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로왕비릉을 찾아온 백로들이 인근 소나무에 둥지를 틀고 있다. 사진제공=네이버카페 ‘쌍안경으로 보는 세상' 회원 정운근.

4년 전부터 수로왕비릉 인근 서식
개체 수 늘면서 지역 명물로 자리
소나무 고사·배설물 악취 피해도


"일부러 찾아 온 귀한 새들이라 쫓아낼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소나무들이 죽어 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구산동 수로왕비릉 인근 소나무 숲에 수백 마리의 백로 떼가 둥지를 틀고 있다. 김해시와 지역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백로들이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매김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백로들의 배설물 때문에 악취가 심하게 나고, 소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기 때문이다.
 
백로들이 수로왕비릉 인근 숲에 등장한 것은 약 4년 전부터다. 삼방동, 지내동 등에서 서식하던 백로 무리가 기존 서식처가 파괴되는 바람에 수로왕비릉 쪽으로 옮겨왔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낙동강의 강변 먹이터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일부 무리들이 시내로 모여들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수로왕비릉 일대에서 서식하는 백로는 200여 마리에 이른다. 백로, 쇠백로, 황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 5~6종이 섞여 있다. 이들은 3~4월에 알을 낳은 뒤 새끼를 돌보면서 봄, 여름을 보내다 9월쯤 동남아시아로 이동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흩어져 생활한다. 백로들은 화포천, 조만강, 해반천 등에서 먹이를 구하며 살아간다. 지금은 새끼를 포함해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시기다.
 
백로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최근에는 백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쌍안경과 촬영 장비를 갖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백로들의 배설물은 골칫거리다. 백로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악취가 어지간히 심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 김시현(54) 씨는 "새가 아침에 먹이를 찾으러 바깥으로 나갔다가 해질 무렵 다시 구지봉공원 쪽으로 돌아온다. 새들이 하늘을 날면서 똥을 싸는 바람에 수로왕비릉 앞에 차를 대 놓으면 차에 하얀 똥이 엄청 많이 쌓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 모(50) 씨는 "배설물 때문에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린다. 무엇보다 수로왕비릉에도 똥을 많이 싸 왕비릉을 찾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곤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백로의 배설물은 강한 산성물질이어서 수로왕비릉 인근의 소나무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시는 악취에 대한 민원과 소나무의 고사가 이어지자 백로 무리를 쫓아내기로 작정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깡통을 두드리거나 나무 딱총을 준비하기도 했다. 화약총을 발사하거나 실리콘 조류 기피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오히려 소음이 발생하는데다 백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측의 반발 때문에 퇴치 작전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는 악취라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악취 제거제만 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봤다. 새를 죽여서도 안 되고, 소나무를 베어서도 안 되면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백로는 제비와 마찬가지로 천적을 피해 사람 주변에 무리지어 서식하는 동물이다. 한 번 서식지를 정하면 잘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쫓아내기 어렵다.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인간과 잘 어우러져 백로가 수로왕비릉의 명물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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