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화포천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 일본 효고 현 도요오카 시에서 방생된 황새 봉순이가 화포천을 찾아온 게 계기였다. <김해뉴스>는 화포천을 올바르게 보호하고 김해를 사람과 자연이 아름답게 공생하는 생태도시로 변모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선진국들의 생태도시들을 취재했다. 영국의 런던습지센터, 프랑스의 알자스 위나비르 방사센터, 독일의 뤼슈테트 유럽황새마을, 전남의 순천만 등의 사례를 시리즈로 싣는다.
 

영국 런던습지센터의 '더벌튼 하이드'를 찾은 방문객들이 창문 사이로 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런던(영국)=김예린 기자

 

수도회사 운영하던 상수원 시설
국민 후원금 모아 습지공원 꾸며
봉사자 노력 덕 5년만에 완공
수생식물·나무 심고 연못·늪 조성

유아에서 노인까지 방문객 다양
곳곳에서 만나는 습지생물 이채
각종 체험 프로그램 흥미 유발
센터 직원 대부분은 자원봉사자




영국 런던 외곽에 있는 '런던습지센터(London Wetland Center)'로 가려면 먼저 런던 시내 중심가에 있는 본드스트리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해미스미스역까지 약 25분을 가야 한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템스강을 건너 다시 10분을 달리면 반스 지역이 나타난다. 이곳에 런던습지센터가 있다.
 
런던습지센터는 세계 최대 습지보전시민단체인 'WWT(The Wild fowl & Wetland Trust)'가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에서 운영하는 영국 9개 습지 가운데 하나다. '런던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런던습지센터는 약 0.43㎢ 면적의 습지, 호수, 연못으로 이뤄져 있다.

▲ 런던습지센터의 방문객센터. 한 어린이가 연못의 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WWT 설립자인 피터 스콧의 동상(사진 왼쪽부터).

원래 이곳은 '템스 워터'라는 상수원 회사가 상수원 공급을 위해 운영하던 콘크리트 저수지였다. 1993년 저수지의 기능이 사라지자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WWT는 이 지역을 습지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지역을 습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소유주인 수도회사와 주택개발회사를 끌어들여 지역 일부를 고급주택단지로 개발했다. 이렇게 해서 110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 약 165억 원의 복원 비용을 마련했다. 더불어 영국 국민들로부터 후원금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를 모금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습지 조성사업은 5년간에 걸쳐 진행됐다. 자원봉사자들이 30만 수가 넘는 수생식물과 3만 그루의 나무를 직접 심어 갈대밭, 호수, 연못, 늪 등의 인공습지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0년 5월 런던습지센터는 문을 열었다.
 
런던습지센터로 난 오솔길을 걷는데, 검은 새 한 마리가 총총 길을 건너며 인사를 했다. 방문객센터 앞 연못에서는 WWT의 설립자인 피터 스콧 동상이 쌍안경을 들고 날갯짓하는 백조를 관찰하고 있었다.
 
방문객센터는 유모차를 타고 온 아기에서부터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유아,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붐볐다. 이곳에는 습지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 습지를 오가는 철새의 수와 이동 상황 등을 기록한 상황판, 런던습지센터의 역사를 안내한 소개글판 등이 설치돼 있었다.
 
방문객센터를 뒤로 하고 습지를 빙 둘러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100여 종에 이르는 조류, 포유류, 곤충 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일대는 연못 지역, 더벌튼 하이드(은신처), 세계습지지역, 공작새 탑(피콕 타워), 야생생물 은신처, 갈색제비둥지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걷는 내내 새와 바람, 나뭇잎이 내는 화음 덕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여기가 과거에는 딱딱한 콘크리트 저수지였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못 지역에 들어서자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연못에 뜰채를 집었다 넣었다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어떤 곤충이 나올까'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건져 올린 뜰채에는 물방개, 장구애비 등 각종 곤충들이 가득했다. 어린이들은 연못 앞에 마련된 책자를 살피며 자신이 잡은 곤충의 생김새와 특징을 살펴보았다.
 

▲ 런던습지센터 전경.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남쪽 길을 따라가자 초록색 나무집인 '더벌튼 하이드'가 나왔다. '새들도 귀가 있습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은신처 입구에 이렇게 적힌 안내판을 읽으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어르신 두 명이 숨을 죽인 채 호수로 모여든 새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물닭 한 마리가 둥지를 짓기 위해 갈대 줄기 하나를 입에 물고 뭍으로 향했다. 물닭의 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던 방문객은 "새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남쪽 길 끝에는 3층 높이의 공작새 탑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2, 3층에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가장 높은 3층에 오르자 노부부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호수를 유영하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들을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문객들은 조용히 호수 위 백조 한 쌍의 우아한 몸짓만 살펴볼 뿐이었다.
 
런던습지센터의 자원봉사자 필립 씨가 백조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라며 거대한 망원경 앞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필립 씨는 "런던습지센터가 정말 좋아 매주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새와 습지생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즐거워 했다.
 
WWT가 운영하는 9개 습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런던습지센터도 마찬가지다. 습지 한 쪽에 조성된 수백여 채의 고급주택단지 임대수입과 개인·가족·종신회원의 회비, 센터 입장료, 시민의 기부금으로 유지된다. 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다. 퇴직자,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런던 시민 200명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런던습지센터를 위해 봉사한다.

▲ 한 직원이 런던습지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갈색제비가 알을 품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시설. 갈색제비둥지 입구(사진 위부터)

공작새 탑 옆에는 '갈색제비둥지'가 있다. 흙을 쌓아 동굴처럼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소형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은 갈색제비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TV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광경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는 관람객들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런던습지센터는 방문객들에게 자연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못 발 담그기, 야생관찰하기, 서식지 조사하기, 수달 먹이 주기, 습지 삶 들어보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맹금류 소리 듣기, 박쥐 관찰하기, 야간 사파리여행 등도 진행한다.
 
런던습지센터의 리처드 브룩 생물다양성 담당자는 "WWT의 구호 중 하나는 '야생동물과 사람에게서 습지를 보존하는 것'이다. 습지가 오염물질을 걸러주고, 자연재해를 막으며 많은 생명체에게 서식지가 된다는 사실은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자연과 친숙해져야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환경을 보호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브룩 씨는 "사람들의 자연보호에 대한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런던습지센터는 방문객들이 아주 작은 경험이라도 할 수 있도록 습지센터 생물들의 서식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습지를 느끼고 간 방문객은 가까운 미래에 센터를 위한 잠재적 자원봉사자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해의 화포천습지 생태계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방문객들의 자연보호 인식을 높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런던(영국)=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