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근로자 레티난(43) 씨는 태국인 공동체 '타이타이'의 대표이다. '타이타이'는 김해 외국인력지원센터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태국인들이 만든 공동체로, 김해에 거주하고 있는 태국인이 어려움에 처하면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자 만들어진 봉사 및 후원 단체이다.
 
지난달 레티난 씨를 비롯한 '타이타이'의 회원들은 코리안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태국인 타나왓 씨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타나왓 씨는 지난 5월 한국에 건너와 일을 시작했으나 회사에 근무한 지 하루 만에 갑자기 쓰러지게 됐다. 단순 감기인 줄 알고 방치했었는데 알고 보니 급성뇌염에 걸린 것이다. 타나왓 씨는 근무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상태라 의료보험 해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고 동아대학교병원에 입원했으나 의식을 잃어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타나왓 씨의 동생 팟사니 씨가 오빠의 소식을 듣고 태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에 입국했으나 그 역시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태국 정부에서 팟사니 씨의 비자와 여권 문제는 해결해 주었지만 가정형편 상 비행기 삯마저 빚을 지고 있었다. 또한 가진 것이 없는 채로 한국에 입국해 병원비는 물론 머무를 곳도 없었고 배고픔을 잊을 음식조차 살 수 없었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레티난 씨는 '타이타이' 회원들을 모았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100만원의 성금을 마련한 것이다. 이 성금은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를 통해 티나왓 남매에게 전달됐다. 그 후 남매는 위기를 이겨내고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레티난 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라며 부끄러워 했다. 하지만 2년 전 결성된 '타이타이' 공동체는 이미 네 차례나 위기에 놓인 태국인들에게 성금을 전달했으며,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활동하다가 중간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몇 명 되는데,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드물어요. 많은 태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요."
'타이타이' 공동체의 회원들은 자신들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꾸준히 선행을 하고 있다. 레티난 씨 역시 좋은 형편은 아니었다. 그는 2006년 생림면에 위치한 한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으면서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에게 한국에 오게 된 계기를 물었다. "태국에서 작은 식당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되어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혼자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한국으로 오게 됐죠." 그는 내년 7월 아내가 있는 태국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지만 태국에서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니 열심히 일하느라 그럴 여유가 없었죠. 하지만 '타이타이' 덕분에 태국인 친구는 많이 사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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