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아파트 주민들이 동대표 자격을 취소하라며 김해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법 ‘벌금 100만 원↑동대표 결격’
‘집유 2년’ 아파트주민 선출 논란
법제처 “자격상실” 유권해석 불구
법원 “유예기간 경과 괜찮아” 판결


'공동주택관리와 관련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아파트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없다'는 주택법 규정이 있다. 그렇다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뒤 집행유예 기간 2년이 지난 사람은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최근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동대표 자격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과 법제처·국토교통부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김해의 A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선거를 통해 B 씨를 동대표로 선출했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B 씨가 2009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일할 때 법적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리모델링 공사 및 유지보수 용역계약과 관련, 배임수재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4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 제5호에는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동별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입주민들은 B 씨가 징역형을 선고 받은 지 5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별 대표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법제처는 B 씨에게 동대표 자격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제처는 A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의에 대해 지난달 2일 "해당 내용을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 중에서 벌금 액수가 1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에는 징역, 금고 등 벌금보다 중한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법제처는 "주택법 규정의 취지는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동별 대표자의 자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도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들였다. 국토교통부는 A아파트 입주민들의 문의에 대해 "공동주택관리와 관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이 경과한 경우도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해당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법원은 법제처·국토교통부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정재규)는 지난달 3일 A아파트 일부 입주민들이 낸 'B 씨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에서 "B 씨는 동별대표자 선거 당시 집행유예 기간을 경과했다. 벌금형은 폭행·상해죄에 관한 것"이라며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 경남도 건축과 관계자는 "형법에는 집행유예 기간이 지나면 해당 형의 선고는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범죄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자격 상실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법원도 똑같은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단과 법제처의 판단이 상반된 상황이다. 집행기관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우선하게 돼 있기 때문에 소송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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