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레일바이크 철교가 바람소리와 함께 여유있게 낙동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드론촬영=허철원 프리랜서

'김해를 100배 즐깁시다.'
김해는 즐길 거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하지만 홍보가 덜 된 탓에 김해시민들조차 잘 모르는 체험 명소들이 적지 않다. 김해의 체험 명소들과 '100배' 즐기는 법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지상에서 찍은 사진과 드론을 활용해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소개한다.
 

강변에 철새 내려 쉬어간다는 마사리
왕복 3㎞ 구간에 레일바이크 설치
낙동강 가로지르는 짜릿한 쾌감 ‘최고’

동화같은 열차카페서 땀 식히니
시원한 안개 마중나오는 와인터널
여러 통에 잠든 산딸기 술에 ‘입맛’



생림면 마사리 654-4. 그저 그런 주소가 아니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김해낙동강레일파크가 여기에 있다. 김해 시내에서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김해대로~생림대로를 타고 가다 삼랑진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삼랑진 초입에서 김해낙동강레일파크로 난 샛길로 접어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2분가량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입구에 닿는다.
 
기자가 찾은 날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디 푸른 여름 하늘이 장관이었다. 유장하게 흐르는 낙동강의 한편에는 무척산 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입구에는 '김해낙동강레일파크'라 쓰인 입간판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입간판 아래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철길-경전선의 폐철로가 놓여 있었다. 관문을 통과하듯 철로를 가로질러 들어가니 레일파크였다.
 
주차장에서부터 안내판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레일파크는 매표소를 중심으로 왼쪽에 '레일바이크'가, 오른쪽에 '열차카페'와 '와인동굴'이 있다. 매표소에서 도보로 5~10분가량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낙동강 철교전망대'도 나온다.
 
김해낙동강레일파크 윤혁 주임이 기자를 마중 나왔다. 그는 "코스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추천 한다면 레일바이크를 타고 나서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열차카페와 와인동굴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신나게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한 가족.

레일바이크 이용객은 왕복 3km 구간의 철교 위를 직접 페달을 밟으며  달려야 한다. 4인용 레일바이크의 빨간 의자에 앉자, 안내원이 안전벨트를 매라고 주의를 주었다. 의자 옆에는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바구니와 물병을 꽂을 수 있는 거치대가 마련돼 있었다.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레일바이크와 철교의 마찰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기차를 타고 있는 듯 했다. 레일바이크는 현재 24대가 운행 중인데, 우레탄 바퀴를 단 바이크를 10대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 주임은 "철교의 진동을 느끼면서 추억을 곱씹는다는 관광객도 있다. 우레탄 바퀴를 단 바이크는 진동을 흡수하기 때문에 좀 더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다"며 옆 좌석에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희미한 바람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싶을 즈음, 양 옆의 키 큰 풀들이 사라지고 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구간이었다. 강바람이 더위를 몰아내 주었고, 멀리 무척산과 북곡마을이 보였다. 시선을 위로 옮기자 철로의 뼈대가 보였다. 거대한 생선의 몸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따금씩은 맞은편에서 저어오는 바이크를 만나기도 했다. 서로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즐거움을 교환하기도 했다.
 
낙동강을 건너자마자 우회구간이 나왔다. 되돌아가는 길에서는 반대편의 경관을 즐길 수 있었다. 다 타고 나니 살짝 다리가 뻐근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더위를 식힐 장소를 찾아 '열차카페'로 갔다. 
 

▲ 열차 카페 내부.

열차카페는 1980~90년대에 실제로 운행됐던 새마을호 열차 2량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빨간색 열차카페 위에는 와인 병 모형이 놓여 있었다. 기차가 하나의 와인 병처럼 보였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이색적인 좌석이 눈에 들어왔다. 기차의 실제 좌석이었다. 이 기차를 타면 동화처럼 레일바이크 철교 위를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열차카페에서는 간단힌 음료와 조각케잌 등을 팔고 있었다.
 
열차카페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와인동굴 입구가 있었다. 와인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안개가 기자를 맞이했다. 와인동굴은 500m 길이의 생림터널 중 280m 구간을 개조해 조성한 것이었다. 동굴 안에는 김해의 특산물인 산딸기 와인을 전시, 판매하는 곳과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트릭아트 벽화, 산딸기 이미지를 담은 산딸기 소녀 '베리' 캐릭터 인형, 와인 잔을 천장에 매달아 여러 가지의 빛을 뿜어내는 설치물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터널을 걷다 보니 산딸기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추억을 숙성시키고 있었다.
 

▲ 와인동굴 입구, 동화같은 와인동굴 내부(사진 위쪽부터).

동굴 끝에는 산딸기 와인 저장소가 있었다. 산딸기 와인은 수십 개의 나무상자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 뒤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이곳이 진짜 동굴이 아니라 터널 안임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동굴 곳곳에는 예전에 인부들이 표시해 둔 표식과 대피소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더해 주었다.
 
산딸기 와인은 굵은 병의 드라이 와인과 얇은 병의 스위트 와인 두 종류였다. 드라이 와인이 인기가 더 좋다고 했다. 드라이 와인을 시음해 보았다. 목넘김이 깔끔했다. 산딸기 향이 혀끝에서 아련하게 맴돌았다.
 
철교전망대로 가는 길은 두 종류였다. 매표소에서 철교 옆 나무 데크를 따라 갈 수도 있었고, 철교전망대 주차장 쪽에서 산책로를 따라 돌아갈 수도 있었다. 기자는 철교전망대 주차장에서 철교전망대 표지판을 따라갔다.
 
길목에는 딴섬 생태공원이 있었다. 생태공원 안에는 메타세콰이어 숲, 오토캠핑장, 자연천이의 들, 다목적 운동장, 피크닉광장, 이팝나무 숲길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참을 들어갔는데 불현듯 길이 사라졌다. 표지판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는데 길은 보이지 않았다. 풀이 우후죽순 격으로 자라나 길을 숨긴 것이었다. 풀숲을 헤치고 나무 데크 다리를 건너야 철교전망대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숲이 우거져 있어서 다시 돌아 나와야 했다. 주차장에서 철교전망대로 난 길은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결국 입구로 다시 나와 철교전망대로 향했다.
 
철교전망대는 15m 높이였는데, 철교 위에 설치돼 있었다. 왼쪽으로는 딴섬 생태공원이 펼쳐져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낙동강과 무척산이 전개돼 있었다. 전망대 위 나무 데크에는 트릭아트 작품이 그려져 있었다. 잠시 쉬면서 경치를 감상 할 수 있도록 나무 의자도 설치돼 있었다. 오각형의 전망대 의자는 해를 가려주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강바람에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의 망원경을 사용하면 멀리 낙동강 줄기를 감상할 수도 있었다.
 
하늘을 날던 철새가 강변에 내려 쉬었다 가는 마사리. 그 자리에 자리 잡은 김해낙동강레일파크는 사람에게는 쉼표와 같아 보였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김해낙동강레일파크
① 레일바이크 탑승료 -
2명 1만 5천 원, 3명 1만 9천 원, 4명 2만 3천 원. / 와인동굴 입장료 - 어른 2천 원, 어린이 1천 원.
② 대중교통 - 장유에서 97·21·58번 버스를 탄 다음 김해천주교회에서 하차해 60번 버스로 환승, 삼계동에서 60번 버스 탑승, 내동에서 2·5-1·127·100번 버스를 타고 김해여고·구산신주공아파트 등에서 60번 버스로 환승. 60번 버스를 탄 뒤 북곡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가 달리는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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