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에서 열린 '분리수거밴드' 공연에 많은 관객이 몰려 음악을 즐기고 있다.

<김해뉴스>는 이번 주부터 새 기획시리즈 '현장'을 연재합니다. 김해에서 매일 또는 매주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속을 들여다보는 기사입니다. 때로는 공연장·행사장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파출소·소방서·사건사고 현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체취를 맡아 보시기 바랍니다.
 

12~15일 문화의전당 일원서 진행
다양한 이벤트 연속 무더위 잊어

사흘간 이어진 ‘시원한 콘서트’ 인기
김해서 보기 힘든 밴드 연주에 열광

낮에는 나무 아래 벤치에서 프리마켓
‘전당드레싱’ 형형색색 커튼도 눈길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 여전히 날씨는 무덥다. 매미도 더운지 '굉음'을 내면서 울고 있다.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표정도 마찬가지. 오늘의 폭염이 어땠는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종횡무진 뛰어놀기에 바쁘다. 한 가족은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고 있다.
 
이런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큰 키에 훈훈한 외모를 지닌 건장한 남성 2명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김해에 왔다는 인드밴드 '소심한 오빠들'이었다. 이들은 김해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관객들, 특히 젊은 여성들은 앞자리의 빈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바삐 몸을 움직였다.
 
"서울에서는 나름 유명한 밴드랍니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네요. 땅속에 오래 있었던 불쌍한 친구들이니 미워하지 마세요." 보컬 이승호 씨의 유쾌한 입담을 시작으로 '소심한 오빠들'의 달콤하고 감미로운 노래가 이어졌다. '주변에 여자 꽤나 꼬일 법도 한데/ 짝사랑 외길 인생 나 끝내 보려 해/ 술 한 잔 하자는 그녀 속마음 응큼해/ 차 마시긴 뭐하니 술 한 잔 하자고 했어'(꽐라 중에서)

▲ '스카웨이커스' 밴드가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이 12~15일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과 주변 도로에서 펼친 '썸머페스타' 축제 가운데 '시(SEE)원(WANT)한 콘서트'의 첫 무대 모습이다. 축제는 공연 외에도 신나는 물놀이, 브라질 삼바음악, 영화 상영, 각종 문화예술 체험 등으로 채워졌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잠시나마 폭염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줄곧 앉아서 노래를 부르던 '소심한 오빠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까지 춰야 여러 곳에서 많이 불러준다"며 환하게 웃더니 댄스곡에 맞춰 역동적인 춤을 추기 시작했다. "꺄~악!" 여성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연신 터져 나오고, 가수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다음날에는 재즈밴드 '김희영 콰르텟'과 힙합·DJ사운드를 결합한 음악을 선보이는 '분리수거 밴드'가 공연했다. 축제에 대한 입소문이 났던지 이날 애두름마당에는 전날보다 배가량 많은 2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김희영 콰르텟'이 들려주는 흥겨운 재즈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리듬을 느끼며 눈을 감고 감상하기도 했다. 밤을 잊은 매미 울음소리는 색소폰, 베이스, 드럼, 건반이 만들어내는 음악과 함께 무대를 유영했다.
 
이름이 독특한 '분리수거밴드'는 버스킹(길거리) 공연으로 다진 내공을 가감 없이 선보였다. 보컬 김석현의 입담은 노래보다 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여러분 더워요? 저도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이는 듯하네요." 웃음을 터뜨리던 관객들은 연주가 이어지자 부채를 놓고 신나는 리듬에 맞춰 갈대처럼 춤을 췄다. '분리수거밴드'가 즉흥곡 소재를 추천받는다고 하자 한 남자가 손을 들었다. "아내가 다음 주에 출산할 예정이다. 초산이라 두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아내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주길 바란다." '분리수거밴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감미로운 멜로디의 노래를 불렀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는 공연장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어 여름밤에 알맞은 노래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거나 뛰면서 공연을 즐겼다.

▲ 한 가족이 형형색색의 천에 글을 적고 있다.

축제 셋째 날에는 지역 초·중·고교생들의 춤판이 펼쳐졌다. 유모차에 갓난아기를 태우고 온 한 가족은 잔디밭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큰 상자 안에 물과 과자를 가득 채워 온 남학생들은 돌계단에 앉아 짓궂은 농담과 장난을 주고받았다. 이곳저곳 뛰어다니느라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은 어린이들은 달콤한 과자를 손에 쥔 채 공연을 기다렸다.
 
'삐-익' 하는 마이크 소리와 함께 무대 조명이 켜졌다. 멀리서 손을 꽉 잡고 뛰어온 여학생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자 마치 이들을 기다렸다는 듯 흥겨운 춤판이 시작됐다. 이날 공연은 김해 지역 댄서연합 '김해춤판'에 속한 6개 댄스동아리가 꾸민 무대였다.
 
깜찍한 외모의 초등학생 댄스동아리 'DDR'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응원의 박수로 환영했다. 앳된 외모와 귀여운 춤동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무슨 행사인지 궁금해 애두름마당으로 몰려왔다. 키가 작은 학생들은 발뒤꿈치를 힘껏 올리고 봐야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격렬했던 춤판이 끝나자 공연장에는 4인조 인디밴드 '중식이'가 올라왔다. 부스스한 퍼머 머리에 후줄근한 옷차림새의 보컬 정중식 씨는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맨날 일하기 싫다 말하면서 일하러 간다 왜냐 월세 때문에 세금 때매 밥값 때문에♬" 노래를 듣고 있던 중년 남성 관객의 표정이 자못 진지했다. 가사에 공감하는 듯 미동도 없이 진중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애두름마당의 화끈한 '이열치열' 공연이 김해의 여름밤 무더위를 식히는 동안 낮에는 프리마켓, 태극기 그리기 행사, 문화예술체험 행사가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달래고 있었다.
 
애두름마당 나무 밑 벤치. 박정희(46·여·지내동) 씨는 직접 만든 친환경수세미 등 손뜨개 소품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김해프리마켓 커뮤니티 '맘바라'가 주최한 아트마켓 행사였다.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히고 부채질을 하는 손놀림도 분주해졌지만, 그는 가지런히 놓인 물건들을 보고 방긋 웃으며 더위를 잊었다. 평소 혼자 다니던 프리마켓에 이날은 고등학생 딸과 함께 참석해 기분이 더 좋다고 했다.
 
울산에서 왔다는 원석디자이너 문선혜(31·여) 씨는 예쁜 수공예 은팔찌와 목걸이, 머리핀을 내놓았다.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다 온 여자 어린이가 제품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곁에 다가온 어머니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사 줘요", "안 돼." 모녀는 가벼운 승강이를 벌였다. 그러나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 없다. 여자 어린이는 분홍색 리본이 달린 머리핀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애두름마당 오른편에는 형형색색의 커튼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동네 형들과 함께하는 전당드레싱' 행사장이었다. 아크릴 재질의 천이 형광주황, 노랑, 파랑, 초록 등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며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왔다. 천에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엄마, 아빠 사랑해요', '동생아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 형아가' 등 시민들이 직접 적은 글과 사람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스티커를 최대한 높은 곳에 붙이려고 까치발을 들고 낑낑거리는 여자 어린이,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서로 끌어안는 가족, 사랑이 오래 지속되기를 희망하며 이름을 붙이는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은 단번에 무더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김해뉴스 /강보금·배미진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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