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영 김해시여성센터·동부새일센터장.
지난 5월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앞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 범인은 칼을 지닌 채 한 시간 넘게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살해 이유는 '여성이 자신을 무시해서'라고 했다. 여성들은 애도를 위해 모여들었고 여성혐오 사회를 바꾸자며 밤길 행진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강신명 경찰청장은 "혐오는 의지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이 사건은 조현병자의 '비의지적' 행위, '묻지마 범죄'이기 때문에 여성혐오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비의지적 피해망상을 불러온 무의식에는 여성에 대한 혐오가 내재되어 있었기에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사건 하나. 지난 5월 22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학부형 등 주민 3명이 초등학교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하였다. 피해 여교사는 평소에 자주 가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음식점 주인인 학부모가 술을 권하는 바람에 주인을 포함한 학부모 2명 및 주민 1명과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들 3명은 술을 거절하는 피해자에게 억지로 술을 먹여 만취상태로 만든 후 학교 관사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방에 들어가 3명이 윤간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은 성폭력사건 후에 뒤따르는 2차 피해를 어김없이 당해야 했다. "공무원인 처녀가 어떻게 술이 떡이 되게 먹고 그러냐고", "여자가 꼬리치면 안 넘어 올 남자가 어디있어?" 등 가해자의 행동을 두둔하는 인터뷰나 악의적인 댓글로 인해 피해자는 한 번 더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
 
두 사건 모두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심각한 인권유린의 문제이다. 그러나 해결방안은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는 '행정입원' 조치나 서울시내 남녀공용 화장실을 전수 조사하여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와 관련된 법 개정안을 계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교육부의 대책은 신임 여교사를 도서벽지 학교에 발령 내지 않는다거나 도서벽지 관사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교조는 "성범죄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성차별적 사회 인식과 문화에 있다"면서 "CCTV 의무 설치나 도서벽지 지역 신임 여교사 임용 중지 등은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처방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성차별이 심한 가부장적 사회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가정 내에서 전권이 아내에게로 다 넘어간 모계사회로의 회귀를 맞이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평등(성격차) 지수는 145개국 중 115위이다. 여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며(장관 17명 중 1명, 국회의원17%),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36.7%이다. 이것은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약 64만 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비율도 남성이 71% 정도인 데 비해 여성은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여성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을 갖지 못하므로 여전히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가정의 주인으로서 자식과 아내를 소유의 개념으로 인식해왔고 이것이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져 왔다. 성차별 사회에서 남성들은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인 남성성이 훼손되면 무시당했다는 굴욕감을 느끼고 여성에 대한 증오로 이어져 폭력까지 행사하게 된다. 2012년에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20명이며,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접수한 성폭력 피해 상담 2천595건 중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이 95.9%, 남성은 2.8%였고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95.5%, 여성은 0.6%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 가해자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우리사회에 여성 대상 범죄가 많다는 것은 여성을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며, 강남역 살인사건이나 섬마을 성폭력사건 또한 성차별 사회의 위계적 권력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교조가 지난 10~12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여자 교사 1천758명을 대상으로 섬마을 교사성폭행 사건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80%가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들었다. 형량을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이 매우 약한 편이라 재범률도 외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두 번째는 성평등, 인권존중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편견 없이 서로를 인정해야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 현실적으로 법이나 제도, 외형적인 삶의 형태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인권존중 의식이 없으면 사회는 더욱 험악해질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인간의 존엄성, 권리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하면 성평등도 함께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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