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운동을 기피하고 컵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우기 일쑤인 회사원 김지훈(40) 씨. 어느 날 밤 심한 몸살 기운과 함께 아랫배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이전부터 위장이 좋지 않았던 탓에 '괜찮겠지' 라며 고통을 참았지만, 새벽에 결국 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다. 그는 그곳에서 난생 처음 듣는 병명인 '대장게실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장게실 질환은 어떤 질병일까. 

장기 바깥 둥글게 돌출 대장게실
식생활 서구화·고령화 등이 요인
보유자 85% 아무 증상 못 느껴

오염물질 쌓인 게실염 발병 문제
염증 심할 경우 농양·천공 합병증
가벼우면 항생제, 심하면 수술


■대장게실 질환 급증 추세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바쁜 일상에 시달리면서 소화기 질환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최근 급증한 질환이 바로 대장게실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에 2만 5000여 명이던 환자가 2014년에는 5만여 명으로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40~50대 환자가 많아 전체의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게실(憩室)'은 위, 소장, 대장 등 내부 공간이 있는 장기의 바깥쪽에 돌출한 비정상적인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게실은 소화기 중에서도 특히 대장에 많이 나타난다. 대장게실은 대장 벽이 바깥쪽으로 동그랗게 꽈리 모양으로 튀어나간 것을 말한다.
 
조은금강병원 박준형 외과과장은 "대장게실이 있어도 모두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증상은 일부에게만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소수에게서만 합병증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대장게실을 가진 사람 가운데 약 85%에게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과 치료법
게실이 여러 개 있을 때를 '게실증', 튀어나온 주머니 안으로 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게실염'이라 부른다. 게실염에 걸리면 증상이 나타난다. 헛배가 부르거나 발열, 구토, 주로 우측의 급성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게실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복부전산화단층촬영(CT)'을 통해 게실염에 걸린 환자의 발병 부위를 촬영하면 대장 외부에 염증이 생긴 좁쌀 같은 작은 주머니가 붙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염증이 생기면 심할 경우 복강 내 농양, 천공(대장 벽의 구멍), 출혈, 장폐색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박준형 과장은 "염증 등의 증상이 없으면 특별히 치료를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게실염은 먹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게실염이 심해지거나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금식을 통해 장을 쉬게 하고, 정맥주사용 항생제와 소염제를 투여하는 등 내과적 입원치료를 한다. 천공, 장폐색증 등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다량의 출혈이 일어나면 가능한 한 서둘러 수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인과 예방법
박준형 과장은 "대장게실의 원인을 하나로 꼬집어 말하긴 힘들다. 지역과 인종에 따라 발병 빈도와 부위, 현상 등이 다른 만큼 선천적 요인이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 고령화가 심해진 우리나라에서 대장게실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식생활, 생활환경 등 후천적 요인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후천적 대장게실은 식생활, 변비, 장  운동 이상 등의 복합적 요인 탓에 발생한다. 특히 섬유질 섭취 부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섬유질이 부족하게 되면 변의 양이 줄고 변비가 생긴다. 이때 변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게실을 유발한다. 또, 나이가 들수록 대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노화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박준형 과장은 "대장게실은 고단백·고지방·저섬유질 음식 섭취 등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다른 소화기 질환처럼 대장게실도 바른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발생 요인이 쌓이다 대개 중년 이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등을 꾸준히 섭취하면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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