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탈방의 조지현 대표가 말뚝이 탈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해에서 유일하게 김해 가락오광대 탈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삼계동에 위치한 가야탈방의 조지현(57·여) 대표. 그는 1983년부터 탈을 만들어 왔다. 그저 탈이 좋아 탈 제작을 시작했다는 그는 나무를 깎아 만드는 안동 하회탈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동래야류 탈을 만들던 천재동 선생을 찾아가 박을 이용해 탈을 만드는 제작 과정도 익혔다.
 
조 대표가 본격적으로 오광대 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 김해 가락오광대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인 1980년대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본래 김해군 가락면 죽림리(현 부산 강서구 가락동) 마을 앞 낙동강가에서 가락오광대놀이가 행해졌으나 일제강점기 때 중단됐다. 하지만 1984년부터 다시 재연된 뒤 1990년 경남민속예술경연대회에 수상을 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락오광대 탈은 박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박 탈은 제작에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요즘은 좋은 박을 구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조 대표는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박을 키우는 장사꾼들에게 박이 여물 때까지 키워달라고 부탁해서 겨우 박을 구한다고 전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박을 삶고 자연건조시킨 뒤 한지를 발라 다시 건조시키는 방법을 수 차례 거듭해야 탈의 기본 틀이 완성된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가 이처럼 정성이 많이 필요로 하는 가락오광대 탈 제작에 매진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가락오광대 탈의 매력을 이렇게 전했다. "박으로 만드는 가락오광대 탈은 다른 지역의 탈보다도 조형미가 으뜸이죠. 상하좌우 대칭이 전혀 되지 않는데도 전혀 험오스럽지 않고 오히려 소박한 느낌을 주거든요."

2004년 시행착오 거쳐 고증
최근 향토핵심자원 사업 선정
3년간 지원 대중화 밑거름
 
조 대표는 가락오광대 탈을 만들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가 소장되어 있는 탈을 10여 차례 살펴 보았고 고서적에 남아 있는 김해 가락오광대 탈 사진을 보면서 탈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결국 수 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전통 탈 모양을 재현할 수 있었고 2004년에는 고증을 받아냈다고 한다. 탈에 대한 그의 집념이 이룬 성과다.
 
지난달에는 조 대표가 제작하는 가락오광대 탈은 행정안전부의 향토핵심자원 사업화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3년 동안 4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게 됐다. 시범사업 선정을 계기로 그는 염원하던 가락오광대 탈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쓸 수 있는 탈만 탈이 아니예요. 노리개, 열쇠고리, 단추, 목걸이 등의 장식품을 비롯해서 생활용품의 디자인에도 탈의 모양을 도입하면 얼마든지 오광대 탈을 상품화시킬 수 있죠."
 
조 대표는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오광대 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해의 각종 축제와 행사를 통해 가락오광대 탈을 홍보해 왔으며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간단한 탈은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이 탈을 보면 열에 아홉은 안동의 탈인 줄 알아요. 김해도 지역만의 탈이 있는 것을 시민들이 알고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현재 그는 아들 박진우(35) 씨에게도 탈 제작을 전수하고 있다. 모자가 모두 김해 가락오광대 탈 제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아들이 이제 자신을 뛰어 넘어 가락오광대 탈 제작에 으뜸일 것이라며 칭찬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제가 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해보더니 지금은 혼자서도 거뜬히 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아들도 대대손손 오광대 탈 제작을 계승할 생각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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