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동풍물단이 지난 25일 '길거리 이바구' 행사에서 신나는 연주로 축제의 흥을 돋우고 있다.


‘모두의 공원’에서 ‘길거리이바구’
원주민·이주민 함께 신나는 축제
전통춤 공연·노래자랑에 토크쇼도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서로 전통문화를 소개하며 한바탕 어울려 즐기는 화합의 무대가 펼쳐졌다.
 
동상동주민자치위원회와 무지개마을주민협의회가 주관하고 동상동주민센터와 김해문화재단이 주최한 '길거리 이바구&프리마켓' 행사가 지난 25일 동상동 종로길 '모두의 공원'에서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무지개마을주민협의회 강성구 회장, 조성윤·박정규·옥영숙 김해시의원,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모였다.
 
'모두의 공원'은 김해문화재단이 지난 5월 예산 700만 원을 들여 동상동 종로길의 30㎡ 부지에 만든 쌈지공원이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주민과 선주민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다양성의 거점 공간을 마련하자는 게 공원 조성의 취지였다. 내동의 갤러리카페 '재미난쌀롱'의 김혜련 대표와 합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 42명이 공원 조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모두의 공원'이 생긴 이후 첫 공식 이벤트였다.
 
프리마켓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종로길 일원에서 열렸다. 동상동 주민들이 총 28개의 부스를 차려 의류, 구두, 비즈팔찌, 종이공예품, 전통의상 등 다양한 물품을 선보였다. 스리랑카,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7개국 전통음식을 판매하는 먹거리 장터도 마련됐다. 풍부한 볼거리와 즉석 조리 음식들은 행사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했다.
 
프리마켓 뒤에서는 김해문화재단이 문화다양성 캠페인 '차이를 즐기자 in 김해'를 진행했다. 김해문화의전당 박준형 예술정책팀 주임은 "다문화뿐만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를 포함한 취약계층 등 고유문화를 가진 주체들을 동등하게 인정하고 포용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알록달록 사물놀이복을 입은 동상동풍물단의 떠들썩한 연주로 '길거리 이바구'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상동풍물단은 '모두의 공원' 무대 앞에서 신명나는 장단을 연주했다. 사물놀이 공연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전통춤 공연이 펼쳐졌다.
 
다양한 인종이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무지개 희망풍선 날리기'가 뒤를 이었다.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구호에 맞춰 다양한 색의 풍선을 날리자 동상동 하늘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가 뜬 것 같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어린이응원단 '써니텐'의 깜찍한 무대와 목각인형 제작기능사 신동호 씨의 인형극, 스리랑카·필리핀·몽골 출신 가수의 노래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행사 분위기는 무르익어 갔다.
 
'길거리 이바구' 토크콘서트는 오후 6시 30분에 열렸다. '진행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신현승(42) 대표강사가 맡았다. 동상동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는 심동민(45) 씨와 알리셔 알리(37·우즈베키스탄) 씨, 사회적기업 '통카페'의 오미숙(61·여)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국에 온 지 17년 됐다는 알리 씨는 "지금은 이슬람교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이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저녁에는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동대문에서 동상동으로 옮겨 와 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양고기 꼬치구이와 바비큐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며 웃어 보였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옛 이름이 리턴인 심동민 씨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식품가게에서 주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의 카레 제품을 팔고 있다. 처음에는 문화 차이 때문에 힘들었다. 한국에 방글라데시의 음식과 문화를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관객이 토론자들의 한국어가 유창하다며 비법을 물었다. 알리 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다. 게다가 장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오미숙 씨는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재미있게 가르쳐 주고 있지만 동음이의어가 많아 어려워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알리, 심동민 씨의 실력은 대단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토론자들은 동상동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알리 씨는 "동상동이 차이나타운 같은 세계음식거리로 발전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미숙 씨는 "오늘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종로길이 되기를 바란다.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주민 노래자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강성구 회장은 "그동안 종로상인들이 쌈지공원을 열심히 가꾸어 왔지만 시설 노후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김해문화재단의 예산 지원과 김혜련 대표의 재능기부 등 따뜻한 손길을 모아 '모두의 공원'을 개장했다. 앞으로 이곳을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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