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신공항반대시민대책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이 밀양 하남읍 백산의 신공항 후보 부지를 살펴보고 있다.

하남읍 크고 작은 산 비행에 장애
조종사들 수동계기 이용 불가피
현지 농민 “공항 생기면 갈 곳 없어”
문제점 파악한 뒤 대책 마련·대응

지난 16일 오전 9시 밀양 하남읍에 김해의 '밀양신공항 반대 시민대책위원회'와 '자연생태위원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 10명이 모였다.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가 주관한 밀양신공항 부지 답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결과 발표를 앞두고 밀양신공항 환경훼손 문제가 정치적 논리로 반박당하면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이번 답사를 토대로 환경 문제에 집중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남읍은 남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창원, 김해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교통 요충지다. 총 3천800여 가구에 8천50명이 살고 있다. 하남읍에 등록된 농가는 1천984곳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답사팀은 밀양 신공항 후보 부지인 백산리를 조망할 수 있는 미르피아 오토캠핑장 진입로에서 현장 시찰을 시작했다. 이들은 '창원 의창구·성산구 2025 도시기본계획안'과 2011년 국토해양부가 발간한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실무지원 최종보고서', 관련 논문 등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의견을 나눴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강을규 운영위원은 "실제로 현장에 와서 보니 신공항 후보 부지 주위로 크고 작은 산들이 매우 많다. 비행기가 북쪽 방향으로 선회할 때 주위의 산들이 장애가 될 것 같다. 현재 김해공항에 이·착륙하는 대부분의 국내·외 조종사들은 산 때문에 이·착륙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밀양 신공항 부지는 위험하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동남쪽으로 착륙할 때 진입경로에 있는 김해 무척산, 작약산이다. 활공각(비행기가 착륙할 때 꺾이는 각도)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절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로왕의 설화가 서려 있는 무척산이 깎인다면 김해의 정기가 끊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정진영 간사는 "공항이 건설되면 하남읍의 아름다운 자연이 훼손될 텐데 안타깝다"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답사팀은 자리를 옮겨 백산리 백산에 올라갔다. 신공항 후보 부지가 한눈에 보였다. 강을규 운영위원은 "돗대산과 김해공항은 꽤 떨어져 있지만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밀양 신공항 후보 부지 주위에 산재해 있는 산들은 걸림돌이 돼 조종사들은 위험한 수동계기를 이용해 착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선명한 청록색 몸을 가진 파랑새가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울어댔다. 자연생태위원회 김인철 위원은 "하남은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인 주남저수지, 화포천, 우포늪과 인접해 조류 충돌 민감도가 높은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 높은 고도에서 움직이는 철새들이 비행기 이동 경로와 상당 부분 일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에서 내려온 답사팀은 밀양 신공항에 대한 주민 의견도 조사했다. 백산리의 한 주민은 "보상금이 얼마나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농부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비옥한 토지를 버리고 나가면 무엇을 하겠나. 주민 대부분이 농사로 먹고 산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우리는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며 걱정했다.
 
다른 주민은 "농사가 생업이어서 공항이 들어서면 갈 곳이 없다.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신공항 관련 설명회도 없어 답답하다. 백산마을 주민 대부분은 밀양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사팀은 김해공항 활주로 인근으로 이동해 비행기 소음도를 측정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살펴본 후 일정을 마쳤다.
 
밀양신공항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박재우 집행위원장은 "현장 답사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환경운동연합에서 논의한 후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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