일 조각가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비석 앞면에는 신전마을 이름이, 뒷면에는 마을 유래가 새겨졌다.
 
신전마을의 역사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부락이었던 이 마을은 서쪽으로 진영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남쪽으로는 봉화산 줄기가, 북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땔감으로 사용했던 갈대가 많았다고 하여 새밭마을이라고 불리었으나, 토지를 개간하고 농토를 조성한 뒤 '새로운 밭'이라는 의미인 신전(新田)마을로 고쳐 불렀다.
 
최 이장은 "신전마을에는 60가구에 120여 명이 살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옛 역사를 찾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1만~3만 원씩 모아 유래비를 건립했다. 마을 인상을 밝게 만들려고 도로변 2㎞ 구간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코스모스도 심었다. 이들의 애향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며 밝게 웃었다.
 
한완희 추진위원은 "이장의 방송 한 마디에 마을주민 30명이 나와 일을 도왔다. 주민들이 직접 땀을 흘렸기 때문에 예산도 적게 들었고, 무엇보다 주민 화합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전마을 입구에는 높이 2.5m의 비석이 하얀 천에 가려져 있었다. 기쁜 미소를 머금은 마을 주민들이 속속 제막식 행사에 모였다. 행사에는 민홍철(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병영(새누리당) 경남도의원, 김종근(더불어민주당) 김해시의원, 한림농협 박경재 조합장, 김병오 한림면장, 김해문화원 이양재 원장 외에 마을 주민, 출향인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최 이장이 먼저 유래비 제막식 개막을 선언했다. 정준화 건립추진위원장은 최 이장과 진성대 새마을지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공로패를 전달했다. 정 위원장은 "신전마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는 각오로 유래비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십시일반 주민 모금을 통해 건립한 유래비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제막식 축하행사로 최선희가야무용단의 '한량무'가 공연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구성진 민요 가락은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도 집중시켰다. 공연이 끝나고 추진위원들과 내빈, 마을주민들이 천으로 가려진 유래비 앞에 섰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셋" 숫자를 센 뒤 천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자 유래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유래비 제막을 축하했다. 여기에 한림풍물단의 흥겨운 사물놀이가 더해져 행사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신전마을 주민 이방진(69) 씨는 "유래비는 후세에 길이 남을 마을의 유산이다. 김해에는 아직 유래비가 없는 마을들이 많다. 거기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나서서 향토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유래비 건립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막식 행사에 이어 부녀회에서 준비한 과일과 떡, 돼지고기 등 푸짐한 음식이 상에 올랐다. 김해문화원 '은하수 시니어밴드'의 공연과 마을주민들의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신전마을에는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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