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만에 시집을 발간한 이윤택 시인.

현대서정사, <숲으로 간다> 발간
시 40편·시극 담아 총 4부로 구성


"숲으로 간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빛을 받고 살아서/ 습지를 확보하지 못한 젖이 마르고// (중략) // 숲은 어디에 있나// 숲은 그냥 우리가 숲이라고 불러주는 그곳에/ 아파트 근처 야산 키 작은 나무 몇 그루로 둘러싸인 구렁에// (후략)" (시 '숲으로 간다' 중에서)
 
극작가, 연출가, 평론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문화게릴라' 이윤택 시인이 새 시집을 냈다. 시 40편과 5장 짜리 시극을 담은 <숲으로 간다>(현대서정사)이다. <숲으로 간다>는 <밥의 사랑> 이후 20년 만에 펴낸 다섯 번째 시집이다. 다른 시집으로는 <시민> <춤꾼 이야기> 등이 있다.
 
부산 출생인 이윤택은 37년 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1979년에 월간 <현대시학>의 추천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에 동인지 <열린시>와 무크지 <지평> 등을 통해 소집단 운동을 주도하며 시, 비평, 연극연출, 희곡, 방송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숲으로 간다>는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세기말 시편'에는 '난시현상', '낮은 음은 통곡이다', '내가 쓰는 시의 각도', '새벽에 시를 품다' 등 13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일상과 이상간의 괴리, 시의 언어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그는 '새벽에 시를 품다'에서 '짧은 서정시는 막막하고/ 긴 항해기를 쓰고 싶은데/ ‘나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같은 방랑서사가 되었으면 하는데/ 영웅이 없는 시대이므로 거창한 오딧세우스의 귀환서사는 적당치 않고/ (중략) / 진실로 인간적인 서간문, 연극적인 독백도 삽입되었으면 좋겠다, 새벽에 문득 잠 깨어 떠올리는/ 짧은 서정시도'라고 읊고 있다.
 
2부 '노숙의 시'에서는 시대의 현실을 대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오래된 통술집에서', '결국, 삶이야!', '숲으로 간다', '도요마을에 와서' 등 12편의 시가 있다. '숲으로 간다'에서는 인간의 몸  속에서 자라난 암세포를,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확장시켰다. 병든 인간이 병든 사회, 나아가 병든 세계를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숲을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스로 숲이 되는 일'이라며 본향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3부 '도솔가, 혹은 짧은 서정시'에서는 가벼운 언어유희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노래', '아무 상관없어', '날개', '나의 낙관주의', '영혼에 대하여' 등 16편의 시가 배치돼 있다. 시 '날개'에서 그는 '지쳐버린 인생을 뛰어 넘어/ 가볍게 날아볼까/ 요절한 시인처럼// 날고 싶은 자는 먼저/ 저 혼자 걷는 법을 익힌 다음/ 춤추는 법을// 그러면 당신에게 날개가 달릴 걸'이라고 말하고 있다. 짧지만 강한 어조로 내면의 세계를 드러낸 대목이다. 또한 스스로에게 하는 이 말들은 글로 기록돼 세상에 투박하게 던져지고 있다.
 
4부는 '꽃을 바치는 시간'이라는 시극으로 꾸며졌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시극은 오래된 카페 '아미고'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장은 '오래된 카페 아미고', 2장은 '인문주의는 철 지난 팝송처럼', 3장은 '노망은 늙은이의 희망…니체는 나체로!', 4장은 '참을 수 없는 바람기 때문에 시간은 인간을 어쩌지 못해', 5장은 '별이 된 사람' 등이다.
 
<현대서정사>의 신진 편집인은 "1980년대에 기획시집을 냈을 때의 인연 덕분에 이번 시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자연생태와 관련한 기획총서를 계획하며 이 씨를 첫 주자로 내놓았다. 그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민중적 서정시와 전통의 현대화 과정을 담은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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