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중부경찰서는 지난 13일 김해시의회 의장 선거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일부 시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김명식(새누리당) 의장을 구속했다. 김 의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김해의 한 개인의원에 입원, 지난 12일에 열린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음날 실질심사를 받았다. 금품 전달책 역할을 한 김해의 한 인터넷언론사 대표 박 모 씨는 지난 12일 뇌물공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 의장이 구속에 이르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 김명식 의장이 지난해 열린 김해시의회 회의 도중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있다.

재선 시도 배창한과 심각한 갈등
경선 결과 무시 출마 대역전 당선
시의원들 말다툼에 ‘돈봉투’ 드러나
다른 의원 수사 확대 가능성 남아



■ 새누리 경선 파행
4·13총선 및 김해시장 재선거가 끝난 직후 김해시의회 후반기 의장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기 시작했다.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배창한 의원은 "국회의원과 김해시장 자리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고, 삼계나전지구·신세계특위 등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내가 의장에 재선돼야 한다"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명식·전영기·우미선 의원 등은 "지방자치시대 들어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특정인이 전·후반기 의장을 독식한 적이 없다"며 반발, 출마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후반기 의장단을 야권과 나눠 갖기로 했다. 의장은 새누리당이, 부의장은 야권이 차지하기로 했다.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새누리당이 2개, 야권이 1개를 갖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경선을 통해 의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김명식 의원은 경선에 앞서 아무런 논의 없이 시의회 사무국에 의장 후보 등록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애초부터 경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의원 12명은 지난 6월 27일 후보 경선을 실시했다. 두 차례에 걸친 투표 결과 배 전 의장이 김 의장을 누르고 후보로 선출됐다. 1차 투표에서는 김 의장이 5-4로 배 전 의장보다 앞섰지만, 두 명이 맞대결한 2차 투표에서는 6-6 동수를 기록했다. 결국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배 전 의장이 후보가 됐다.
 
경선에서 패한 김 의장은 "배 전 의장 측이 경선을 앞두고 나를 음해했다. 사과하라"면서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후보 등록 철회를 거부했다. 그와 뜻을 같이한 송영환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뒤 후보로 등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4일 치러진 의장 선거에는 배 전 의장, 김 의장, 송 의원 등 3명이 출마했다. 송 의원은 선거 직전 사퇴했다. 선거 결과,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일부 이탈파의 지지에 힘입어 13표를 획득, 9표를 얻는 데 그친 배 전 의장을 눌렀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후보로 엄정, 이정화 의원을 내세웠다. 이 사실을 더불어민주당에 통보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에 따르면 김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에 박정규, 옥영숙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투표 결과 엄정·이정화 의원은 탈락했고, 박정규·옥영숙 의원이 당선됐다. 엄 의원은 이러한 속사정을 시의회 본회의에서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 '금품제공설' 발생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품수수설이 제기됐다. 금품수수설의 내용은 이렇다. '김 의장이 일부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금품을 제공했다. 특히 A 의원은 김 의장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뒤 300만 원을 인터넷신문사 대표 박 모 씨에게 전달했다. 박 씨는 이 중 200만 원을 B 의원에게 줬다.'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의장 선거 당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회식 겸 회의에서였다. 김 의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 회의에서 한 의원이 A 의원에게 "돈이 그렇게 좋더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화가 난 A 의원은 다음날 시의회 의원 사무실에서 B 의원을 만났다. 두 의원은 김 의장한테서 받은 금품을 돌려주는 문제로 싸움을 벌였고, 이 모습을 동료 의원들과 일부 공무원들이 목격했다.
 
이 이야기는 이내 지역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의 내사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팩스로 경찰에 '투서'를 보냈다는 얘기가 나왔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의장은 이 때까지만 해도 금품수수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야기다. 금품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경찰에서 내사를 하고 있다니 오히려 잘 됐다. 수사를 통해 모든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 김명식(오른쪽) 의장이 지난 2일 김해중부경찰서에서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 경찰 수사 과정
경찰은 지난 7~9일 일부 의원들과 인터넷 언론사 대표 박 모 씨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경찰은 김 의장이 A 의원과 박 씨를 통해 B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조사했다. 조사를 받은 의원 두 명은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만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14일 A, B 의원 사무실과 자동차, 박 씨의 인터넷신문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상세히 살폈다. 그러면서 A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21일 김 의장의 사무실, 자택, 승용차 등을 압수수색해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폰 등을 가져갔다. 박 씨의 자택, 차량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어 27일에는 새누리당 경선 때 김 의장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C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승용차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를 실시했다.
 
주변인 조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지난 2일 마침내 김 의장을 경찰서로 불렀다. 이때는 A 의원이 이미 돈 전달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소문이 퍼진 상황이었다. 경찰은 김 의장이 부인하자 A 의원과 대질심문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뒤에는 "김 의장이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는 말이 나왔고, 경찰도 그 사실을 확인해 주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일단 두 명 정도가 구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 경찰 수사 확대 가능성도
경찰은 김 의장과 박 씨를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의장은 A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는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돈 선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닌 셈이다. 별도로 김 의장의 행정자치위원장 시설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김 의장과 한 아파트건설사, 공사용 석재 관련 업체 등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터넷언론사 대표 박 씨가 구속된 것은 유사한 전력이 있는데다 돈 일부를 중간에 가로챈 혐의가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 의원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은 사실을 털어놓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에 구속은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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