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하마을의 한 농민이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자신의 논에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놓고 갈등
영농법인 “농지이상 공공재” 주장
지주들 반발하며 제초제 뿌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농민·지주들이 봉하마을 농지의 농업진흥지역 해제를 놓고 영농법인 ㈜봉하마을과 갈등을 빚다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는 자신들의 논에 농약을 살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봉하마을의 친환경농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번 농약 살포는 농업진흥지역 해제 문제를 전국적 사안으로 확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봉하마을농업진흥지역해제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원장 김두찬)는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봉하마을 농업진흥지역 해제 보류에 항의하면서 봉하마을 친환경 생태농업단지 96.7㏊(약 29만 평) 중 3.3㏊(약 1만 평)에 제초제를 살포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제초제 살포와 함께 봉하마을 친환경생태농업단지 일대에서 농약 항공 방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동시에 경남도청, 세종시 정부청사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더라도 친환경농사를 계속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봉하마을은 대화 요구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환경농업을 계속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친환경농가 45곳 중 20%가 참여하지 않으면 친환경생태농업단지는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봉하마을은 수 차례 언론 플레이만 해 왔다. 이제 지주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봉하마을 농민들이 친환경농사를 짓던 자신들의 논에 제초제를 살포하는 극단적 조치를 한 것은 농업진흥지역 해제 문제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30일 전국의 농업진흥지역 8만 5000㏊를 해제·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농지로서 이용 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봉하마을 일대 농지 113㏊도 해제·변경 대상에 올랐다. 농업진흥지역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보전하기 위해 지정하는 지역이다. 과거의 절대농지처럼 많은 개발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대해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농업진흥지역 해제 재검토를 요구하는 질의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했다. ㈜봉하마을 측은 "해당 지역은 경지 정리가 이뤄졌고, 농업용 배수로도 잘 돼 있다. 공부상 미경지정리지구라는 이유로 현장 조사도 하지 않고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지에 포함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봉하마을 측은 또 "해당 농지는 김해의 대표적 친환경 농업단지다. 많은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노 전 대통령의 묘역도 있다. 단순한 농지 이상의 공공재로서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시도 농림축산식품부에 이의신청을 했다. 이 때문에 봉하마을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서 보류됐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로 농지를 개발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던 농민들은 해제 보류 소식에 반발했다. 해당 농지의 지주 197명 중 84명은 해제 보류 반대 서명을 했다. 농민 등 지주 50여 명은 지난 10일에는 김해시청 앞에서 해제 보류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봉하마을은 봉하마을에 땅을 한 평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를 노 전 대통령과 연결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 정치를 외쳤는데 ㈜봉하마을은 농민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류복희(60·여) 씨는 "해당 농지에서 400~500m 떨어진 곳은 평당 지가가 100만 원을 호가한다. 반면,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된 농지는 15만~20만 원에 불과하다. 농업진흥지역 지정으로 지주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이달 중 지주들과 ㈜봉하마을의 의견을 종합해 경남도에 제출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해제 보류기간인 31일 이후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환경 전문가들은 농업진흥지역 해제·변경 이후 각종 개발행위가 이뤄질 경우 봉하마을에서 1㎞ 거리에 있는 화포천습지 생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화포천만으로는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다. 경남 창녕 우포늪과 전남 순천만에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면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퇴래뜰, 봉하뜰은 습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 날아오는 철새들은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거나 휴식한다. 친환경농업을 하는 논이 늘면서 화포천습지를 찾는 새의 숫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의 이찬우 지도위원은 "봉하마을이 농업진흥구역에서 해제되면 개발행위를 막을 수 없다. 생물들의 활동 범위는 화포천 습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펼쳐 온 김해시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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