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의회 삼계나전특위 위원들이 지난해에 삼계나전지구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시의회가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 사이 김해시는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 김해뉴스DB

지난 9일 회의서 심의 보류 결정
이달 중 수시회의 다시 개최 추진
“특혜 시비 사안 황급히 추진 의아”


김해시가 특혜 시비에 휘말려 있는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비정상적으로 강행,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시민들은 김해시와 사업 주체인 태광실업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한편, 허성곤 김해시장의 '청렴·청결·친절' 시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 결정
김해시는 지난 9일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심의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여러 위원들은 <김해뉴스>가 확인을 요청하자 "삼계나전지구 사업은 논란의 대상이므로 현장을 직접 확인한 후 신중하게 심의를 해야 한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위원회의 재심의 결정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일단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시가 심의를 서두르고 있는데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주로 기술적 내용만 다루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이른 시일 안에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안건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 시행자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분석, 사전재해영향성분석 등의 절차에 이어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 

■ 심의 서두르는 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에 따르면 시는 관례를 벗어나 도시계획위원회 일정을 서둘러 잡고 있다. 시는 지난 7월에 정기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같은 달 29일에 수시회의 개최를 시도했다. 한 위원은 "시에서 급한 안건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다른 위원은 "한 달에 두 번 회의를 여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우 의아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운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매월 한 차례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상정할 안건이 많거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시회의'를 열 수 있게 돼 있다. 시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왔다.
 
그러나 7월 말에는 수시회의를 개최할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 위원장이 회의 개최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인 오윤표 동아대 명예교수는 "시에서 연락이 오면 거기에 맞춰 회의를 연다.  위원장인 나로서도 시에서 왜 그때 연락을 해 왔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시에서 주도한 이 수시회의는 결국 성원 조건인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와 관련, 도시계획위원회의 한 위원은 "안건은 김해시의 이름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시가 추진하려는 (공익적)사안으로 해석되기 십상이다"면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계획, 토목 등 기술적인 면을 심의하기 때문에 특별한 하자가 확인되지 않는 한 반대논리가 전개되더라도 안건이 부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지난 9일에 열린 8월 정기회의에 삼계나전지구 안건을 상정했다. 시는 재심의 결정이 내려지자 이달 중에 수시회의를 개최하려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9월 정기회의 예정일 다음날부터는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2분과위원회도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위원들의 일정 조정이 이뤄지면 이번 주 중에 위원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반대 여론 비등… 의혹 제기도
시의 이런 태도에 대해 지역의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박재현(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공동의장은 "시가 특혜시비에 휘말려 있는 사안을 황급히 추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도시개발사업 허가가 나면 석산개발로 인해 이미 황폐화된 해당 부지를 더 이상 공원, 녹지로 복원할 수 없다. 오히려 더 파헤치게 될 것"이라면서 "해당 부지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특정업체와 특정인은 엄청난  개발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개발이익에 대한 환원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시의회 삼계나전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한 엄정(새누리당) 김해시의원은 "석산 개발지에 아파트를 지은 사례는 경남에서 단 한 건에 불과하다. 평당 20만~30만 원인 자연녹지에 아파트를 짓게 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특혜다. 그런데도 시는 이 사업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위 간사였던 이영철(무소속) 김해시의원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앞서 특위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5분의 설명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의회가 반대해 온 사안인 만큼 다음 심의에서는 더욱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계나전지구 개발사업은 태광실업(회장 박연차)이 채석장이었던 생림면 나전리 산 162의1 일원 삼계석산 인접 토지 24만 4000㎡(7만 6000여 평)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태광실업은 보전관리지역, 자연녹지지역인 이곳에 사업비 1116억 원을 들여 3105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태광실업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도시개발구역 지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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