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는 이번 주부터 새 기획시리즈 '현장'을 연재합니다. 김해에서 매일 또는 매주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속을 들여다보는 기사입니다. 때로는 공연장·행사장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파출소·소방서·사건사고 현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체취를 맡아 보시기 바랍니다.

▲ 15일 김해문화의전당과 연지공원 사이 금관대로에서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원한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 3000명 편 갈라 ‘수전놀이’ 즐겨
1차전 5만 개 물풍선 15분 만에 사라져
어른·아이 모두 ‘물에 빠진 생쥐’

브라질 음악 북공연에 가슴 ‘둥둥둥’
밝은 조명 아래 매혹적 삼바 댄서 눈길
뜨겁던 4일간 축제 화려하게 폐막


"이제 곧 수전놀이가 시작됩니다. 모두 머리 위로 물풍선을 들고 상대편을 향해, 하나~두울~셋~ 발사!" "꺄~~악!!!"
 
신나는 노래, 빨강·파랑·노랑 등 형형색색의 물풍선, 하늘 위로 치솟는 물줄기와 우렁찬 함성이 김해문화의전당 앞 도로를 가득 채웠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물폭탄으로 찜통더위를 날려버렸다.
 
지난 15일 썸머페스타의 하이라이트인 수전놀이가 펼쳐졌다. 김해의 전통놀이인 석전놀이를 재해석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돌 대신 물총과 물풍선을 들었다.
 

▲ 수전놀이 참가자들의 즐거운 표정.

오후 2시, 김해문화의전당과 연지공원 사이 도로인 금관대로 1368번길에서는 물풍선 준비가 한창이었다. 래쉬가드, 모자, 수경, 물총 등 만반의 준비를 끝낸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현장에서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어린이들은 기다리기가 지겨운 듯 물총에 물을 채워 서로 쏘아대며 뛰놀았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김해문화의전당 앞에는 물에 젖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10분 전. 참가자 3000여 명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두 편으로 나뉘어 섰다. 서로를 공격할(?) 물풍선을 발밑에 두고 사회자의 시작 구호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둥-둥-둥" 본 무대에는 놀이 장 전체를 메울 정도의 음악이 가득 찼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김해문화의전당 직원들은 대형 물호스를 대포마냥 어깨에 대고 공중으로 쏘기 시작했다. "꺄아~." 소리를 지르며 물대포를 피해 다니던 어린이들은 옷이 금세 젖어버리자 오히려 물대포 물줄기를 즐기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하나~두울~ 셋~ 발사" 하는 구호가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있는 힘껏 도로 맞은편으로 물풍선을 날렸다. 파란 하늘에는 오색 물풍선과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물풍선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가득 채웠다. 강한 물줄기로 시야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쏟아졌다. 날아오른 물풍선은 상대편에게 미처 닿지 못하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떨어지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가이드라인을 살금살금 넘어가 물풍선을 다시 집어 던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의 놀이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른들도 합세했다. 엄마, 아빠, 할머니 등 자녀들과 함께 온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갔다.
 
5만 개의 물풍선은 15분 만에 동이 났다. 참가자들은 '물총 2차전'을 시작했다. 물총싸움의 타깃은 함께 온 친구와 가족이었다. 물총싸움에서만큼은 위아래가 없었다. 한 남자아이는 누나와 아빠를 가리지 않고 마음껏 물총을 쏘았다. 어른들은 물총을 든 어린이들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 '라퍼커션'의 신나는 북음악 연주 장면.

"하지 마, 하지 마!" 빗발치는 '물' 총알 세례를 손으로 막으며 도망 다녔지만 그 누구도 물총싸움을 말릴 수 없었다. 도망가던 어린이들이 심기일전해 복수전을 펼치며 다시 친구를 쫓고 쫓았다. 30분이 넘게 이어진 치열한 물싸움에 지칠 법도 했지만 어린이들의 전투력(?)은 더욱 상승했다. 이들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준비해 놓은 물 충전소에서 물 총알을 보충하며 물총싸움을 이어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참가자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생쥐 꼴이 됐다. 친구들과 함께 수전놀이에 참여한 나이해찬(구봉초) 군은 "물풍선 싸움을 한 건 처음이다. 친구들에게 물풍선을 던졌는데 물풍선이 터지는 게 재미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물총놀이를 벌인 김연주(삼계초) 양은 "친한 언니들과 물총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더웠는데 실컷 놀다보니 이제는 살짝 추울 정도"라며 웃었다.
 
수전놀이가 끝난 후 김해문화의전당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수전놀이가 끝나자마자 하늘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굵은 소나기가 내렸다. 이미 물에 옷이 젖은 아이들은 비를 피하지 않고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뛰어다녔다.
 
한 차례 시원한 소나기가 지나가고 1시간 후 2차 수전놀이가 시작됐다. 한 차례 물총놀이로 몸이 풀린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 없이 물풍선과 물총놀이에 빠져들었다. 5세, 10세 자녀와 함께 참가한 박현영(31·구산동) 씨는 "이런 대형 물놀이 행사에 아이들이랑 함께 참여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물에 젖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 한 어린이가 삼바댄스팀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수전놀이의 시원한 물줄기가 식어갈 무렵 썸머페스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음악 축제가 시작됐다. '일렉트리코 퍼레이드'였다. 퍼포먼스 팀 '라퍼커션'을 중심으로 차량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라퍼커션'은 브라질악기 연주자가 이끄는 예술집단이다.
 
라퍼커션은 드럼과 비슷한 브라질 전통악기인 수르드, 까이샤, 헤삐니끼 등을 들고 등장했다. '둥~두르두두두둥' 북소리는 심장 소리처럼 울려 퍼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물놀이의 북 공연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난타 공연을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경쾌한 라틴 리듬이었다. 큰 북을 한 손으로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북에 기대 허리를 뒤로 넘기고…. 이들은 북을 자신의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뤘다.
 
화려한 민속 의상을 입은 여성과 흑인 남성이 중앙으로 나와 흥겨운 춤사위를 선사했다. 그들은 특정한 순서와 동작이 정해진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리듬에 온 몸을 맡겼다. 탭댄스를 하듯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땅을 구르는 발과 자유로운 손과 몸동작은 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오메야 오메오~ 오메야 오메오~" 공연단이 선창을 하면 시민들이 따라했다. 생소한 리듬과 멜로디였지만 시민들은 브라질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하늘이 어두워지자 도로에 조명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도로 전체가 화려한 무대가 됐다. 불빛에 맞춰 브라질을 상징하는 삼바 댄스팀이 등장했다. 외국 댄서들은 화려한 왕관과 온몸을 휘감는 옷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삼바 특유의 어깨와 골반을 빠르게 흔드는 동작에 댄서들의 어깨에 달린 깃털들이 격렬하게 춤을 췄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광경에 시민들은 휴대폰 사진기를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어린이들이었다. 어깨를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음악 속에서 박수만 치던 어른들 사이에서 꼬마들은 삼바 댄서가 된 듯 몸을 마구 흔들었다.
 
김해를 더욱 뜨겁게, 시원하게 만든 썸머페스타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밤 산책을 나왔다가 공연을 봤다는 오봉년(70·구산동) 씨는 "생소한 음악이지만 박자와 리듬이 좋다. 공원에서 공연을 보니 즐겁다"며 연신 박수를 쳤다. 자녀와 함께 수전놀이에도 참가했다는 김지현(36·부산시 양정동) 씨는 "썸머페스타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서 왔다. 이런 공연은 수도권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강보금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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