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공인중개사무소의 안내판. 매매 매물은 넘쳐나는 반면,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금리 인하·입주물량 부족 영향
부동산업소마다 대기자 즐비
내년 봄까지 ‘전세난’ 이어질 듯


"진영신도시 쪽에는 아파트 전세 물량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세 나오는 게 있으면 연락 드릴게요. 하지만 손님 앞에 6명이나 대기자가 있습니다. 언제 차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만 그런 게 아니군요."
 
오는 9월 결혼할 예정인 김지민(30·여·가명) 씨는 김해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남편될 사람의 직장이 창원인 점을 감안해 진영신도시에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진영 지역 부동산 중개사무소 4곳에 전화를 걸었는데,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해에서도 전세난이 심각한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추가 입주 물량 부족 등이 전세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난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김해의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는 518만 원이었다. 이는 지난 1/4분기보다 14만 원이 오른 것이다. 2/4분기 경남지역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는 498만 원이었다.
 
김해에서 전세가가 가장 높은 지역은 율하동이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율하동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는 686만 원이었다. 관동동은 613만 원, 대청동은 544만 원, 삼문동은 528만 원으로 집계됐다. 진영읍은 396만 원, 삼계동은 590만 원, 구산동은 528만 원, 내동은 57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전세가는 지난 1/4분기보다 4만~49만 원 가량 상승했다.
 
김해의 아파트 전세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영읍, 삼계동, 내외동 지역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세매물이 없어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대기자를 받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대청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경기 악화, 연이은 지역주택조합 설립 등으로 인해 아파트 매매 물량은 1천 가구 아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에 3~4곳이 나오고 있지만 물량이 해소되지 않고 자꾸 쌓인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지자 전세로 살다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가려는 심리가 많이 작용해 3~4개월 전부터 전세가 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하, 입주물량 부족 등의 여파로 김해의 전세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장유 대청동의 한 아파트단지 전경.

율하동 대세공인중개사무소 이상록 소장은 "율하 지역에서는 아파트 값이 떨어지다 보니 매매보다 전세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전세 매물을 찾기가 힘들다. 종전에는 전세집의 경우 직접 집을 살펴본 뒤에 계약을 했지만, 지금은 워낙 전세 물량이 귀하다 보니 계약부터 먼저 해 놓는 경우가 많다. 전세가도 많이 올라 율상마을 모아미래도(114㎡) 저층 전세가가 2억 2000만~2억 30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진영읍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창원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평균 전세가는 각각 818만 원, 564만 원이다. 창원의 매매가, 전세가가 모두 비싸다 보니 창원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진영신도시에서 전세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입주하는 아파트가 없는데다 저금리 영향으로 인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세가 너무 귀하다. 진영 지역의 공인중개사무소마다 전세 대기자가 5~6명씩은 된다. 오는 11월 진영 휴먼빌 입주가 시작되고 난 뒤 3~4개월이 지나야 전세 물량이 더러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계동과 내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두희 공인중개사는 "새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많으면 기존의 아파트를 팔고 옮기거나 전세를 내놓는 사례가 많이 생긴다. 그러나 지금은 입주 물량이 없기 때문에 전세 움직임이 전혀 없다. 삼계동 1만 3000가구 중 전세 매물은 1~2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 이자가 워낙 낮다 보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게 더 이득이다. 그래서 월세가 크게 늘고 전세 매물은 줄고 있다. 내년에 입주하는 아파트가 있지만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는 전세난이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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