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등록 이주아동의 실태를 서둘러 조사하고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김해의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다문화 행사.

불법체류 급증에 자녀도 증가
숫자·상황 등 전혀 파악 안돼
자생적 테러리스트 전락 우려
복지 등 행정지원책 만들어야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이 자녀를 낳은 뒤 강제출국을 우려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미등록·무국적 이주아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김해시는 기본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이주아동들이 '잠재적 범죄자'나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서둘러 미등록·무국적 이주아동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는 국적법·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태어난 지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합법 거주 이주민은 자녀를 낳으면 자국 영사관·대사관에 출생 신고를 한 뒤 여권을 발급받아 출입국사무소에 외국인 등록을 하면 된다.
 
그러나 불법체류 이주민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영사관·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미등록·무국적 이주아동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미등록 이주아동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외국인 등록, 국내체류지 신고 등이 돼 있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해시 여성아동과 관계자도 "다문화가정과 이주민 자녀 수는 확인할 수 있지만 행정시스템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 수는 파악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김해의 미등록 이주아동과 관련된 유일한 자료는 김해교육지원청에 있다. 김해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김해 지역 초등학교에 다니는 미등록·등록 이주아동을 모두 합치면 142명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다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는 없지만, 본인이 희망하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교에는 다닐 수 있다. 법무부 외국인종합안내센터 관계자는 "불법체류 이주민 자녀는 비자 발급을 받을 수 없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합법적인 이주민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조국으로 돌려 보내기도 한다. 불법체류 이주민만큼이나 미등록 이주아동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법적 보호나 복지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다. 응급의료비 지원, 영유아 예방접종 등 그야말로 기초적 지원만 받을 수 있다. 2014년 이자스민(새누리당) 당시 국회의원이 미등록 이주아동 실태조사 및 출생등록 보호, 복지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당시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일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들은 초등학교·중학교에는 갈 수 있지만, 의무교육이 아닌 어린이집·유치원 등에는 다닐 수 없다. 당연히 보육료·의료비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초·중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이들을 관리하는 곳은 없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초·중학교에 입학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들을 행정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장기적으로 결석하더라도 이들을 찾을 법적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잠재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김해이주민의집'의 수베디 여거라즈(네팔) 대표는 "테러리스트를 보면 이중 국적자가 많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할 수도 있다"면서 "동상동에는 학교에 가 있을 시간에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행정기관이 나서서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의 한 아동복지 전문가는 "김해에는 불법체류 이주민이 많은 만큼 미등록 이주아동도 많을 가능성이 높다. 김해시는 행정적으로 전혀 대비가 돼 있지 않다. 지켜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인권구조과 김은성 변호사는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이 문제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복지 지원 등 행정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베디 대표는 "국가의 법을 바꾸기 어렵다면 김해시에서 조례나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적응해 나갈 때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조나리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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