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동면 매리에 개별공장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흉물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시 종합계획 추진·전담부서 신설
‘경사도 규정’ 현실 맞춰 개선 방침
준산업단지 등으로 개별공장 해결
방안 실효성 회의적 시각도 존재



김해시가 난개발 문제 해결을 위한 '난개발 정비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담당부서도 신설했다. 이와 관련, 난개발 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과 또 다른 형태의 난개발이 초래될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 김해시 난개발 문제 해결 의지
김해시는 지난주에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18년 동안 유지돼 온 '담당제' 폐지, 장유출장소 강화, 부서 명칭 변경, 새 부서 신설 등이 주된 내용이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도시계획과 안에 신설한 '난개발정비팀'이다.
 
시가 난개발정비팀을 신설한 것은 허성곤 시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는 취임 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난개발의 정비와 치유를 통해 개발과 안정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시는 난개발정비팀 신설에 앞서 '난개발 정비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인제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사례 분석 용역을 의뢰했다. 또, 각 읍·면사무소를 통해 난개발 관련 현안을 파악하고 있다. 시는 계획이 구체화되는 오는 8월 환경단체·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9월까지 '난개발정비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할 방침이다. 이어 난개발정비팀이 세부추진 계획을 만들어 일을 추진해 나가게 된다.
 
도시계획과 강삼성 과장은 "난개발에 대응할 전담팀이 신설된 만큼 '난개발정비 종합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세부대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난개발정비팀이 떠맡은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장과 거주지가 뒤섞여 있는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김해에는 7068개의 공장이 등록돼 있다. 대부분 개별공장이다. 특히 진례·한림·상동면 등 비도시지역에 개별공장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가운데, 공장과 거주지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주민들은 오염, 소음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불편을 겪어 왔다.
 
시는 '준산업단지' 또는 '공장입지유도지구'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허 시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두 가지 방안을 거듭 거론했다. '준산업단지'는 도시나 도시 주변 특정지역의 개별공장 밀집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을 경우, 계획적 관리를 위해 지정하는 지역이다. '공장입지유도지구'는 개별공장을 원활하게 설립할 수 있도록 공장 설립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사전에 지정하는 제도다.
 
시는 두 방안을 통해 부족한 기반시설을 보완하고, 뒤섞여 있던 공장과 주거지가 분리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준산업단지로 지정되면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국비와 시비를 지원할 수 있다.
 
■ 긍정론·부정론 엇갈려
두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먼저 '준산업단지'의 경우 토지 소유주 및 기업 대표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관련자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녹지 확보 비율 완화 등 부분적으로는 환경에 불리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준산업단지로 지정하더라도 국비와 시비 지원 등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공장입지 유도지구' 지정이 산재된 개별공장 문제 해결에 역기능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장입지가 가능한 지역을 미리 지정해 알려주기 때문에 땅값 상승과 특혜 시비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는 전남 장성군뿐이다.
 
국토연구원 산업입지연구센터 장철순 센터장은 "난개발 지역을 정비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준산업단지의 경우 도로, 환경처리시설 등 기반시설 개선에 국비 지원이 이뤄진 선례가 없어 전국적으로 경기도 시흥, 충남 아산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난개발정비 종합계획에 담길 내용 가운데 두 번째 '뜨거운 감자'는 시 도시계획조례의 '개발제한 평균경사도 11도' 규정이다. 시는 난개발 문제 해결을 명목으로 김맹곤 전 시장 시절이던 2010년 개발제한 평균경사 11도 규정을 마련했다. 평균경사도가 11도 이상인 산지에는 공장 신설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후 김해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는 인접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내세워 규정의 완화를 요구해 왔다. 반면, 환경단체 등에서는 난개발 방지를 이유로 현행 규정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해시의회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허 시장은 취임 이후 경사도 규정에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강삼성 과장은 "개발제한 적용기준을 현실에 맞게 되짚어 보면서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11도 규정을 일괄적으로 완화하기보다는 예외적용 조항 등 부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평균경사도 11도 기준이 난개발을 관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성호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중앙정부가 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김해의 경우도 값싸게 농경지를 개발하려다 인·허가가 남발되고, 한계시점까지 개발이 이뤄진 측면이 있다. 대도시에서는 '평균경사도'보다 엄격한 기준인 '최대경사도'로 개발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비교하면 김해시의 평균경사도 11도 규정은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경남발전연구원 마상열 연구위원도 "규제를 풀기는 쉽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도입하기는 힘들다. 토지 적성 평가 등을 통해 규정을 일부 완화해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11도 기준은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