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여고 학생들이 창의력·문제해결력·팀워크를 다루는 골드버그대회에서 실력을 겨루고 있다.

비교과 비중 늘려 기본 교육에 충실
다양한 동아리 활동 통해 강점 발견

성취감 고취시키는 교내 대회만 30개
협동심 배우고 창의력 키우는 계기

텃밭에 작물 가꾸며 관찰일기 기록
대중매체 이용한 스토리텔링 ‘인기’
또래 멘토링·감사 우체통 정서 발달 도움


1955년 문을 연 김해여자고등학교(교장 황욱)는 지난해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김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만 2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오랫동안 김해고등학교와 함께 김해의 명문고 양대산맥으로 평가받아 왔다.
 
올해 초 황욱 교장이 취임하면서 김해여고에는 김해의 명문고가 아니라 세계적 명문고로 탈바꿈하기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국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 창의력강사, ㈔한국창의력교육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황 교장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그 원동력이었다. 그는 '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이라는 학교 슬로건에 더해 '봉사정신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창의융합인재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를 새롭게 세웠다.
 
황 교장은 "학부모 세대, 10년 전의 교육과 지금의 교육은 완전히 다르다.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유명 인터넷 강사보다 수업을 잘 하기는 어렵다. 객관적인 수업 경쟁력을 놓고 보면 교사가 밀릴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강점을 발견하는 교사의 다른 전문성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황 교장의 교육철학은 교사·학부모 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그는 지난 6월 학부모 초청행사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교육 철학과 계획을 밝혔다. 일반적인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자리라고 생각해 학교를 방문했던 학부모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의 특강에 놀랐다고 한다. 그 덕분에 학교의 계획에 대해 신뢰하게 됐다고 한다. 경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황 교장의 특강을 높이 평가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교직원 워크샵, '나도 교사다' 수업(사진 위에서부터).

■다양한 동아리와 교내 대회
김해여고는 국어·영어·수학을 강조하는 획일화된 인문계 고등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비교과 교육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1학년의 경우 교육과정에 따라 기초·기본 교육에 중점을 둔다. 2학년 때부터는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발견하는 '강점교과' 발견에 집중한다. 3학년 때에는 학생 자신이 발견한 강점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 황 교장은 "학생들의 변화는 교과 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서 나타난다"며 비교과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해여고가 학생들의 강점을 발견하는 방법은 다양한 활동이다. 특히 동아리 활동을 많이 지원한다. 수학도서 읽기, 생명과학, 독서, 물리학, 과학 등 교과 관련 동아리 뿐 아니라 패션·뷰티, 힙합, 재즈댄스, 환경사랑 토론, 제과제빵, 창작만화, 일러스트, 인권문제 토론 등에 이르기까지 총 53개 동아리가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지 조사 동아리, 경찰 간접 체험, 화장품·생활용품 성분 분석, 승무원 체험·준비 등 독특한 자율동아리도 30개나 있다. 장현옥 교무부장은 "일반적으로는 진로교육이나 성격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강점과 관심사를 알아 본다. 학생들에게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강점이 있다. 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여고는 동아리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금벌방송아카데미다. 학교 방송팀 학생들을 위해 아나운서를 초청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황 교장은 "학생들이 아나운서에게 직접 배우는 게 경험이고 기회다. 학생들이 정말 좋아한다. 방송팀 학생들에게는 방송이 강점이다. 이를 키워주기 위해 아카데미를 열었다"고 말했다.
 
김해여고는 또 다양한 교내 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수학경시대회, 영여경시대회, 독서서평대회, 법과정치골든벨 등 1년 동안 열리는 교내 대회가 30개 가까이 된다. 학생들이 교내 대회에 흥미를 갖고 참가하도록 상을 많이 주기도 한다.
 
김해여고가 가장 자랑하는 대회는 '사회문제 창의적 해결력 3종경기'와 '골드버그 대회'다. 창의적 해결력 3종경기는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가는 대회다. 학생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4인 1조로 팀을 만들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고력, 협동심, 배려심,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 엄마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콘서트가 있는 런치타임(사진 위에서부터).

골드버그 대회는 레고 같은 도구를 조합해 연계 작용이 일어나는 코스를 만드는 행사다. 예를 들어 쇠구슬이 골드버그 장치로 만들어진 통로를 통과해 풍선을 터뜨리는 과정을 설계하고 직접 만들기도 한다. 단계가 많고 복잡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창의력, 문제 해결력, 팀워크가 필수적인 대회다. 학교는 골드버그 대회에 미술, 영어를 융합해 창작 그리기 대회와 제작 대회를 함께 연다. 그리기 대회는 골드버그 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을 창의적인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작동 과정을 영어로 적도록 한다.
 
황 교장은 "골드버그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낀다. 과학, 영어, 미술 등을 융합해 놀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도가 높다. 공부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문제를 해결하는 대회를 통해 협동심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하는 인성교육
김해여고 교정에는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텃밭이 있다. 초등학교에는 텃밭을 더러 만들지만 고등학교의 텃밭은 매우 드물다. 학교는 텃밭을 80개로 나눈 뒤 신청을 받아 80개 팀에 분양했다. 학생들은 텃밭에 콩, 오이, 고추, 토마토 등 여러 작물을 심어 가꾸면서 체험기, 관찰일기를 적는다.
 
김해여고는 또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노래, 동영상 등 대중매체를 보고 생각을 스토리텔링으로 적어내는 시간을 운영한다. 지난 3월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가수 이승철의 '아마츄어', 지난달에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감상했다. 이영욱 연구부장은 "사춘기 학생들은 속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친근한 대중매체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중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해여고는 또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에 강당에서 미니콘서트를 연다. 학생들이 서로 멘토, 멘티가 돼 친구의 공부를 도와주는 또래 멘토링도 실시한다. 아나바다 장터, 교내 버스킹 공연, 감사 우체통을 통한 정서교육도 진행한다.
 
황 교장은 "김해여고는 김해를 대표하는 고등학교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학교다. 이제는 세계 명문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 김해여고를 김해 최초의 시립고등학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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