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영 경남도의원이 구운 오리고기 한 점을 야채에 싸먹고 있다.

당일 판매 고기 매일 새벽 공급 받아
잡부위 떼낸 생구이, 깔끔한 맛 그대로

송이버섯·미나리·대파·무 넣은 오리탕
숟갈 뜰수록 버섯향·육수 담백함 조화

“문화재보수사업 바로잡는 게 큰 목표
좌고우면 않고 바른말 하는 정치 할 터”


박병영(57·새누리당) 경남도의원과 점심 약속을 잡았다. 신문사를 나섰는데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서두른 덕에 약속 장소에는 20분 일찍 도착하게 됐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 놓고 박 의원을 기다리는 사이 '오리세상' 김종석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 한 입 크기로 손질한 생고기와 송이버섯 향이 일품인 송이버섯오리탕(사진 위에서부터).

휴가철 월요일이어서 쉬려고 했는데, 친구인 박 의원이 온다기에 점심. 때만 잠깐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2008년에 오리세상을 개업했다. 눈에 잘 안 띄는 이면도로에 자리를 잡은 데다 조류독감까지 퍼지는 바람에 서너 달은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다가, '고기 하나는 믿을 만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늘어났고, 어느덧 8년 업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삼방동, 장유동 등 3곳에 '오리세상'이 있다.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김 사장이 상호와 기술을 전수해 줘 문을 연 식당들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박 의원이 들어왔다. 그는 "개업했을 때부터 단골이다.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며 '친구 가게'의 자랑부터 늘어놓았다. 박 의원 옆에는 고교 때부터 단짝인 친구 최근수 씨가 함께 했다. 그는 진영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세 사람은 모두 '돼지띠'였다. 세 사람은  오랜만에 의기투합해 점심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이 밑반찬을 먼저 내 왔다. 양파간장소스, 무절임, 김치, 콩나물에 고추, 상추, 깻잎 등이 차려졌다. 단출했다. 상추, 깻잎 등은 텃밭에서 가꾼 것이라고 했다. 어쩌다 양이 모자라면 그만큼만 매일 도매상에서 공급을 받는다고 했다.
 
오리생고기가 상에 올랐다. 참숯생구이와 송이버섯오리탕이었다. 생구이는 한 입 크기로 잘 손질돼 나왔다. 구우면서 가위질을 할 필요가 없었다. 김 사장은 "소·돼지고기는 따로 숙성을 시킨다지만, 오리고기는 냉장고에 며칠 두면 선도가 떨어져서 안 된다. 우리는 당일 판매할 고기만 새벽에 받아서 쓴다"고 말했다.
 

▲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박병영 도의원, '오리세상' 건물 전경(사진 위에서부터).

구운 고기를 한 입 먹어봤다. 담백하면서도 육즙이 풍부해 생고기의 깔끔한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딸려 나온 찬이 단출한 것도 고기 맛을 침범하지 않기 위한 배려인 듯 했다. 비계나 잡 부위를 다 떼어내고 살과 껍질을 적절한 비율로 손질한 덕에 냄새도 나지 않았다.
 
고기접시가 비워지고, 소주가 몇 잔 돌았을 때쯤 박 의원의 정치 이력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그는 김해농공업고등학교(현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2003년까지 25년 동안 대한지적공사에서 지적측량전문가로 근무했다. 퇴직 후 지적측량전문업체를 세워 인천, 부산 등 전국 신도시 개발현장을 누볐다. 가야대학교 도시개발대학원에서 공학석사를 수료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림중학교 동기회장을 10년 정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도와줘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시의원 경선에서 두 번 실패한 뒤 마지막이란 각오로 도의원에 도전했습니다. 예상 밖으로 선전해 당선됐으니 고향에서 욕은 안 먹은 것 같습니다."
 
박 의원은 도의회에서 건설소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발과정에 필수적인 지적측량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만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이다.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는 '문화재 보수사업'을 바로잡는 게 자신의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박 의원의 열변으로 분위기가 무르익는 사이 그가 강력하게 추천한 송이버섯오리탕이 나왔다. 그는 "뼈째 나오는 오리탕과 달리 먹기 좋게 뼈와 살을 분리했다.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다. 간이 약해서 처음엔 조금 싱거울 수도 있지만 먹다 보면 중독돼 계속 입맛이 당긴다. 해장용으로도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송이버섯오리탕은 간 마늘을 한 움큼 넣어 냄새를 잡은 육수를 사용한다. 여기에 송이버섯, 미나리, 대파, 무 등을 푸짐하게 넣는다. 탕이 나오기 전에는 백숙에 가까운 걸쭉한 탕을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맑은 색깔의 시원한 국물이었다. 첫 맛은 조금 가볍고 밋밋했지만, 박 의원의 말처럼 숟갈을 뜰수록 송이버섯 향이 느껴지면서 오리 육수의 담백함과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고기는 굵은 소금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권했다. 생오리 구이와는 다른 부드러운 육질을 느낄 수 있었다. 탕만으로도 서너 명이 식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그랬듯 좌고우면(左顧右眄·앞뒤를 재고 결단하기를 망설이는 태도)하지 않고 바른 말을 하는 정치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들은 도지사에게 직언하기가 쉽지 않다, 도의회 질의에서 호통을 치는 것도 도의원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모습이 같은 당 출신인 홍준표 도지사의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도의원은 집행부의 거수기가 아니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최근수 씨는 "같은 당이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면서 좀 더 큰 정치를 해야 한다"며 친구에게 술 한 잔을 권했다. 비록 다른 자리에서 다른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친구는 죽마고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복더위에 뜨거운 오리탕까지 먹었지만 박 의원과 그의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전혀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오리세상 / 진영읍 진영리 1635-1, 진영금병초등학교 맞은편 이면도로. 055-342-5291. 참숯생구이 3만 7000원, 송이버섯오리탕 4만 원, 양념불고기 2만 9000~3만 9000원, 스페셜A(4인) 6만 8000원, 스페셜B·C(3인) 각 4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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