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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칼집 낸 생삼겹살, 묵은지·깻잎과 ‘찰떡궁합’장유고학부모회 정은숙 회장과 ‘이강숯불식육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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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8.17 09:17
  • 호수 285
  • 13면
  • 김예린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장유고등학교 학부모회 정은숙 회장이 쌈을 싸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보성에서 녹차 먹여 키운 ‘녹돈’ 맛 절묘
 누린내 나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느낌
 짭조름한 멸치육젓소스와 잘 맞는 ‘단짝’

 달짝지근 부드러운 돼지양념갈비 특미
 사과·배·양파 등 직접 갈아 정성껏 제조

 정 회장, 야간 순찰 등 교육환경 개선 추진
“학교와 학부모 사이 가교 역할하며 소통”


내외동먹자골목, 어방동 오래뜰먹자골목, 삼계동 수리공원과 장유 롯데마트 일대에는 고깃집이 즐비하다.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뒷고기와 뒷통을 비롯해 각종 돼지고기를 다루는 음식점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내세우며 손님들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식탁에 등판하는 외국산 냉동 돼지고기, 짜지도 달지도 않은 중국산 김치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왕이면 내 몸에 좋은 음식, 맛있는 식감을 즐기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닌가!
 
"저는 돼지고기를 안 좋아하는데 유일하게 여기 돼지고기는 좋아합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어느 날 장유고등학교 학부모회 정은숙 회장(48·여)은 대청동에 있는 '이강숯불식육식당'으로 기자를 불러냈다. 식당은 삼문체육공원 삼거리 네오프라자 상가 1층에 위치해 있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서 식당을 찾던 기자는 한참을 빙빙 돌아야 했다.
 

   
▲ 식감을 높이기 위해 칼집을 낸 삼겹살(위사진). 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

식당 문을 열자 정 회장이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오후 4시. 점심, 저녁식사 어느 쪽도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이강숯불식육식당은 이 때가 그나마 한산한 시간대라고 했다.
 
이강숮불식육식당의 대표인 권경선(53), 김춘심(53·여) 부부는 한창 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 회장에게 이곳을 알게 된 계기를 물었다.
 
정 회장의 고향은 전남 여수다. 1996년에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본가인 장유에 자리 잡게 됐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12년 전. 아들의 초등학교 체육대회가 끝난 뒤 학부모들과 함께 우연히 이강숯불식육식당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곳 반찬은 조미료를 쓰지 않는데다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한번 온 사람들은 모두 단골이 된다. 저도 12년 째 이 식당의 단골이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을 만난 건 1년 만이다. 그래서 정 회장의 근황을 물었다. 정 회장은 올해부터 장유고학부모회장을 맡으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아름다운 화장실 만들기, 야간 순찰, 재활용품기부캠페인 등 많은 일을 추진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했다. 정 회장은 "장유고학부모회는 꿈길동행의 약칭인 '꿈동'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걷자는 뜻이다. 학부모 614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네이버 밴드에 가입돼 있다. 아이들이 쓰는 학교 화장실 곳곳에 고사성어, 수필 등 좋은 글귀를 붙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학부모와 장유고 김영진 교장이 함께 오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장유고 인근, 코아상가 일대를 야간 순찰한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모든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힘과 마음을 보태주는 학부모 모두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올해 부임한 김영진 교장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매일 등·하교 시간이 되면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한다. 학교에 남아있던 마지막 학생이 하교하는 오후 10시까지 학생들을 챙기고 있다. 학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라고 칭찬했다.
 

   
▲ 이강숯불식육식당 주인 부부가 고기를 구워주고 있다. 이강숯불식육식당 전경.(사진위에서부터)

"숯 들어갑니다!" 한창 정 회장의 이야기에 빠져있는데 식탁에 반찬이 하나 둘 차려졌다. 묵은지, 취나물 장아찌, 마늘쫑 장아찌, 백김치, 콘샐러드, 파재래기, 계란찜 등이었다. 한 눈에 봐도 곰삭은 묵은지는 익혀먹으면 맛이 그만이겠다 싶었다. 숯불 위의 철판에 칼집이 지그재그로 들어간 생 삼겹살을 올렸다. 전라도 보성에서 녹차를 먹여 키운 녹돈이라고 했다. 고기는 선홍빛에서 서서히 노릇한 색깔로 변해갔다.
 
권경선 대표는 25년 동안 주방장 생활을 했다고 했다. 권 대표는 "반찬 하나하나 손이 안 간 게 없다. 5월에 창녕에서 1년 먹을 양의 마늘쫑을 사 장아찌를 담근다. 12월에는 3~4일 동안 김장김치 600포기를 마련한다. 김장김치를 위해 제철에 나는 재료를 미리 구입해 둔다. 우리 스스로 음식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인지 손님들 중 70%가 단골이다.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부모 손잡고 왔던 아이들이 청년이 돼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는 모습도 본다"며 미소 지었다.
 
일단 묵은지부터 맛을 봤다. 이것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늘쫑 장아찌를 집어 들었다. 아삭하고 달짝지근했다. 뒷맛이 개운했다.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했다. 삼겹살을 철판 위에서 끓여낸 멸치육젓소스에 찍은 다음 묵은지, 파채와 함께 깻잎에 얹어 먹어보았다. 궁합이 잘 맞았다. 묵은지는 삼겹살의 느끼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시나브로 삼겹살이 사라져버리자, 달궈진 불판 위에 이 식당의 특미인 '돼지양념갈비'가 올랐다. 돼지양념갈비의 양념은 김춘심 대표가 사과, 배, 양파 등을 직접 갈아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다른 음식점에서는 양념갈비에 손도 안 댄다. 저는 이곳 돼지양념갈비만 먹는다. 권 대표가 일일이 갈비 살을 바르고, 김 대표가 양념을 하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돼지양념갈비도 금세 동이 났다. 마지막으로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을 시켜 마무리를 했다.
 
정 회장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음식에 정성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는 손님이 다 안다. 김해시민들이 이처럼 정성이 깃든 밥상을 받아들고 무더위를 이겨냈으면 좋겠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이강숯불식육식당 / 번화1로 84번길 34. 055-311-4770. 한우갈비살(100g) 1만 9000원, 한우차돌박이(100g) 1만 6000원, 삼겹살·오겹살·돼지갈비(120g) 8000원, 항정살·가브리살·돼지모듬(120g)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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