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들이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고 있다.

김해·부산서 1200명 몰려 성황
손톱에 물 들이며 저마다 웃음
자봉·참가자 모두 ‘추억의 염색’


"손을 보세요. 봉숭아꽃 색이 참 곱죠. 봉숭아 꽃물 덕분에 회춘하는 것 같아요."
 
지난 16일 칠산서부동주민자치센터에서 사회봉사단체 '가야사랑 두레'(대표 정다운)가 개최한 제8회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장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색의 봉숭아꽃 화분이 즐비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김해·부산 등에서 1200여 명이 축제를 찾았다.
 
주민자치센터 앞마당에는 총 1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솜사탕 만들기,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달고나 만들기, 봉숭아 꽃잎을 넣어 부친 화전, 떡과 과일 등의 먹거리 부스와 페이스페인팅, 타투 스티커, 석고방향제 꾸미기와 색종이 접기 등의 체험형 부스였다. 각 부스에서는 미취학 아동에서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는 청소년들까지 서로 몸을 부대끼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봉숭아 꽃물들이기' 부스와 손수건에 봉숭아 꽃물을 염색하는 '손수건 염색' 부스는 많은 참여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손수건 염색' 부스에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어린이,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들이 모두 숟가락을 하나씩 쥐고, 봉숭아꽃을 올린 하얀 손수건을 두드리고 있었다. 즐거운 숟가락 장단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 꽃물로 염색한 손가락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알록달록 피어난 봉숭아꽃. 꽃물을 들일 준비를 하는 할머니. 고교생들의 수화공연(사진 위부터).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봉숭아 꽃물들이기'였다. 축제장 곳곳에 주황빛, 보랏빛, 선홍빛으로 피어 있는 봉숭아 꽃잎을 직접 따 온 참여자들은 꽃잎을 빻고 백반을 넣어 손톱에 올렸다. 손가락에 꽃물을 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꽃물처럼 환해졌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은 어린이, 할머니들의 손에 직접 꽃물을 들여 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주황빛으로 물들인 열 손가락을 활짝 펴 보이며 아이같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근종려(78·여·장유) 씨는 "색이 참 곱게 물들었다. 어릴 적 꽃물을 들이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재작년부터 계속 이 축제를 찾아오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공식무대 앞좌석에는 어르신들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축제의 공식행사인 무대공연을 지켜 보는 인파였다. 첫 무대는 '나라사랑 봉숭아꽃잎 태극기 만들기 퍼포먼스'였다. 태극기 모양을 그려 놓은 종이에 꽃잎과 이파리를 붙여 꾸미는 행사였다. 김해에 거주하는 사할린 동포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진행자가 완성된 태극기를 가리키며 국민의례를 제안하자 일부 동포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해YMCA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뒤를 이었다. '오렌지코스모스'와 서부어린이집 아동들의 어린이 댄스공연도 펼쳐졌다. 깜찍한 어린이들의 공연에 어르신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김해YMCA 소속인 김해분성고·영운고 합동수화반의 수화공연도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즐거워하며 무대를 향해 우레와 같은 함성을 쏟아냈다. 이외에도 '색소포니아'의 색소폰 연주와 부채춤, 국악인 배선정 씨의 국악가요, 트로트 공연 등이 어르신들의 흥을 돋웠다.
 
부산에서 왔다는 조규승(57) 씨는 "색소포니아 단원이다. 행사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참여 인원이 많고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알찬 것 같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른 축제"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수건 염색 자원봉사를 하던 김혜영(43·여·북부동) 씨는 "칠산서부동주민센터에 기타를 배우러 다니다 봉숭아 꽃물들이기 축제를 알게 됐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어린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어 의미가 크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민희(33·여) 씨는 "부산에서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왔다. 요즘 봉숭아꽃을 보기 쉽지 않아 딸을 위해 축제에 참여했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추억에 심취한 것 같다. 장소가 좁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 온 가족이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간다"며 봉숭아꽃물을 들인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가야사랑 두레 정다운 대표는 "매년 축제를 진행하면서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매우 기쁘다. 올해는 가족 위주의 참여자들이 많았다. 김해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진행하는 작은 축제이지만, 매년 찾아와 축제를 즐기는 손님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면서 "오는 12월에는 모닥불 축제를 개최한다. 추운 겨울 따뜻한 모닥불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온정을 나누는 시간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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